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읽는 수능 국어 지문 무진기행 _ 김승옥 [도서]

내면으로의 여행
글 입력 2018.06.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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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의 여행
「무진기행」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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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무진기행>은 뛰어난 문체와 인간 내면에 대한 심도 있는 사색을 보여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진기행>이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읽었을 때쯤 왜 윤희중이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었다.

소설은 윤희중이 버스를 타고 무진에 들어서면서 시작한다. 그는 무진의 명물이 ‘안개’라 말한다. 안개는 소설 초반부터 무진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그 속을 분간하기 힘들다. 서울을 떠나 무진에 도착한 윤희중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무진에서만 하게 되는 생각을 한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중략)...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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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윤희중은 무진에서 세 사람을 만나게 된다. 현재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박, 윤희중의 동창이자 세무서장인 조, 무진에서 음악선생을 하고 있는 하인숙이 그들이다. 박은 윤희중의 후배로 그를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를 고백하고 남몰래 하인숙을 좋아하는 어리숙한 모습에서 박의 순수함을 찾아볼 수 있다. 세무서장 조는 윤희중을 남몰래 질투하고 있었던 듯하다. 때문에 윤희중에게 본인이 성공했음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윤희중은 조에게 하인숙을 색시감으로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조는 윤희중에게 ‘돈 많고 빽 있는 과부’를 잡아놓고 본인이 하인숙처럼 별 볼 일 없는 여자와 어울리느냐고 반문한다. 마지막으로 하인숙은 성악을 전공했었지만 지금은 술자리에 불려나와 유행가나 부르게 된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대학 다닐 때’의 일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녀는 나비부인의 <어느 개인 날>과 <목포의 눈물>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속적인 것과 순수함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이다.

윤희중이 무진에 와 하필 이 세 사람을 만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윤희중은 박과 조와 하인숙에게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박은 순수함을 추구하던 과거의 나, 조는 세속적인 것을 추구하는 나, 그리고 하인숙은 그 둘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이다. 윤희중이 하인숙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는 이유도 그녀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윤희중은 6·25 전쟁이 터졌을 때, 병역의 의무를 피해 무진으로 도망 온 적이 있다. 그는 골방 안에서 도망쳤다는 부끄러움과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끊임없이 괴로워한 적이 있다. 이는 하인숙이 서울로 가고 싶어 하면서도 무진에 정착하려하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윤희중은 하인숙의 그런 모습에서 지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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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은 윤희중에게 어떤 공간일까. 무진은 그에게 ‘개인적’인 공간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공간이다. 그가 처음 무진에 도착해서 보는 것은 미친 여자이다. 이는 무진이 이성적이라기보다 무의식적이고 비논리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윤희중에게 무진은 제약회사의 상무, 남편이라는 사회적 책무로 가득 찬 서울에서 벗어나 개인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다.

윤희중은 아내의 전보를 받고 무진을 떠나기 전 하인숙에게 편지를 썼다가 찢어버린다. 서울로 돌아가 주어진 책임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무진에서 찾은 무언가를 다시 묻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진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그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윤희중은 무진을 떠나고 다시 그의 내면은 무진의 안개 속에 존재한다.




[김새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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