[Opinion] 우리는 계속 어디론가 떠나야한다, Chapter2. [내가 사랑하는 스위스] [여행]

글 입력 2018.06.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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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스위스 여행을 기억하며


때는 2016년, 휴학을 결심하며 꼭 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혼자 여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도움 없이 내 힘으로 하고 싶은 것을 전부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생각할 것들이 많았다. 재정적, 시간적 제약은 물론 그 외에 고민할 문제들이 산더미였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남들처럼 ‘3주 동안 해외여행 갈거야!’ 했지만 현실적으로 여행계획을 짜다보니 그건 내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인 것을 알았다.

그래서 현실적인 부분과 타협하게 된 것이, 한 나라에 집중해서 오래 다녀오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정된 나라는 동화같은 나라 스위스. 여유를 찾아 떠나기로 다짐했던 내 처음 바람처럼 나는 무언가 홀린 채 스위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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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모님의 허락이 완전히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나는 보수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 외박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렇게 계속 미루다가는 영영 못 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뛰어들기로. 덜컥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여행 가기 전에는 다들 행복하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났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스럽고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다녀와서 느낀 것은 여행 전 저 걱정들을 왜 했나 싶을 정도로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는 것과 두려워 하지 않고 부딪쳐 보는 게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더 행복한 여행이었다.



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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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라보 지구'라는 황금빛 포도밭을 나 홀로 거닌 날이었다. (라보는 몽트뢰지역 쪽에 위치한 와인이 유명한 대규모 포도 재배 지역을 말한다.)

11월의 스위스는 비수기라 정말 사람이 없었고, 또 생각보다 춥지 않은 가을의 끝에 서 있었다. 때문에 정말 운 좋게도 나는 아직 가을이 묻어 있는 황금빛 라보를 볼 수 있었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내 인생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정말 하늘이 도와주셨는지,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인데 내가 가는 곳마다 햇살이 가득 비춰주었던 신기한 경험까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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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본격적으로 포도밭을 올라가려면 한참을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문득 뒤돌아 본 라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정면으로 날 비추는 햇살과 눈 앞에 펼쳐지는 호수. 그리고 양 옆으로 흔들리는 황금빛 잎사귀들. 나는 그 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내 삶을 뒤돌아 본 적이 있었나, 잠시 생각에 빠지게 되는 소중한 순간임과 동시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이 장면을 볼 수 없음의 아쉬움까지.

여행의 참 의미는 새로운 삶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되새기며 재발견하게 되는 데 있다.



스위스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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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던, 아름다웠던 라보.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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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Matterh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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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스위스는 온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되는 행복한 나라이지만 내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또 다른 하나는,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사막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한 멋진 이야기부터 현직 셰프분을 만나 독일어로 잔뜩 써져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만 골라서 먹기도 하고, 다음날 계획을 동행한 사람들 추천으로 싹 갈아엎어 보기도 하고, 또 맥주와 함께 인터라켄의 밤을 걸으며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들도. 긍적적인 에너지와 힘으로 가득 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만남들이었다.

세상에는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과 아름다운 사람들, 순간들이 너무나 많다.



여행이 내게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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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나는 다른 여행들보다도 유난히 이때의 추억을 다시 들추며 기억에 젖어들곤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 시간들이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정말 말 그대로 온전한 나 일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생각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항상 내게 영향을 끼치는 누군가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쉴 때조차 스마트폰으로 카톡과 SNS를 먼저 들어가지 않는가. 그래서 진정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저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자존감이 높았다고 생각했던 나도 내가 내 자신을 좋게만 생각하려고 했음을 깨달았다. 나의 좋은 점만 보고 단점까지 사랑하지 못했던 과거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같은 느낌이다. 진짜 오롯한 나를 만날 수 있었고 그런 나를 사랑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고 또 다른 행복을 위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젊을 때 여행을 많이 가자는 것이다. 젊을 때 하는 여행과 나이 먹어서 하는 여행은 흔히들 다르다고 하잖나. 그 이유를 좀 알 것도 같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사랑하는 것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책임지고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그러니까 나이가 들수록 내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적어지고, 나의 가치는 무엇이고 나의 존재 의미,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고찰할 시간이 없어진다. 근데 가족 친구를 다 떠나서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가장 먼저 사랑할 수 있는 건 나니까, 다시 일어날 힘을 주관하는 것도 내 마음이니까. 그리고 내가 쓰러지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휘청거릴 수 있으므로, 모두를 위해 우리는 젊었을 때 조금 더 노력해서 오롯한 나를 찾아갈 필요가 있다.




[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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