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르크 샤걀 특별전, 영혼의 정원

글 입력 2018.06.1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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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걀 특별전, 영혼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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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 이전에 신청했던 마르크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 전시를 보러 강남의 M 컨템포러리로 향했다. 이 곳은 처음 가보는 미술관이었는데 생각보다 전시 공간이 협소하고 전시공간과 로비, 레스토랑, 기타 여유 공간들이 분리가 명확하게 되어있지 않아 정말 당황했다.

사실 프리뷰를 쓰면서 받았던 프레스 킷이 꽤나 상세하고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나름 기대를 하고 갔으나, 그 기대 덕분에 실망을 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엉망이었던 전시동선, 분리되지 않은 작품 공간과 로비, 전시 공간 옆에서 풍기던 음식 냄새 등 주로 시설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전시 자체에 대해서도 그닥 집중이 되지는 않았다. 작품 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섹션 구별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전시를 보는 내내 큐레이팅이 가볍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오디오 가이드에서도 큰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전시, 즐겁게 즐기다가 가는 전시라고 계속 안내 멘트가 나왔는데, 오히려 그 발언 때문에 더 큐레이팅에 대한 생각이 자꾸 머리를 스쳤다. 정말로 가볍게 즐기기에 맞춤화된 전시처럼 여겨져 조금 많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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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전시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일단 사진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요즘에는 워낙에 #사진찍기좋은전시회 라는 해시태그가 만연한데, 전시회에서 호들갑 떨면서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 (특히 작품 사진이 아니라 인스타 업로드용 설정샷) 덕에 학을 뗀 적이 많은 나로서는 천천히 조용하게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는 전시여서 쾌적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던 듯하다.

더불어 유인나의 나래이션으로 이어지는 오디오 가이드도 나쁘지 않았다. 기존에 정보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면 오디오 가이드가 전시를 안내하는 좋은 자료가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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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부 꿈, 우화, 종교

본격적으로 샤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첫번째 섹션에 속한 그가 작업했던 수많은 판화들은 아주 흥미로웠다. 전시 전체에서도 판화와 도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어릴 때 읽었던 동화들을 떠올리며 섹션을 돌아보는 시간이 꽤나 유익했다. <여우와 포도>라던가 <여자로 변한 고양이> 등 독특한 샤갈만의 해석이 들어간 판화도 있었고, <익사한 여자>처럼 동화의 이면성-잔인함과 순수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판화도 있어 신기했다.

무엇보다 샤갈이 라퐁텐의 우화 삽화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니, 왜 한 때 샤갈이 미술학원 일대를 자신의 이름으로 뒤덮었는데 이해가 갔다. 어린 친구들에게 샤갈은 알게 모르게 아주 친숙한 화가였던 것이다. 사실 이 판화 작업본들은 내가 기존의 샤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 그러니까 알록달록한 색감과 사랑, 평화를 외치는 주제의 그림과는 많이 달랐다. 어린이와 가까운 주제이지만 잔인함을 뒤로 숨긴 흑백의 그림들이 주를 이루다보니 내가 기존의 알고 있던 샤갈은 진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뒤쪽으로 갈수록 샤갈 특유의 색감은 살아나는 경향이 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론 성경을 재해석한 부분에서 동판화 위에 채색한 기법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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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부 전쟁과 피난

두번째 섹션에서는 무엇보다 <대지에서>의 소설에 들어간 삽화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 삽화들은 정말 말그대로 소리없는 아우성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있었는데, 절제된 그림 속에서 전쟁의 아픔이 스며들어오는 듯했다. 특히 같은 구도의 그림에서 한 그림의 하늘에서는 폭탄이, 한 그림의 하늘에서는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걸 보며, 한동안 그 두 그림 사이를 왔다갔다했다. 격동의 시기를 직접 살아냈던 샤갈의 다사다난함이 그 두 장의 그림으로 모두 전해져 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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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시의 여정 / 제 4부 사랑

사실 3섹션부터 집중력이 많이 흩트러졌다. 개방된 공간, 로비와 분리되지 않은 전시, 꼬이는 동선과 어수선한 분위기 덕에 열린 이 공간 맞닥뜨리자마자 어떻게 감상해야하지 하고 그 자리에 서서 고민을 했다. 잠깐의 당황스러움을 뒤로하고 둘러본 이 두 섹션은 가장 샤갈다운 색채가 빛나는 곳이었다.

사진이 없어 각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흔히 샤갈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밝은 느낌의 판화와 그림들이 가득 있었다. <꿈>이라던가 <큰 빨간 부케>, <노트르담과 에펠탑> 등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었고, 위의 <영감>이라는 작품도 인상깊었다. 이 작품처럼 파리를 묘사한 작품들을 보면서 불과 6개월 전에 내가 걸었던 파리의 거리들이 떠올랐고, 이름을 바꿀 정도로 그 도시를 사랑한 샤갈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었다. 샤갈전은 그렇게 알록달록한 샤갈의 꿈과 사랑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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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이 마르크 샤걀 특별전 <영혼의 정원>은 전시를 구성한 작품들을 떠나서 약간 아쉬운 면이 없지 않은 전시였다. 포스터와 프레스 킷 등 홍보활동을 위한 준비는 잘 짜여졌지만, 정작 전시 外 요소들이 철저했다면 전시 內적인 부분은 다소 부족했다. 샤갈의 영혼의 정원을 다녀올 만큼 깊기보다는 지나가다가 정원을 들여다본 정도일까. 물론 샤갈의 전반적인 삶에 대해 모르던 나는 이 전시를 통해 그를 슬쩍 들여다보았지만, 기존의 샤갈 전시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체 경쟁력이 약간 부족한 것처럼 보여지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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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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