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마음속 동그라미- 달과 6펜스 [도서]

글 입력 2018.06.1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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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제목이 달과 6펜스인 이유를 말해보자면, 달은 상상의 세계, 광적인 열정, 강성의 삶에 대한 지향을 이야기하고 6펜스는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의 은화로 돈과 물질의 세계를 뜻한다. ‘달과 6펜스’ 책은 ‘나’라는 나레이터를 통해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한 사람을 이야기한다. 그의 시작부터 끝을 보고 들으며 한 예술인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그의 삶은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다. 책은 항상 우리가 가보지 않은 세계를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지혜 또는 충고를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달과 6펜스’ 는 우리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고 있을까.

찰스 스트릭랜드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가정, 기본의식주(돈), 그림, 죽음이다.



6펜스의 세상 속 찰스 스트릭랜드 


차가운 금속 세상. 그는 증권 브로커로 돈과 누구보다 가까운 인간이지만 물질적인 삶에 회의를 느끼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그에게 돈이란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 않은 물건으로 분류된다. 6펜스의 세상 속에서는 인형처럼 잘 차려입은 슈트에 세상사에 관심이 없고 말이 없는 그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에게 가정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어서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했나 보다. 찾지 말아달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싶어 가정을 나와 다른 도시로 떠난다.

그는 가진 것 없이 그저 자기 자신과 그림만을 가지고 살아간다. 모든 일에 태연하고 의미를 두지 않는 그이지만 그림은 달랐다. 매일 방에 박혀 그림을 그렸고 가끔 나와 친구들을 만나는 정도였다. 그림을 그리면서 스트릭랜드의 삶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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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모두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사람과 그림이다. 모든 상황에 그림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그에게 사람과 상황 모두가 그림의 소재가 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 사람의 매력을 그림으로 완벽하게 재현한 후엔 미련 없이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스트릭랜드에겐 욕망만 있을 뿐 사람이라는 존재는 없었다.

그림은 찰스 스트릭랜드를 잡고 있던 본질적인 정신으로 그가 존재하는 이유를 뜻하기도 한다. 스트릭랜드는 ‘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너무 적절한 비유를 통해 보여준다. 어떠한 계획 없이 그저 그는 빠져 죽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모호함은 스트릭랜드라는 사람도 모호하게 만든다. 이해할 수 없지만, 매력적인 느낌.



달, 원하는 세상, 열정


돈이나 명성에 관심 없는 그(찰스 스트릭랜드)는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자기만의 기준이 있다. 소위 인간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제일 쉽게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 지위, 명성, 돈, 관심.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이 중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그림에 평가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이 세상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를 무관심.

나레이터의 시선으로 본 그는 현실에 있지 않고 어딘가 멍한 표정에 꿈속에서 사는 사람 같았다.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를 지님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중략-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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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려내는 스트릭랜드. 그에게 달의 세상은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사는 곳이었다.

어쩌면 사람 모두 달과 6펜스 중간에 살면서 시소 놀이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달에 가까이, 어떤 날은 6펜스(돈, 물질)에 가까이 닿을 수도. 일생을 시소처럼 앞뒤를 알 수 없는 하루. 과연 우리 삶이 끝날 때는 어느 곳에 편히 눈을 감을까. 스트릭랜드처럼 영원히 달을 희망하며 달에서 죽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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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주는 초인적인 힘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색채의 사용과 영감. 어떤 그림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신적인 그림들도 존재한다. 그만큼 예술이란 광기와 욕망이 초인적인 힘으로 나타난 분야다. 그렇지 않은가. 현실에서도 죽음의 문턱 앞에 자신의 있는 힘을 이용해 상상할 수도 없는 결과를 만드는. 죽음이 그가 그토록 표현하려고 하던 것을 이뤄낸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순간,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최고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살아온 것은 아닐까. 대단한 그 그림 하나 때문에. 마지막을 위해 처음부터 살아온 것일지도. 그의 마지막 그림은 그의 지독한 인간성까지 지울 정도로 대단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그림을 불태웠으니 영원히 자신 속에서만 존재할 것이다.



달과 6펜스를 처음 집어 든 나이는 중학생이었다. 책꽂이에서 읽지 않은 책을 찾다가 이 책을 처음 발견했다. 엄마와 같은 책장을 사용하던 나는 엄마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읽자마자 아닌 것 같다는 느낌에 책을 황급히 닫고 그 후 다시 찾지 않았다. 그러다 두 번째. 고등학생이 된 후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알아듣겠지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만 역시나 실패. 읽지 못하고 다시 책장에 꽂아 넣었다. 그 뒤로 책장을 훑으면 이 책이 눈에 들어왔지만 꺼내서 읽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 25살 지금, 문득 이 책을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읽기 시작했다. 책도 사람마다 만날 때가 있다고 했다. 적절한 때에 읽은 책은 그 사람에게 찰떡같이 흡수된다는 말을 이 책을 읽을 때 느꼈다. 20대 중반이 돼서야 달과 6펜스 책을 이해한 건 지금 달과 6펜스라는 세상 사이에 있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에 그려진 동그라미가 달인 지 6펜스의 동전인지 알아가는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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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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