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시간'을 사고 싶으신가요? '시간을 파는 서점'으로 오세요. [도서]

어떤 시간을 찾으시나요? 오래된 시간? 감성적인 시간? 시간이라면 넉넉하게 가지고 있답니다.
글 입력 2018.06.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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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서점>
독서생활자의 특별한 유럽 서점 순례

신경미 지음/ 352쪽
17,000원
카모마일 북스
출간일 : 2018년 5월 29일


 
‘시간을 파는 서점’
시간을 판다.

몇 해 전, 유명 방송인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시계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이를 소중히 여기고 가치있게 쓰라는 말이다. 돈이 많든 적든,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에게 ‘시간’은 똑같이 흘러간다. 국방부의 시계는 느리게 흘러간다는 우스개소리처럼 체감하는 속도는 다를지 몰라도, 어쨌든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게 주어진다. 이런 ‘시간’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을까?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표현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시간을 파는 서점’. 서점이 어떤 곳인가. 누구나 아는 ‘서점’의 역할은 바로 책을 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서점에서 책과 함께 ‘시간’을 판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에게 ‘시간을 판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국에서도 서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들었다. 서점들이 사라지는 시대에 서점들이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치는 현실 속에서 독자들이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책에 대한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유럽의 서점들은 책만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팔고 그 문화를 향유하는 시간을 판다.”

(8쪽, 책을 내며 중에서)


생각해보면, 유럽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건만. 어쩐지 유럽 사람들은 그 시간을 여유롭게, 천천히 흘려보내는 법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물론 내가 경험한 유럽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유럽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서 보낸 시간은 참 느리게 지나갔던 것 같다.

느리게 지나가는 내 시간 옆으로, 느리게 걷고 있던 수백년 전의 시간이 보조를 맞추는 곳.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땅. 통장을 개설하면 사나흘의 기간을 두고 은행으로부터 집으로 우편이 오는 세상. 웹툰, E-북, 온갖 앱으로 읽을 수 있는 휴대폰 안의 책들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는 곳. 한 손에 들고 있는 아이폰으로 노래를 듣고, 반대쪽 손에는 포켓북을 들고 다니며 활자를 읽는 사람들. 신간도서 옆으로 100년은 된 것 같은 고서가 놓여있는 서점. 집 구석에 있는 오래된 책을 중고 서점에 건네고, 또 다른 이가 맡겨둔 오래된 책을 집으로 데려오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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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리옹 근교, Saint Etienne 시 메인 거리의 한 서점/ 류소현)


안경을 집어들고, ‘내가 경험한 유럽’ 필터를 끼워넣는다. 유럽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서점들에서, 시간을 사고 판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 수 있을까?

빛 바랜 종이, 조금 닳아버린 가죽 양장에 묻은 손떼처럼 오래된 책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책이 살아온 시간을 판다. 책이 담고 있는, 그 책이 쓰여진 시대의 문화와 그 문화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살았던 시간을 판다. 책을 사러 들어간 서점에서, 책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에게 무언가 배우며 보내는 내 현재의 시간을 산다. 어느 모로 보나, 낭만적이다.

나는 책 읽는 속도도 느리고, 독서량도 적은 사람이다. 하지만 왠지 ‘시간을 파는 서점’에 가면 그런 건 상관 없을 것 같다. 읽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면 그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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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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