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의 모든 단어들을 위하여,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서]

글 입력 2018.06.1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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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편집자’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아무도 모르게 단어와 씨름하고 있는 편집자에 대해서 깊게 알게 되었다. 흔히 ‘편집자’라고 하면, 작가의 원고를 받아서 편집을 하는, 다른 일정을 소화하는 일을 할 거라지만, 사전 편집자는 다르다. 편집자가 바로 작가가 되어 단어를 정의한다. 단어를 편집하는 것이라고 해서 매일 사람들과 논쟁(?)과 토론을 반복하면서 치열하게 편집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코 아니었다. 고독 속에서 홀로 단어와 씨름하고 있는 사전 편집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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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사전은 사람이 만들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많은 단어를 어떻게 사람이 만들 수가 있냐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구절도 나온다. “사전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우주처럼,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 사전은 하늘로부터 인류에게 주어진 것, 신만큼이나 오류 없는 진실과 지혜가 담긴 신성한 가죽 장정 책이다. 다른 종류의 사람들에게 사전이란 할인 코너에서 1달러에 판매하는 페이퍼백으로, 성인이라면 모름지기 사전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구입한 것이다. 두 부류 모두 사전이 인간이 만든 문서임을,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멋없는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편찬되고 교정되고 개정되는 것임을 가작하지 못한다.”라고. 그렇다. 사전이 그냥 존재하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사전 편집자의 존재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사전 편집자들의 일은 멀리서 보면 단조로웠지만, 가까이서 보면 매우 역동적이었다. 먼저, 사전 편집자가 될 조건을 말하자면, 무엇보다 슈프라흐게퓔 (sprachgefuhl : 언어에 대한 감각) 이 있어야 한다. 단어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에 8시간씩 거의 완벽한 침묵 속에서 전적으로 혼자서 일하는 것도 기질에 맞아야 한다. 왜 침묵 속에서 일해야 하냐며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전 편찬은 조용히 집중해서 전념해야 한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전 편집자들은 그 누구와도 다른 방식으로 일생 영어의 바다에서 헤엄을 친다. 사전 편찬업의 속성 자체가 이를 요구한다. 영어는 아름답고 당혹스러운 언어로, 깊이 잠수해 들어갈수록 공기를 마시러 수면까지 올라가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요한다. 사전 편집자가 되려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한 단어와 그것의 많고도 복잡한 용법들을 숙고하고, 그 용법들을 해당 단어가 글에서 사용되는 대다수 용례를 아우를 만큼 넓은 동시에 실제로 이 단어에 대해 구체적인 무언가를 이야기해줄 만큼 좁은 두 줄짜리 정의에 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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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문법이 올바른 것인지, 그리고 틀린 단어인지 아닌지, 단어의 어원을 조사한다든지, 정말로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을 뽑자면, 틀린 단어에 대해서이다. 한 챕터에서 ‘irregardless’ 에 대해서 옳은 단어인지, 틀린 단어인지 설명을 하는데, 정말 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읽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면서 계속 읽었지만, 한 단어라도 집요하게 추적하는 정신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는 절대로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문을 만드는데도 많은 것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단어 설명을 한 후 예문도 함께 적혀져 있는데 짧은 문장을 만드는 데에도 편집자들은 고심해서 예문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문을 쓰는 데에도 엄격한 규칙이 있다고 한다. 농담이나 농담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는 예문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중 의미를 띨 수 있는 표현도 전부 삭제해야 하고. 또한 이름을 지을 때도 규칙이 있다. 유명인의 이름을 쓰는 것도 안전하지 않고, 대명사와 그 사용에서도 신중해야 한다. 그 중 놀랐던 건, 성별에 있어서도 신중하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어디선가, 언젠가 불쾌하게 만들 거라고 추정하기 때문에 예문을 쓰는 데 있어서 매우 신중하다. 이 점이 놀랐다.
 
나쁜 단어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Bitch 에는 이런 뜻이 있다


1. 개나 다른 육식 포유류 암컷 (the female of the dog or some other carnivorous mammals)
2. 음란하거나 부도덕한 여자 (a lewd or immoral woman)
3. 심술궂거나, 못됐거나, 고압적인 여자-때로 일반적인 욕설로 사용됨 (a malicious, spiteful, or overbearing woman-somtimes used as a generalized term of abuse)
4. 불평 (COMPLAINT)


이런 단어와 같이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는 정의에 무의식적으로 사견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손으로 단어를 쓰고, 입으로 단어를 말하고, 단어들이 우리의 몸에 남긴 상처를 지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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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우리 노역자들은 계속 영어의 꽁무니를 따라다닐 것이다. 험한 지형을 만나면 조금 뒤처질지 몰라도, 우리는 언제나 존경을 담아 눈을 크게 뜬 채, 고요히 추적을 계속할 것이다.”
 
그들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사전 편집자들. 그들은 자신의 노력이 보이지 않더라고, 사람들이 몰라주더라고 자신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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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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