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 신태용, 월드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스포츠]

글 입력 2018.06.1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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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세계인의 축제’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단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러시아 전역은 이미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어있으며,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32개국의 국민,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전 세계의 팬들의 시선은 개막식이 열리는 러시아 모스크바로 집중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며, 강호 독일과 멕시코, 스웨덴에 맞서 두 번째 원정 16강을 노리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지칭하는 표현으론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이라는 공식 명칭부터, 우리 선수들의 투지를 상징하는 ‘태극전사’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각종 매체들에서 가장 흔히 부르는 별칭은 감독 신태용의 이름을 딴 ‘신태용 호(號)’다. 국가대표팀을 한 척의 배로, 신태용 감독을 함선의 선장으로 비유한 표현이다. 그만큼 축구라는 종목, 월드컵이라는 대회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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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신태용 감독을 만나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던 경험이 몇 차례 있다. 처음 마주쳤던 것은 20세 이하 월드컵 준비기간 도중이었던 2017년 3월 대표선수들의 기량 점검 차 고려대와 광운대 간의 U리그 경기가 열리는 효창운동장을 방문했을 때였다. 교내 스포츠 잡지기자 신분이었던 필자에게 신태용은 선수로서 K리그를 제패하고 감독으로서도 아시안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스타’로만 느껴졌다. 어렵게 말을 꺼낸 필자를 보고선 아주 쿨하게 사진촬영에 응해줬고, 그 자리에서 훗날 인터뷰 약속까지 잡아줬다. 얼떨떨했으나 사람 신태용을 긍정적으로 여기게 된 특별했던 순간으로 남았다.

두 번째 만남은 역시 U-20 대표팀이 대회 준비를 앞두고 머무르던 전주 시내의 호텔 로비에서였다. 대회에 출전하는 자교 선수인 조영욱(현 FC 서울)과 송범근(현 전북 현대)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신태용 감독이 등장했다. 전북 현대 소속 국가대표 수비수 김진수가 호텔에 인사차 들렀는데 그를 만나러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로비에 앉아있던 우리 기자들을 보고 ‘고려대 기자님들’이라며 먼저 인사를 청했다. 아주 짧은 만남 후 한 달 반이 지났는데도 대학생기자인 우리를 알아봐주는 것이 굉장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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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사에 삽입된 사진


그 다음 만남은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였다. 신태용 감독의 아들인 신재원이 고려대학교 축구부 소속으로 뛰고 있는데, 신재원과 함께 하는 부자(父子)인터뷰를 필자가 맡게 된 것이다. 이 인터뷰에 응해준 것 자체가 너무나도 신기했다. 3월에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 지나가는 말로 했던 약속을 기억해서 지킨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원래는 U-20 대회가 끝난 후 할 일이 없을 때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었는데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로 공석이 된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에 부임하게 되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할 법 했던 상황이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한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바쁜 시기에, 기성 언론도 아닌 교내 잡지 인터뷰를 위해 고려대 축구부 숙소까지 와준 신태용 감독에게서 아주 큰 고마움과 더불어 내면의 따뜻함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자체도 오히려 신태용 감독이 특유의 유쾌함으로 주도했고, 다소 부족했던 질문들도 상세하게 답변해줬다. 잡지에 들어갈 사진 촬영을 위해 부탁한 포즈들 역시 본인이 더욱 적극적으로 소화해냈다. 격의 없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난 놈’이라는 선수시절 별명 그 자체였다.

여기까지가 필자가 경험한 신태용 감독의 이야기다. 반면 국내의 보도 및 댓글 문화는 신태용 감독을 썩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신태용 호는 평가전 등을 치르며 아쉬운 성적을 거둔 적도 있고, 언론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성격 탓에 기자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월드컵까지 부족한 기간 동안 팀을 추슬러야 하는 중책을 맡았지만 지금까진 조롱과 비난의 희생양이 되는 것 같은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탈락 위기였던 대한민국을 월드컵 본선무대에 올려놨고, 콜롬비아, 세르비아, 폴란드 등의 강호를 만나서 저력을 보여줬으며 숙적 일본을 4-1로 꺾고 동아시안 컵에서 우승컵을 따내기도 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새로운 플랜을 짜기 위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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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이 처음 국가대표 감독직에 올랐을 때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지켜봐주자”고 말했다. 그러나 고작 한 두 경기 만에 이들은 적대적으로 돌변했다.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비난의 내용 역시 경기력 자체보단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선발이나 근거가 부족한 ‘히딩크 부임설’ 등에 관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언사는 대표팀과 이들을 응원하는 국민들에게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월드컵은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이고, 그렇기에 이들의 땀과 눈물이 헛되게 소모되지 않으려면 경기장 안에서 뛰는 모든 선수와 코칭 스태프들이 투철한 투쟁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기장 안에서 투지가 없는 모습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의 눈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 첫 경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비난은 무의미하다. 지금은 신태용 호를 응원해야 할 때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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