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다루마리에서 굽는 부패하는 경제 [도서]

글 입력 2018.06.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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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취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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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반적으로 이스트로 만든 빵을 먹는다. 하지만, 더 많이 더 빨리 빵을 만들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이스트는 과연 우리들에게 도움을 주는지 의문점을 들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천연'이라고 쓰여 있는 식품들의 그 단어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와타나베 이타루는 부인 마리코와 함께 지즈 마을에서 '다루마리'라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윤을 남기지 않는 빵집'. '일주일에 사흘을 문을 닫는 빵집'. 이런 별명을 가진 빵집에서 그는 이러한 의문점들을 풀어가며 천연발효종 빵을 굽고 있다. 사람을 값싸게 부리기 위해 자연과 동떨어진 음식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사회에 반기를 든 제빵사 와타나베 이타루는 진정한 노동의 가치와 진정한 경제를 찾아가며 그 안에서 행복을 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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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에 이끌려다니는 인생 ; 균본위제


이타루의 가족은 세번의 이사를 했다. 균을 더욱 잘 발효시키기 위해 발효에 적합한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욱 적합한 지역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또한, 균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환경을 찾기 위해 플라스틱 통을 사용하지도 않는 등 모든 생활 패턴의 중심은 '균'에 의해서 돌아간다. 삶의 가장 중심에 자연에 가장 예민한 균이 중심이 되어주고 있으니 이타루 가족의 삶은 균이 중심이 되는 '균본위제'인 것이다.

다루마리는 전통적인 제조법에 따라 균을 만들어내지 않고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천연균으로만 발효시킨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효되는 균은 본인들만의 메세지를 이타루에게 전달하기에 그는 그 메세지를 받기 위해 항상 오감을 깨우고 있는 중, 양질의 발효를 위해 필요한 것은 깨끗한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좋은 발효를 위해서는 그 지역의 깨끗한 물과 함께 지역사회의 순환도 중요하다. 지역의 순환은 다루마리가 그리는 꿈이기도 하며 그 지역의 상품들을 사용한 발효와 제빵은 좋은 상품을 만드는데 큰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지역 사람들이 이 재료들을 자연재배하면 자연재배 농지가 넓어지면서 야산 생태계가 보전되고, 지하수는 더 깨끗해지며 발효는 더욱 성공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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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다루마리는 자본주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만든 빵집이다. 다루마리가 지향하는 소상인의 가치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노동자가 생산한 만큼 노동자에게 돌려준다면 이윤은 발생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본인의 기술을 연마하여 노동력의 교환가치를 높게 유지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높은 가치를 가지는 재료들을 구입하여 상품의 교환가치도 높게 유지한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부당하게 부풀리지도 깎지도 않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중하고 공손하게 사람들에게 전하는 노력을 한다면 이윤보다 훨씬 소중한 것을 판매할 수 있다. 정성과 수고, 애정을 담아서 빵을 만들고 그 댓가로 정당한 가격을 받는 것이다.

또한, 다루마리의 일상은 워크-라이프 밸런스가 잘 되어있다. 다루마리 빵집의 일상은 일과 생활이 뒤섞여있는데 생활 속에 일이 있고 일 속에 생활이 있는 날들을 보낸다. 일을 한 후, 생활 속에서 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경계가 없이 섞이며 지치지 않는 행복과 가치있는 노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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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런 경제사회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 경제 생활을 하고 있는가. 얼마나 자연과 가까이 살고 얼마나 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려고 했는가. 우리는 얼마나 일과 생활을 분리하고 얼마나 우리의 일을 즐기고 있는가. 이 책은 어려운 책이 아니다. 마르크스, 자본론, 경제, 레닌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지만 절대 어려운 단어와 '유식한' 언어로 책을 쓰지 않았다. 우리의 일상에서, 그들의 빵집에서 우리가 충분히 경험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삶 속의 질문들에서 자본론을 찾고, 제빵에서 경제를 찾고 인생에서 행복과 풍요를 찾는 시골빵집 다루마리.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인생과 사회에 또 다른 다양한 질문들을 던질 수 있다.


[김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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