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올라운더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금호아트홀 < 데니스 코츠킨 Piano >

글 입력 2018.06.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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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크면 실망도 쉬운 법이다. 그런데 기대가 컸는데도 그 기대치를 넘도록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번에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만난 데니스 코츠킨의 연주는 그 어려운 것을 해내는 놀라운 무대였다. 성공적인 첫 내한무대였다.





Programs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건반악기를 위한 모음곡 제1권, 제7번 g단조, HWV432
Georg Friedrich Händel Suite for Keyboard, Vol.1, No.7 in g minor, HWV432
Overture. [Untitled] – Presto –Adagio – [Untitled]
Andante
Allegro
Sarabande
Gigue
Passacaille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를 위한 3개의 인터메조, Op.117
Johannes Brahms 3 Intermezzi for Piano, Op.117
No.1 in E-flat Major. Andante moderato
No.2 in b-flat minor. Andante non troppo
No.3 in c-sharp minor. Andante con moto


​벨러 버르토크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야외에서, Sz.81, BB89
Bela Bartok Out of Doors(Szabadban), Suite for Piano, Sz.81, BB89
Sippal, dobbal (With Drums and Pipes)
Barcarolla
Musettes
Az ejszaka zeneje (The Night's Music)
Hajsza (The Chase)


I N T E R M I S S I O N

클로드 드뷔시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전주곡, 제1권, L.117
Claude Debussy 12 Préludes for Piano, Book I, L.117
Danseuses de Delphes. Lent et grave
Voiles. Modéré
Le vent dans la plaine. Animé
Les sons et les parfums tournent dans l'air du soir. Modéré
Les collines d'Anacapri. Très modéré
Des pas sur la neige. Triste et lente
Ce qu'a vu le vent d'ouest. Animé et tumultueux
La fille aux cheveux de lin. Très calme et doucement expressif
La sérénade interrompue. Modérément animé
La cathedrale engloutie. Profondément calme
La danse de Puck. Capricieux et légere
Minstrels. Modéré


조지 거슈인 랩소디 인 블루(피아노 독주를 위한 편곡)
George Gershwin Rhapsody in Blue(arranged for Solo Piano)



 

1부의 시작은 헨델의 작품이었다. 쳄발로의 날카로운 소리로 듣다가 피아노 음으로 들으니 사운드가 확실히 더 풍부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데니스 코츠킨이 다소 긴장했던 것인지 몇차례 실수가 있었다. 건반의 컨디션이 불안정했던 것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그래도 코츠킨은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페이스대로 파사칼리아까지 무사히 마쳤다. 초중반에 있었던 흔들림은 감동적인 사라방드와 기교와 맹렬한 돌진이 난무하는 지그 그리고 대위법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했던 파사칼리아로 완전히 지워져버렸다.

뒤이어 코츠킨은 브람스 인터메조를 연주했다. 방금 전까지 홀을 가득 채웠던 헨델의 정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주 부드럽고 온화하며 안정적인 분위기의 1악장이 부드럽게 울려퍼졌다. 이 곡은 3악장 전체가 안단테이고 특별하게 기교적인 어려움이 없어서 연주자의 해석력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1, 2악장의 경우 모두 '내향적인 분위기'라고 표현이 되는데, 들어보면 어떤 대상을 묘사하기 위한 곡이 아니라 상태 그 자체를 그려낸 곡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코츠킨의 연주는 아주 고즈넉하고 평화로우며 충만한 상태의 1악장을 그려냈고 한층 달달한 정서가 묻어나는 2악장을 부드럽게 전달해주었다. 이와는 다르게 3악장은 어둡고 침잠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다소 체념한 것 같은 정서가 느껴졌지만 다시 처음의 분위기로 돌아가 마무리 지은 코츠킨. 1악장에서 3악장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정말 물흐르듯 연주되었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저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브람스를 뒤이어 다시금 놀라울 정도로 분위기가 쇄신되는 곡이 나왔다. 바로 바르토크의 작품이었다. 처음 듣는 곡이라 연주회에 오기 전까지 꾸준히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놀라운 곡이었다. 1악장부터 5악장까지 정말 변화무쌍한 매력이 난무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들으면 더 놀라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었고 그에 합당한 연주였다.

코츠킨이 '야외에서' 1악장을 연주하기 시작하자마자 거침없고 원초적인 화성이 쏟아져내렸다. 이전의 브람스에서 느꼈던 그 정서는 다시금 사라져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무드가 홀을 채웠다. 특히나 바르토크는 이 작품의 악장마다 사뭇 다른 분위기들을 조성했는데, 기복이 심하고 아주 유동적인 2악장을 지나 백파이프 음향이 느껴지는 3악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드라마틱했다. 몰아치는 기교와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의 환기로 그저 코츠킨이 이끄는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4악장에서는 코츠킨의 연주에서 벌레 우는 소리가 정말 연상이 될 정도였다. 4악장의 이름은 '밤의 음악'이고, 이 악장은 귀뚜라미와 개구리의 울음을 그려낸 장면이 있는데 정말 벌레들이 서로 울음을 토해내는 숲길을 밤산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5악장은 정말 쫓고 쫓기는 긴박함에 손에 땀을 쥐고 연주를 듣게 되었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정말 긴장의 연속이었는데 끝나는 순간 느끼는 그 희열이란. 말 그대로 브라보였다. 이 작품은 코츠킨이 유일하게 암보하지 않은 곡이었는데,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이 기괴한 화성과 절묘한 분위기의 묘사를 다 외우기는 결코 쉽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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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직후, 코츠킨은 드뷔시 전주곡 1권을 연주했다. 드뷔시의 전주곡이 재미있는 점은, 그가 전주곡에 제목을 붙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드뷔시 전주곡은 그 제목을 연상하면서 들으면 감상의 폭이 넓어진다. 가끔은 세밀하게 또 때로는 심술궂게 묘사하는 드뷔시의 매력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츠킨의 드뷔시 전주곡 연주에서 가장 재미있게 들은 것은 7곡, '하늬바람이 본 것'이었다. 기교적인 면이 드러나고 짧은 시간동안 아주 격렬하고도 극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 곡에서 까다로운 기교를 화려하게 잘 풀어내는 코츠킨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뒤이은, 유명한 8곡 '아마빛 머리의 아가씨'는 유려하고 아름답고 너무나 섬세하게 전달해주었다. 동경에 가득찬 그 시선이 느껴질만큼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연주였다.

10곡에서의 연주 역시 인상적이었다. 물에 잠긴 대성당이 어느 날 갑자기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는 전설을 그려낸 이 곡은, 프렐류드 중에서도 길이감이 있는 편이고 그 안에서 성당의 떠오름과 가라앉음이 그려질만큼 분위기의 변화가 느껴진다. 코츠킨의 연주는 정말 그 장면들을 연상하게 만들었다.브람스 인터메조 연주에서 코츠킨이 해석력을 보여주었다면, 드뷔시 프렐류드 연주에서는 표현력과 묘사력을 가감없이 보여준 것이었다.


대미를 장식한 곡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였다. 2006년 처음 이 곡을 알게 된 그 때부터 변함없이 사랑하는 곡. 마지막을 장식한다니 더욱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입부의 템포가 조금만 더 느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관현악 버전에서만큼 감질나는 도입이 아니라 코츠킨은 아주 빠르게 들어갔다. 그게 아쉬웠다. 그래도 그의 연주로 금관악기의 우렁찬 소리와 목관악기의 치고 빠지는 매력들 그리고 함께 하는 피아노 음들을 짚어가며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곡의 매력은 관현악 버전이 끝나는 대목에서부터 시작된 패러프레이즈였다. 관현악 버전 그대로 연주되었던 부분에서는 각 악기들의 복합된 사운드를 살리는 데 집중했기에 피아노가 가진 매력을 온전히 발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즉흥적인 독주가 시작되면서 피아노가 가진 자유분방한 매력을, 코츠킨은 아주 몰입하면서도 여유롭게 보여주었다. 마지막이 가까워오는 순간을 아쉬워하지 말고 그 순간까지도 즐기자고, 그의 타건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매력적인 거쉰의 분위기를 이어 코츠킨은 첫번째 앵콜곡으로 거쉰의 The Man I Love를 연주했다. 아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직전의 에너지가 발산되는 분위기에서 또다시 분위기를 전환했다. 뒤이은 앵콜곡 역시 대미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아주 부드럽게 승화시키는 곡을 선택했다. 그리그의 서정 소품집 Op.43 중 '봄에게'였다.

마지막 앵콜까지 끝내고 들어가는 코츠킨의 모습이 조금 피곤해보였다. 그만큼 그가 무대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데니스 코츠킨은 홀 패키지였다. 기본기, 해석력, 기교, 표현력에 흡인력까지. 시대와 사조를 넘나드는 올라운더였다. 말 그대로 팔색조의 매력을 보여주는 첫 내한무대였다. 다만 무대가 다 끝나고 나니 궁금해진 것은, 왜 그가 러시아 작품은 한 곡도 다루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앵콜에서는 러시아 작품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데니스 코츠킨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에프가 궁금해졌다. 또다시 그가 한국에 좋은 프로그램들로 찾아와주길 고대해야겠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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