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각'을 생각해 보다

책 '생각하기의 기술' 리뷰
글 입력 2018.06.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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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이 문장을 읽은 당신의 머릿속에는 거짓말처럼 코끼리 한 마리가 자리 잡았을 것이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했다는 이 말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 순간 코끼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순적인 인지방법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생각이라는 게 대체로 그렇다. 떠올리려 할 때는 무슨 짓을 해도 나타나지 않던 생각이 엉뚱한 순간에 고개를 들이미는가 하면 반대로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지배할 때도 있다. 분명 생각하는 주체는 나 자신임에도 생각은 내 통제를 수시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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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의 기술>은 누구나 매일 하는 '생각'에 대해 생각해 본 바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다. 책의 순서는 작가가 '천재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영감, 노력, 즉흥성, 열망, 사색, 탐구, 일상의 좌절, 모방, 절망, 순순한 기쁨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치 있는 그림 속에는 각 항목에 관한 작가의 생각과 경험이 충실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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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본다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내용으로만 가득할 것 같은데 실제로 책을 펼치면 광범위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제목이 <생각하기의 기술>인 이유는 '생각'이라는 커다란 개념이 그 모든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작은 개념을 넘어서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과 정보를 분석해 판단을 내리고, 고민하고, 또 결정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과거를 떠올리는 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 미래를 예측하는 일 모두를 뭉뚱그려 '생각'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생각은 일상과 맞닿아 있는 한편 인생 전반을 지배한다.

생각의 과정은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 뇌의 주인조차도 자기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생각하기의 기술>의 재미는 그 불가해한 영역을 그림이라는 형태로 눈에 보이게끔 풀어내는 데 있다. 예를 들면 '기회'가 실제로 사람을 찾아오는 무언가로 표현되거나(p 17 '기회가 노크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개미핥기를 데리고 산을 오르는 모습으로 그려내는 식(pp 24-25 '언덕을 오르는 방법')이다.

머릿속에 불분명한 언어나 두리뭉실한 직관으로서만 존재하던 생각이 그림이라는 명확한 형태를 띠게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 안의 생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무의식 차원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나 아주 일상적인 순간에 잠깐 스치는 감정조차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저자가 얼마나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관찰하고 또 성찰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 이 책은 곧 저자 본인의 '생각'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 하나의 일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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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생각하기의 기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대단한 생각을 하기 위한 노하우가 아니다. 저자는 특별한 비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충실히 내보인다. 그게 저자 자신의 어두운 부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책 속에서 그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도 금방 절망한다. 원하는 것을 이룬 다음에 그것을 몽땅 잃어버릴 거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때로는 허를 찌르는 말도 나온다. '졸업생에게 보내는 메시지'(pp 58-59)나 '독창적인 프로젝트'편(p 111), '실망의 법칙'(pp 64-65)이 그렇다. 자신도 모르게 쉽게 선택하는 편하고 안전한 길을 저자는 경계한다. 정답은 없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란 무언가를 '쏟아 부었을 때' 비로소 그 실마리라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치과 의사 일을 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그의 삶은 모든 걸 다 이룬 것처럼 보였는데,지금까지도 늘 아이디어와 씨름하는 모습을 보니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 싶어 웃음이 나면서도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조차 아이디어 때문에 골치아파 하는구나 싶어 심란해졌다. 세상 대부분의 일이 완성하기보다는 유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만화가든 소설가든 정식 작가로 데뷔한 다음 더 크게 슬럼프를 겪은 사람도 많다는 걸 떠올리면, 창작자가 되는 것보다 창작자로 살아가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창작자로 살아가는 저자의 '생각 일지'는 창작자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희망을, 이미 창작자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위로를 건네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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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창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창작의 개념은 확장된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창작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 아끼는 사람에게 어떤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할지 결정하는 일 등 일상의 순간부터 먼 미래를 계획하는 모든 일이 넓은 의미에서는 창작이고, 그 창작을 가능케 하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런 맥락에서 창작하지 않는 사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란 없다. 사람의 생각을 우주라고 한다면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마다 모두 각자의 우주를 지닌 셈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자신의 우주로 깊이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는 우주를 헤맨 끝에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다. 어렵게 발견한 반짝임은 너무 짧기에 다시 반짝이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컴컴한 우주로 들어가야 한다. 누군가가 강요하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빛을 본 사람은 포기할 수 없어 끊임없이 그것을 찾아 헤맨다. 어쩌면 미련해 보일지라도 헤맴의 과정에서 그 사람의 우주는 팽창할 것이다. 고통과 회의 속에서 헤매는 많은 사람에게, 진부할지라도 또 한번 응원을 보내고 싶다.





<도서 정보>




원제: The Shape of Ideas
글·그림: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공경희
분야: 경제경영>자기계발 / 에세이>그림 에세이 / 예술>만화
면수: 144쪽
ISBN: 979-11-5581-152-8 03320
판형: 148*220(양장)
정가: 13,800원
발행일: 2018년 5월 10일 
펴낸곳: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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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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