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책이 있는 공간에서의 추억

"시간을 파는 서점" 독서생활자의 특별한 유럽 서점 순례
글 입력 2018.06.1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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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공간에서의 추억


 서점, 헌책방, 도서관 등 책이 가득한 공간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갔던 헌책방에 대한 기억 덕분이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엄마 손을 잡고 오래 된 책들이 쌓여 있는 계단을 내려갔다. 백과사전이 한가득 꽂혀 있는 책장을 지나 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따뜻한 분위기에 오로지 책장들로 이루어진 공간이 나타났다. 책 하나하나 범상치 않은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게 보였다. 곳곳에는 타자기 등 골동품들이 놓여 있었다. 해리가 호그와트 입학 전에 방문한 서점같은 이 곳은 내가 처음 간 헌책방이었다.

 신림동에서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시는 헌책방이었다. 서점에서 볼 수 없는 절판된 책, 이상한 책, 그리고 다른 이의 손을 거쳐서 더욱 특별한 책까지. 어린 나에게는 보물섬처럼 보였다.

 갖고 싶은 책을 한 권 고르라는 엄마의 말에 헌책방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책장에서 <모모>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제목은 알았지만 학교에서 못 읽어봐서 내용이 궁금했었다. 비닐에 싸여 언뜻 봐도 관리가 잘 된 책이었다. 너무나 예쁘게 색이 바래 있었다. 전 주인이 그은 정직한 밑줄과 아름다운 메모들이 있는 책이었다. 내용도 재밌고, 꼭 마음에 들어 사기로 하고 엄마와 책을 보고 있을 때 한 커플이 들어와 <모모>가 있는지 물었다. 사장님은 딱 한 권 있다고 하셨고, 바로 우리가 들고 있던 책이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가장 아름다운 <모모>가 내게 온 특별한 기억이었고, 헌책방에 대한 추억의 상징물로 남았다.

 헌책방은 단지 중고책을 파는 서점에서 넘어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을 찾고 책 사이에 파묻혀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책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


<시간을 파는 서점>
독서생활자의 특별한 유럽 서점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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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시간을 파는 서점>을 알게 되고,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서점 순례기라니, 그것도 유럽의. 친구와 서울의 도서관을 찾아다닌 적은 있지만 동네 서점을 찾아다닐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책이 가득한 공간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럽 서점 순례기라는 주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해외의 미술관이나 카페 등에 대한 책은 많이 접했지만, 서점에 대한 책은 처음이라 새로운 느낌이기도 했다. 외국의 서점은 한국의 서점과는 어떤 게 비슷할 지, 또 어떻게 다를 지 궁금했다. 책을 사랑하는 독서 생활자가 쓴 책이라고 하니 그 애정과 전문성이 기대되었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은 공간



“책마을의 가치는 오래된 책의 가치만을 말하지 않는다. 사라져가는 책, 소멸 또는 잊혀가는 책을 되살려 놓는 데 의미가 있다. 반듯하고 세련되고 편집이 잘 된 요즘의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래된 책 향기에서 발산되는 권위스러운 아우라의 향취가 있다. 지적 허영심보다는 지적 향수를 가지게 하고 고전의 맛을 슬쩍 맛볼 수 있는 발효된 향기를 품은 헌책들. 옛 주인과의 만남을 정리하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책들. 어쩌면 각각의 책들도 인생이다.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해주는 만남이다. 먼지 풀풀 나는 고물상 같은 서점이 아니라 고서를 잘 보관해서 추억과 가치관을 전시하는 책방. 네덜란드의 책마을 브레이더포르트는 책마을의 역사를 팔고 책마을의 정신을 파는 곳이다.” (152쪽, 네덜란드 책마을 브레이더포르트, 중에서)

“오래된 나무향을 맡을 수 있는 계단과 책장을 넘나들며 서점 안을 배회하는 것이 시간여행을 하는 셈이다. 전설로 남게 된 책표지를 포스터로 만들어 놓은 것도 있고 갖가지 문구로 재탄생된 책을 소재로 한 아트용품 그리고 책 향기와 나무 향기를 상큼하게 맡도록 해주는 은은한 꽃향기까지.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서점이다.” (298쪽, 런던 최고 서점과 최대 서점의 향기 중에서)


 책의 제목만 읽고 프리뷰의 첫 문단을 썼는데, 책의 내용이 이러한 부분이 있었다. 고서가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이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헌책방은 중고책을 사고 판매하는 공간인 동시에 박물관의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인 것이다. 자체로도 이야기를 가지는 책에 시간이 담겼으니 더욱 특별해진다. 거기에 담긴 특유의 깊이를 이해하는 저자의 책의 내용이 더욱 기대된다.



네 딸과 함께 한 유럽 서점 순례


“네 명의 딸들에게
유산으로 남겨 줄 대단한 것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고자
네 딸들과 함께
유럽의 도서관, 서점 등
책이 있는 공간을 순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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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있는 공간에 대한 좋은 추억은 책에 대한 애정이 되어 마음의 힘을 길러준다. 변하지 않는 가치와 관련된 추억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딸들의 추억을 만들어 준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 유럽 곳곳에 숨겨진, 저자가 발견한 아름다운 서점들도 책에 담겨있는 모양이다. 각자 문화공간이 된 서점들의 다양한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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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서점> 정보



신경미 지음
352쪽|값 17,000원|카모마일북스
148*225mm
출간일 2018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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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에 대한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유럽의 서점들은 책만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팔고 그 문화를 향유하는 시간을 판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살고 있는 네덜란드의 데이븐떠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포르투갈의 서점과 책마을을 순례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고서점과 독립서점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서점으로 손꼽히는 부칸들 도미니카넌과 반더스 인 더 브루어른, 네덜란드의 책마을 브레이더포르트, 브뤼셀의 책마을 흐뒤와 음식과 독서를 연결한 서점 쿡앤북, 프랑스의 르 블뤼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책의 도시였던 리옹에서 만난 서점의 역사, 독일의 역사적인 서점문화를 보여주는 노이서 부흐 운트 쿤스트리안티쿠아리아트, 마이어셰 드로스테 서점, 후겐두벨, 하인리히 하이네의 하우스, 영국의 워터 스톤즈, 해저즈, 포르투갈의 버트란드, 리브라리아 레르 데바가르, 포르투 렐루 서점 등을 소개한다.



저자 신경미

현재 밀알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했다. 어릴 적부터 친척 집에 놀러 가면 그 집의 서재나 책꽂이부터 찾았다.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도 친구들은 TV를 보거나 먹고 떠드는 동안 구석에서 책을 읽다가 다 읽고 나서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남편의 유학을 따라 딸내미 셋을 데리고 네덜란드로 날아갔다. 네덜란드에서 전업주부로 살면서 넷째 딸을 낳았다. 낯선 땅 네덜란드에서 육아의 고됨과 주부 우울증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몸부림에서 네 딸들과 유럽의 서점들을 순례하였다. 네 딸들에게 유산으로 남겨 줄 대단한 것이 없어서 추억을 남겨주고자 딸들과 함께 순례한 유럽의 도서관, 서점, 책 문화를 블로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였고 브런치 작가로까지 활동 지경을 넓혔다. 네덜란드에서 네 명의 딸을 키우고 있어서 필명을 ‘네딸랜드’라고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쳤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선생님이기 때문에 자녀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연약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 부분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탐색한다.



목 차

책을 내며: 우리는 그렇게 서점 속으로 들어갔다.

1부 네덜란드에서 시간을 파는 서점을 찾아 출발
1장 꿈꾸는 책들의 도시
유럽의 최대 책장터 · 고서점 거리 · 당신을 위한 책을 만들고 인쇄합니다
북하우스 · 끄네벨 꼬믹스 · 파피루스 · 쁘람스트라 · 헷 안티크아리아트 ·알터노트

2장 암스테르담의 독립서점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서점 · 부칸들 로버트 쁘렘셀라
멘도 · 부키 우키 · 타센 · 아키텍추라 앤 나추라

3장 네덜란드의 역사적인 자부심이 서린 서점
아테네이움 부칸들 · ABC · 스헬트마 · 드 킨더북빈클

4장 헤이그의 알록달록한 서점들
판스토쿰 · 팩맨 · 스탠리 앤 리빙스톤

5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부칸들 도미니카넌

6장 나만 알고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서점
반더스 인 더 브루어른

7장 책마을에서 공정여행을 배우다
네덜란드의 책마을 브레이더포르트


2부 벨기에와 프랑스의 매력적인 서점들
1장 사라지는 책들의 운명이 되살아나는 책마을
벨기에의 책마을 흐뒤

2장 브뤼셀의 정말 예쁜 서점들의 매력에 푹 빠져 보실래요?
트로피슴 · 르 울프

3장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서점
쿡앤북

4장 푸른 수레국화가 그려져 있는 책방
르 블뤼에

5장 그때도 지금도 예술적인 장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6장 역사 속으로 사라진 책의 도시 리옹의 어느 멋진 서점
르 발 데 아르덴츠


3부 독일, 영국, 포르투갈의 서점 속으로
1장 숨은 보석 같은 무한대의 감동을 주는 서점
노이서 부흐 운트 쿤스트안티쿠아리아트 · 마이어셰 드로스테 · 후겐두벨

2장 하인리히 하이네의 생가가 서점과 문학카페로
하인리히 하이네 하우스

3장 런던 최고의 서점과 최대 서점의 향기
워터 스톤즈 · 해저즈


4장 파두의 선율을 닮은듯한 리스본의 서점들
버트란드 · 리브라리아 레르 데바가르

5장 전통과 아름다움으로 시작한 서점의 변화
포르투 렐루


에필로그: 시간을 파는 서점에서 다시 일상으로

참고자료
책에 수록된 서점 정보
편집후기





[송재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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