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 마르크 샤갈 특별전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샤갈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글 입력 2018.06.1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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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 -


포스터_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 F.jpg

 



전시장 외부 - 영혼의 정원展 01.jpg
 


Intro. 내용에 앞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린 샤갈 전시회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 25점이 포함돼 있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실제로 세련된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샤갈의 작품을 마음꺼서 감상할 수 있었던 어마어마한 규모였기에 더욱 여유롭고 풍부하게 즐기다 왔다. 오히려 너무 넓어서 로비와 전시 공간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샤갈의 캔버스에서는 소, 물고기, 닭, 양과 같은 동물을 의인화시키고 사랑스러운 연인은 두둥실 떠있다. 꿈과도 같은 이미지, 상상한 듯 묘사된 환상의 장면. 우리가 샤갈을 기억할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들이다. 하지만 1887년부터 1985년까지라는 길고 긴 그의 생애를 보면, 샤갈의 삶이 마냥 꿈과 같고 환상적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샤갈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을 겪으며 전쟁과 피난 시대의 공포와 좌절을 겪었다.

이번 M컨텐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마르크 샤갈 특별전>에서는 제 1부의 꿈 우화 종교, 제 2부의 전쟁과 피난, 제 3부의 시의 여정, 제 4부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샤갈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IMG_6889.JPG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영혼의 세계를 예술로 보여준 화가, 샤갈


그림과 글로 서정적이고 자유로운 환상의 세계를 만드는데 일생을 바친 마르크 샤갈. 작품 속 등장인물은 마치 새처럼 날아오르고, 썰매는 구름 위를 부유하며, 바이올린 연주자의 선율은 지붕에 메아리친다. 두 얼굴을 가진 사람과 염소 머리를 한 여성과 사람의 얼굴을 띤 고양이가 있다. 수탉을 말처럼 타고 다닐 수 있고, 당나귀는 테이블 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연인은 형형색색의 꽃다발 아래에서 달콤하게 서로를 보듬는다. 그의 동화 같은 세계에 등장하는 가상 혹은 실제의 풍경과 인물들을 환상적인 꿈과 강렬한 색채가 담긴 세상 안에서 더욱 생동감 있게 나타난다.

회화, 무대디자인, 테피스트리, 스테인드글라스, 동판화나 석판화 등 다양한 재료를 능숙하게 다루어 표현한 마르스 샤갈은 현대 시각예술 문화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는 입체파, 야수파, 상징주의, 초현실주의에서 볼 수 있는 왜곡된 공간 구성, 비구상주의적인 색, 이미지를 변형 혹은 몽환적인 이미지를 차용하였고, 특정 표현에 국한되어 작업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다.


제 1부 꿈, 우화, 종교 - 영혼의 정원展 04.jpg

 

우화 속 삽화


<라풍텐 우화집 Fables of La Fontaine>의 삽화를 의뢰받은 샤갈. 이 작품은 샤갈의 판화 전작 중 중요하면서도 야심적인 작품이며 그 주제와 모티브인 농부, 동물, 시골 풍경 및 건물들은 그의 전 작품에서 반복해서 다루어진다. 이후, 왜 그의 작품에서 동물이 등장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중 '여자로 변한 고양이 The cat transformed into a woman'과 '늑대와 황새 The wolf and the strok' 등 어릴 적에 접했던 이야기들을 삽화로 다시끔 만나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검은색 색채로 가득하고 거칠고 투박한 동판화 그림이었지만 샤갈 특유의 위트 넘치고 신랄한 풍자가 가득했다.

 
제 2부 전쟁과 피난  - 영혼의 정원展 03.jpg


 
대지에서


샤갈의 작업실에서 전쟁이란 주제는 작가이자 역사가, 프랑스인의 정치가인 앙드레 말로가 쓴 <대지에서 Et Sur La Terre>에 잘 드러난다. 말로는 샤갈에세 삽화를 부탁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내용에 충실한 삽화는 전혀 필요 없을 것 같다. (중략) 다만, 나의 글이 노랫말이 되어줄 수 있는 악보와 같은 작업이길 바란다. 등장인물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지 말고, 기껏헤야 그림자 정도로만 나타내면 좋겠다."

그리하여 샤갈은 어둡게 처리한 동판화를 제작한다. 하늘을 뒤덮은 전투기와 전쟁으로 무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도시를 가로지르는 위험천만한 상황 등 전쟁이 불러온 처참한 광경에는 죽음과 공포만이 남아있다.


2]와인잔을 든 이중 초상화 Double Portrait with a Glass of Wine.jpg
Étude pour le double portrait au verre de vin (1976)
colored lithography,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6]붉은 배경의 꽃다발 Bouquet of Flowers on Red Background.jpg
Bouquet de fleurs sur fond rouge (1970 ca.)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사랑하는 이와 같이 있으면 이렇게 하늘을 날게 되나 보다


샤갈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했던 '사랑'이라는 주제가 제 4부에서 전시된다. 샤갈은 벨라를 자신의 캔버스에 자주 등장시켰다. 그는 벨라를 가리켜 자신의 예술을 인도한 이로 회고했다. 위 사진 <와인잔을 든 이중 자화상>에 등장하는 이도 바로 벨라다.

이 작품은 30여 년간 자신의 곁에서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아내 벨라와의 결혼식을 기념해서 그린 그림이다. 벨라의 어깨 위에 걸터 올라있는 자신과 벨라의 임신을 암시하는 천사가 그 위에 등장한다. "인생과 예술의 의미를 주는 유일한 색채는 바로 사랑이라는 색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샤갈의 캔버스에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강렬 하게 등장한다. 샤갈의 작품에서 사랑에 빠진 연인은 주로 공중에 두둥실 떠 있는데 샤갈의 그림을 보면서 사랑하는 이와 같이 있으면 하늘도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나는 그냥 창문을 열어두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그녀가 하늘의 푸른 공기와
사랑과 꽃과 함께 스며들어 왔다.

온통 흰색으로 혹은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그녀가
내 그림을 인도하며 캔버스를 날아다녔다.
그녀는 나의 예술의 거대한 중심이미지이다.


샤갈의 그림은 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강렬한 감정을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둘의 강렬한 사랑은 고된 일상을 승화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중력을 벗어나 밝고도 푸른 빛을 날아다니는 연인의 모습은 충만한 사랑의 시각적 표현이다. 하지만 샤갈이 벨라뿐만 아니라 버지니아와 바바,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자연을 모두 사랑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IMG_5063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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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 좋은 전시, 보기도 좋은 전시


곳곳에 숨겨진 포토존은 관객들로 하여금 인생샷을 찍을 수 있도록 예쁜 조명과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더불어 SNS 업로드를 유도한 이벤트도 진행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더라. 요즘 이들이 선호하는 '가볍게 관람하고, SNS에 자랑하기 좋은 전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전시의 퀄티리가 떨어지거나 내용이 부실하다는 느낌이 드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 곳 영혼의 정원에서 당신이 원하는 예쁜 사진도 건질 수 있고, 천천히 감상하기도 좋은 전시이니 꼭 한 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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