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느 활자중독자의 고달픈 사랑 이야기 : 빠지면 안 되는 것에 빠져버렸다!

글 입력 2018.06.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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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언어를 담아냅니다"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by. 코리 스탬퍼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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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어느 활자중독자의 고달픈 사랑 이야기
: 빠지면 안 되는 것에 빠져버렸다!


여기, 자발적 너드nerd가 있다. 코리 스탬퍼. 그녀는 20년이 넘도록 사전편찬자로 일하고 있다.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멋진 제목의 책 저자이기도 하다. 내가 왜 그녀를 ‘너드’라고 칭했는지는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무릇 글 노동자라면 한번쯤 상상해 보고 동경해 보았을 법한 lexicographer라는 간지 터지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실제 ‘단어 노동자’로서의 일상은 참 ‘멋’이라는 게 없다.
  
사전편찬자의 일터를 상상해보자. 따사로운 햇살과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타자 소리. 동료들과 교양 있고 품격 있는 화법으로 회의를 이어가나는 모습. ‘사랑’, ‘신’, ‘모험’과 같은 멋진 단어들을 정의 내릴 수 있다는 ‘특권’을 가진 자들의 일터라니! 그래, 그리고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가 우리 들뜬 모습을 거울로 확인해보라. 아름다운 상상으로 촉촉해진 눈빛 속에서 마치 그윽한 사무실 커피 냄새나 최신 단어들이 섞여있는 프로페셔널한 말소리가 전해질 것만 같다. (심각하게 근사한 일이지 않은가!) 그러나 잔뜩 기대에 찬 우리네 눈빛을 보고, 코리 스탬퍼는 등땀을 뻘뻘 흘리며 어색하게 웃거나 한쪽 구석으로 가서 침을 뱉듯 욕설을 내뱉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 어깨 너머 거울에 붙어 있는 상표(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표 속 텍스트)를 포착하고 고양이마냥 동공을 확장시킨 채 바위처럼 서 있을 수도 있다.
 
그녀, 아니 lexicographer들이 하는 일은 정확하게 다음과 같다. ‘but’, ‘like’, ‘as’와 같은 단어들의 용례를 하루 8시간씩 며칠 동안 들여다보고 있다가 눈이 멀어버리거나 “지옥에나 가버려!”하고 괴성을 지르고 조용히 ‘부사’로 분류시키는 것이다. 운전을 하다 흥미로운 어휘가 적혀 있는 간판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일단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고 차선을 길가로 변경 시켜 화질 낮은 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기도 한다. 나름 다이내믹하다. 표준영어의 자리에 절대 들어올 수 없을 거라 맹신하고 있던 ‘irregardless(이중부정)’를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인정한 일화는 그녀의 언어일생에 있어 뼈아픈 기억이다.
  
사전편찬자들에게서 단어의 현장이란 이런 것이다. 어떤 숙어의 본 적 없는 활용을 만나기라도 하는 날엔 그들은 ‘오, 이런 변화가 생겼군’하고 놀라기만 하지 않는다. 드래곤이라도 만난 것처럼 아름답고 귀한 표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수첩을 꺼내 기록하고 뚫어져라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더듬더듬 인용문을 확인하며 용도와 목적을 확인하고 정의 내리기를 시도한다. 그렇다. 어김없이 8시간 동안 며칠에 걸려서. 아무하고도 대화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땀을 닦으며. (어떤 단어는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무실에는 코리처럼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가 퇴근할 무렵에야 퀭한 얼굴로 고개를 드는 자들이 전부다. 음,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드’들끼리 모여 ‘너드’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일을 하다 보니 활자중독자가 된 것인지 원래 활자중독자여서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혼동이 오지만 그녀의 직업정신에 대한 진정성을 따지는 일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진 않다. 자신들을 너드라고 칭하며 lexicographer의 일을 희화화시키고 있긴 해도, 이토록 성실하고 열정적인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에 독자들에겐 그들의 캐릭터가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찰진 유머 감각과 투철한 직업정신을 가진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어쩌면 당신도 ‘너드가 되고 싶은 욕구’를 느낄 지도 모르겠다. 너무 깊게 빠져버리면 안 될 것 같은 세계에 풍덩 빠져버려 사소한 변화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바보 같은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을 글 노동자라면 꼭 책을 읽고 이들의 일터를 꼭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직업적인 특수한 정보에는 큰 관심이 가지 않더라도 배꼽은 자주 빠져 한참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활자의 산더미에 파묻혀 횡설수설 정신을 잃어가는 코리 스탬프를 떠올리며 피식피식 웃다 킥킥 거리겠지만 어떻게든 ‘단어’의 장벽을 마주칠 수밖에 없는 또 한명의 글쟁이로서 슬쩍 눈물을 훔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유형의 ‘너드’로서 ‘너드’ 코리의 일일을 조용히 응원한다. 우리 모두의 유쾌하고도 짠내 나는 돈 벌기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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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 WORD BY WORD -

원제 : WORD BY WORD

지은이 : 코리 스탬퍼

옮긴이 : 박다솜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에세이, 인문학, 책읽기/글쓰기

규격
142 * 211 * 21 mm

쪽 수 : 388쪽

발행일
2018년 5월 20일

정가 : 16,500원

ISBN
979-11-5581-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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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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