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넓은 숲 속에 있는 작지만 거대한 인형의 집 - 타샤의 돌하우스

글 입력 2018.06.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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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는 숲 속의 작은 인형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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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인형'은 어떠한 형상을 지니며 남아 있을까? 내 안에 남아 있는 인형의 발자취를 쫓아가 보기로 했다.

점점 자라나면서 몰라도 될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듣게 되었고, 그러면서 새하얗던 순수함은 아직까지 섬유유연제 냄새가 폴폴 풍기는 아이가 입고 나간 새로 세탁한 새하얀 옷이 밖에서 뒹구르다 세상의 때가 타듯, 더럽혀졌다. 그렇게 '인형'의 그 모습은 희미해져 갔다. 인형, 귀엽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한다고 하면 따라붙을 '나이에 맞지 않게 조금 유치한 면이 있구나.'하는 시선을 어느 순간부터 신경쓰기 시작하면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에 이끌려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가 아닌 내가 되었다.

처음에는 사회가 맞추어 놓은 규격화된 틀 안에 있는 내가 싫지는 않았다. 그 안에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시선이나 의식 따위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 틀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갇혔던' 것임을 깨달았다. 밝은 미소로 세상과 소통하는 나는 그저 빈껍데기 뿐이었으며,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진짜 나는 피폐해져갔다.

나에게 있어 '인형'은 순수함이며, 인형으로 하여금 나는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 방 창고 속 깊은 곳에는 다양하고 많은 인형들이 서로 뒤엉켜 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어렸을 적을 떠올려보면, 인형은 가장 친한 나의 친구였다. 누가 보기에도 아직 어린 소녀였던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학원에 다니면서, 동네 친구들과 만나면서, 사회적 존재가 되어갔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말과 행동, 할 수 없는 말과 행동, 해야만 하는 말과 행동, 해서는 안될 말과 행동을 내재화하며 사회의, 사회 속 타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사회공동체가 원하는, 선생님이 원하는, 부모님이 원하는, 혹은 또래 집단이 원하는 나로서 자연스레 학습되었다. 이러한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인형들. 그들 앞에서 나는 더 이상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눈을 양 옆으로 굴리고, 머릿 속에서 생각에 생각을 거치고 나왔던 말들이 그들 앞에선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 앞에선 어떠한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내 마음 속에서 바로 나온 말들이, 내가 평소에 지니고 있었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들이, 거센 비난 혹은 무시와 함께 의기소침해졌던 의견들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로 인정되었다.



# 타샤의 돌 하우스

책입체 타샤의 돌하우스.jpg

이러한 나와 나의 인형들이 타샤와 타샤의 돌 하우스 속 인형들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타샤에게는 평생을 함께한 취미가 있는데, 인형 만들기와 인형의 집 꾸미기이다. 인형들은 마치 그녀의 오래된 친구보다 때로는 가족보다 더 가깝게 그녀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가 있다. 아침이면 인형 엠마에게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옮겨놓고, 눈 오는 겨울이면 따스한 온실로 옮겨 차를 즐기게 해준다. 아이들과 함께 집 앞 강가로 소풍을 나설 때에도 인형 가족과 동행한다. 타샤가 만든 '참새 우체국'을 통해 인형들과 아이들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타샤는 어떻게 인형들과 위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묻는다면, 아직 책을 접하기 전인 나는 타샤라는 인간과 그녀의 인형들 사이에 어떠한 '동질감' 때문은 아닐까하고 조심스레 말해볼 것이다. 타샤는 세상의 속도와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삶을 굳건히 지켜나갔다. 사회가 임의대로 정해놓은 기준, 타인의 기준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충실했던 삶을 지켜나가고자 했다. 인형은 이러한 타샤의 삶의 소중한 동반자가 되었다.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말이다.

작지만 거대한, 모순적인 세상, 타샤의 돌 하우스에 한 번 방문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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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일상은 부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는 엠마의 부엌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종류의 음식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황동 냄비, 코발트 블루색이 입혀진 도자기, 바구니, 토기 믹싱볼, 나무와 철제 도구까지 온갖 조리 기구들이 그득하다. 인형 집의 부엌 소품들은 실제 타샤의 부엌 세간들과 거의 똑같은 모습이다. - <타샤의 돌하우스> 中






타샤의 돌하우스
- Tasha Tudor's Dollhouse -


원제 : Tasha Tudor's Dollhouse

지은이
타샤 튜더, 해리 데이비스

옮긴이 : 공경희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외국에세이
수공예, 사진

규격
145*205 양장

쪽 수 : 160쪽

발행일
2018년 5월 30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5581-154-2 (03840)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타샤의 돌하우스 상세페이지 수정(최종).jpg
 

[이혜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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