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책을 읽어야겠다. 여행을 떠나야겠다 [도서]

글 입력 2018.06.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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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서점이 생겼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보니, 실제 서점에서 구매하는 책의 양은 많지 않다. 그리고, 꽤 까탈스러운 성격 탓에 구매한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이 손에 꼽는다. 최선의 방안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은 뒤 나와 맞는 책을 서점에 가서 구매했다.

하지만, 이젠 이야기가 달라졌다. 독립 서적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때에, 나의 마음을 뺏는 책들이 독립 서점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은, 서점의 책들은 낡아도 낡은 것이 아니다. 흔히 많은 이들이 읽던 책을 기부하기도 하고, 새로운 책이 입고되기도 하지만 그저 그런 중고 서점과는 다른 느낌이다. 사람들의 거뭇한 손때 묻는 책들이 애틋해 보이고 아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어쩌면 우리에게, 더 정확히는 나에게 박힌 독립서점의 이미지 때문이다.
 
독립서점도 일종의 유행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름난 출판사의 문학 작품들을 사서 읽을 때, B급 문화 애호자들의 환심을 살 만한 여러 대안 문화들이 등장한 틈을 타서 출판계에도 이와 같은 바람이 분 것이다. 내가 우리 나라 출판계, 서점의 순환에 대해 논평을 늘어놓을 만한 주체가 되기엔 아쉽게도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책의 도움을 빌려 보려 한다.

'네딸랜드'라는 저자는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포르투갈의 주요 서점과 책 마을의 책 문화 현장과 역사를 <시간을 파는 서점>에 담았다. 아직 서울에 즐비한 독립 서점들을 도장 깨는 행위가 한창 진행 중인데, 여기서 유럽의 서점들까지 머릿속에 집어넣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겠지만, 언젠가 떠날 그곳들의 내 미래 아지트를 미리 들여다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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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의 마음을 비웃듯이 이 책은 서점에 대한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한다.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책에 대한 진정한 가치, 책이 있는 공간으로서 서점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착이 담겨 있는 것이 <시간을 파는 서점>이라 명명하고 있다. 책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 본적은 가끔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갈 때 해본 듯하다. 어쩌면, 지금 내 기억을 조작하고 있을 수도.

우리 동네 도서관의 계단을 오를 때, 계단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보게 된다. 커다란 도서관이 방문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빼곡히도 적어놨다. 계단에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빠지는 칼로리 수, 늘어나는 삶이 아닌 여행에 대해 말한다. 여행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주장하며, 책이야말로 앉아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여행이라고 말한다. 아마 대학교 1, 2학년의 나였으면, '맞아, 역시 여행이 다지. 여행 가고 싶다'라고 되뇌며 간접적으로라도 여행책을 훑으며 낭만에 빠질 텐데, 아쉽게도 난 졸업반이다. 여행은 중요하다. 그리고 책이 그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수박 겉핥기식의 대리만족이 될 수 있지만, 그렇게 낭만적인 소리는 책의 가치가 되지 못한다. 책은 여행을 대신할 수 있기보다 그 자체로 영원히 빛나고 있는 존재다.

책에 발이 달려있지 않듯이, 책은 도망가지 않는다. 늘 우리가 도망갈 뿐이지. 시간이 없다는 핑계, 책 살 돈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회피하기 시작한 많은 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책의 가치뿐만 아니라 책이 있는 공간의 중요성 또한 잊으며 살아간다. 책이 있는 공간엔 사람도 존재한다. 책을 파는 사람들, 읽는 사람들, 쓰는 사람들. 앞에서 말했듯이 책을 도망가지 않는다. 이것이 서점을 만들고, 도서관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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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먼저 네덜란드로 떠난다. 유럽의 최대 책장터부터 고서점 거리, 독립서점, 역사적인 자부심이 서린 서점, 알록달록한 서점 등등 현지에 사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알고 싶은 곳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고, 이 글을 읽는 독자보다 내가 나이가 많다는 자부심도 없는 나이지만, 점점 살면서 '나만 알고 싶은'이라는 수식어를 종종 사용하게 된다.

어쩌면 이기적인 발상이 빚어낸 산물이 문장으로 표현된다면 딱 저런 표현이 아닐까 싶지만, 어쩔 수 없다. 난 이타적이기보다 이기적이기에. 나만 소유하고, 나만 누리고, 나만 지니고 싶은 소중한 것들을 이 책에서는 나보다 더 친절하게 구획화하면서까지 알려주고 있다. 인테리어가 특이한 서점부터 역사로 층층이 쌓여 있는 서점까지 '네딸랜드'라는 명성에 걸맞는 네덜란드의 다양한 서점들을 만나볼 수 있다.


2부


벨기에와 프랑스를 만날 수 있는 2부. 벨기에의 책마을 흐뒤를 시작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서점 쿡앤북과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르 발 데 아르덴츠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만한 서점들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과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까지 알고 있을까? 직접 가 본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은 깊고 진할 것이다. 게다가 딸들과 함께한 어머니의 시점이라면, 아늑하고 따뜻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네이버에 검색해도 기사 하나, 블로그 포스팅 하나 나오지 않는 서점도 존재한다. 벌써 기대가 된다. 유명 맛집에 줄지어 서 있는 비엔나들 중 하나에서 네이버에 아무런 흔적도 없는 곳을 갈 생각에.


3부

가장 좋아하는 나라인 영국이 포함된 3부이다. 독일, 영국, 포르투갈에서 무한대의 감동을 주는 서점, 런던 최고의 서점과 파두의 선율을 닮은 듯한 리스본의 서점까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중 포르투갈에 위치한 리브라리아 레르 데바가르는 오래전 섬유공장이었던 곳을 서점으로 만든 곳이다. 넓은 공간에 수만 개의 책이 꽂혀 있는 것은 물론,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탄 여자' 설치로 유명하다. 또한, 일요일에는 골동품과 공예품을 판매하고 아트갤러리와 디자이너숍 등이 있어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

벌써 유럽을 한 바퀴 돈 듯한 느낌이다. 한 손에는 이 책을,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두리번거리며 누가 봐도 관광객인 모양새로 유럽 골목골목을 돌아다닐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른다. 그리고 계획하고 싶지도 않다. 동네 서점이 그렇듯이, 살며시 동네에 스며들고 싶다. 여기서는 유럽의 서점들을 소개했지만, 글의 서두에서 저자가 책을 쓴 동기를 볼 때 우리는 더 멀리 봐야 한다. 책의 진정한 가치와, 책이 있는 공간들에 대한 생각 말이다. e-book이 많아지고, 영상에 빠져 책을 멀리하게 되는 시대에 우리에게 일깨워주고자 네 딸과의 소중한 시간, 그리고 저자의 인생이 담긴 시간을 귀히 담은 책을 우리에게 내주었다. 나같이 '나만 알고 싶은' 수식어를 많이 쓰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마음뿐이다. 이 책으로 정말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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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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