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왜 하트시그널은 큰 인기를 끌었을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6.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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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에 시작해 큰 인기를 끌었던 채널A의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 시즌 2"가 지난 금요일 그 끝을 내렸다.


<프로그램 소개>

썸만 타며 애태우는 청춘 남녀들을 위한 무의식이 보내는 심장 신호 하트시그널이 밝혀진다! 무한한 썸을 타는 공간 '시그널 하우스'를 찾아온 청춘 남녀들의 짜릿한 두 번째 동거 이야기


청춘 남녀들이 함께 생활하며 썸을 타고 서로의 인연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프로그램. 사실, 이러한 유형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전에도 많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들은 방송될 때마다 "과연 사실인가 시나리오인가"라는 논란에 휩싸였고 기억에 의하면 결국 좋지 않게 끝이 났던 듯하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에 별 관심이 없는 필자에게 그래도 하트시그널 2는 꼭 봐야 한다며 추천을 해준 지인들이 참 많은 것으로 보아 하트시그널 2는 이전에 존재했던 프로그램들에 비해 더 큰 사랑을 받았던 듯하다. 하트시그널은 이런 논란을 어떻게 극복하고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비록, 하트시그널 애청자는 아니지만 그 이유가 참 궁금해졌다.



Point1. 현실과 판타지, 그 사이에 위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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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시그널 2>의 출연진들은 모두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다.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 일식 셰프 등 왠지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사람 한둘쯤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흔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예인처럼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등장인물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기존의 연애 프로그램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시청자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연진들이 정말 일반적인가? 사실, 출연진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와 대단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프로그램도 이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특히, <하트시그널 2>는 시청자들이 시나리오에 의한 방송에 대해 분노를 느낄 만큼 현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상적인 모습을 바란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다. <하트시그널 2>의 인물 소개 부분만 보면 이 프로그램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인지 아니면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짜여진 시나리오와 역할에 맞추어 촬영되는 드라마처럼 하트시그널의 출연 인물들은 각각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이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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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자체도 이상과 현실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지만 사실, 그 내용들을 보면 <하트시그널 2>의 제작진이 얼마나 똑똑하게 시청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지인들의 권유로 뒤늦게 <하트시그널 2>를 보기 전,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은 출연진 중 김현우와 오영주의 음성이 큰 이슈를 끌면서였다. 출연진이 직접적으로 보이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음성만 들었을 때, 출연진인 오영주와 김현우는 속삭이듯 무엇인가 오해하고 있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추측으로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이슈를 끌었다.

이러한 장면의 삽입은 카메라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출연진들이 연출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해준다. 이후, 김현우가 사랑 고백을 했다는 여론이 세지자 제작진 측에서 원본을 확인한 결과 그러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출연진의 얼굴도 안 나오는 부분을 제작진이 방송에 삽입했다는 것 자체가 이러한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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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연인에 대해 기대하는 이상적인 모습들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쉽게 매력을 느끼는, 또는 연인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아마 상대가 자신의 사소한 것까지도 기억해주고 챙겨준다는 점일 것이다. 이를 이용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김현우, 오영주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던 또 다른 출연진, 김도균은 방송 내내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인 임현주에 대해 무엇이든 기억하고 챙겨주는 자상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는 임현주가 산딸기 맛을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특별히 마카롱을 사 오고 임현주가 산딸기 맛 마카롱을 먹게 해주며 그녀가 지루성 피부염으로 속상해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자극이 적은 클렌저를 선물해준다.

방송은 김도균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진들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이상적인 연인에게 기대할 만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계속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주변에 존재할 것 같은 일반인들이 행하는 이상적인 연애. <하트시그널 2>는 이러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속에서 현실과 판타지,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Point2. 무게를 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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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순히 이상과 현실 사이에 위치했으므로 이 큰 인기를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트시그널 이전에도 일반인들이 출연한 연애 프로그램은 존재했었다. 그렇기에 생각한 <하트 시그널 2>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두 번째는 "무게를 덜었다"라는 것이다.

<하트시그널 2>의 포스터나 소개를 보면 그 어디에도 "리얼리티", "현실"과 같은 단어들을 찾아볼 수 없다. 현실성을 기대한다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이를 강조했던 이전의 프로그램들과 달리 오히려 <하트시그널 2>는 "러브라인 추리게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현실성을 강조하다가 시나리오임이 들통 나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이전의 경우들과 달리 오히려 <하트시그널 2>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출연진들 사이의 러브라인을 예상해보고 알아맞히는 하나의 게임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이로써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것이 현실이냐 가짜냐가 아닌 관계를 맞출 수 있냐 아니냐로 이동시켰고 프로그램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책임을 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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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들의 상황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연예인 패널들의 존재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책임 또한 덜어준다. <하트시그널 2>는 단순히 출연진들의 상황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을 통해 보고 그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나누는 연예인 패널들의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이들이 앞으로 출연진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모습은 리얼리티가 아닌 하나의 추리 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강화시킨다.

또한, 연예인들이 출연진의 관계와 연애에 대해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남의 연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출연진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책임을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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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시그널 2>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번 프로그램은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애청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결말이었다는 평이 강하긴 했으나 어쨌거나 전체를 보았을 때, <하트 시그널 2>가 큰 인기를 끌었음을, 제작진이 시청자가 원하는 바를 똑똑하게 파악하고 미디어에 반영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결말을 다 알아버린 상태이긴 하지만 필자도 아직 못 다 본 <하트 시그널 2>를 보며 대리 썸을 타러 가봐야겠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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