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 시장의 자생적 생태계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아이디어 [문화 공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이상적인 플랫폼 형태
글 입력 2018.06.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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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인간 삶의 질 향상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고, 그러한 예술의 보급은 주로 예술 시장에서 이루어진다.예술 시장은 ‘예술성’이라는 특수성을 띠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시장의 한 종류에 불과하며, 결국 조직의 이익 극대화를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예술 조직의 재정 자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Baumol, Bowen의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 이론에서 이에 대한 근거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공연예술이 노동집약적 산업이기에 기술 혁신을 통한 한계비용 절감이 불가능하여 만성적으로 적자에 직면한다고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해보자면, 뮤지컬과 핸드폰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핸드폰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만드는 과정이 간단해지고, 그러면 사람을 덜 쓰게 된다. 인건비가 줄어들면 전체 비용도 줄어들고 여유 비용을 기술 개발에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은 어떤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노동자들의 노동 그 자체로, 노동자들의 기술 혁신은 오히려 임금 인상을 불러올 뿐이다. 연기를 더 잘한다고 해서, 관객이 그와 비례해서 많아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 비용이 줄어들 부분이 없이 늘어나기만 하는 것이다.

다른 예술 산업도 비슷하다. 결국 예술 산업은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하며 그와 더불어 기업과의 협력이나 외부의 후원을 받는 방식을 취해야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자체의 한계가 존재하기도 한다. 예술 상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꾸준히 상품을 구매할 뿐 예술 자체를 어렵게 여기고,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예술 상품을 접하고 시장에 유입될 기회가 적다. 예술 시장에 신규 고객의 유입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예술 시장의 유통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현상에 기인한다. 특히 전시 예술의 경우 예술가들은 화랑, 아트 페어 같은 중개 기관을 거쳐야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그를 통해야만 고객들을 만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예술 상품에 대한 프로모션이 광범위하게 진행될 수 없게 만들어 관심이 있는 계층과 무관심한 계층의 경계를 공고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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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조직의 재정 자립 불가능 현상의 가장 큰 문제는 작품에 대한 외부의 간섭으로 최초의 미학적 가치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술이란 투입되는 자본의 양과 비례하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님에도 보조금에 대한 결과가 과도하게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희소하거나 아예 새롭게 시장에 등장한 예술 분야의 경우는 시장 속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 경우 조직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경제적인 이유에서 활동을 중단하거나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작품에 대중적인 요소를 추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의 후원 방식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더 심해진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데에 목적을 두며 상대적으로 그러한 목적에 도움이 되는 예술 조직을 선택하여 후원한다. 그렇기에 예술 조직은 자신의 상품에서 기업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찾아 강조하거나 기업의 요구에 맞춰 그들의 상품을 마케팅에 활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원래의 의미가 훼손되기도 한다.

중개기관을 통한 예술 상품 유통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중개기관은 자신들을 거치지 않고서는 개인이 시장에 나올 수 없는 특성을 악용하여 신진 작가들에게 무리한 금전적 요구를 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는 결국 작품 자체의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결과를 불러 일으켜 권위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어 신규 고객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수행하고자 하는 역할을 예술 상품의 유통 과정 혁신을 위한 플랫폼 기획자이다. 우선 예술 조직의 재원 조성을 담당하는 사람을 ‘예술 상품 펀드레이저(이하 펀드레이저)’라고 일컫는다. 기존의 펀드레이저는 보조금을 획득하거나 후원금을 모금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예술 조직의 재정 자립을 위해서는 재원 확보의 새로운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 이 때 고안한 것이 크라우드 펀딩 형태를 통해 펀드레이징할 수 있는 예술 상품 거래 플랫폼이다. 이러한 플랫폼이 과거의 펀드레이저 역할을 대신하여 개인으로 하여금 직접적인 거래, 즉 재원 조성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개인들의 직접적인 거래는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

여기서 크라우드 펀딩과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그들의 개념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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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이란 군중을 의미하는 crowd와 자금 조달을 의미하는 funding의 합성어로 창의적 아이템을 가진 초기 기업가를 비롯한 자금 수요자가 온라인플랫폼에서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이다. 프로젝트를 플랫폼에 공개하고 목표 금액과 모금 기간을 정하여 익명의 투자를 받는다. 후원형, 대출형, 증권형 세 가지로 나뉘는데 여기서 예술 상품 펀드레이징의 경우 후원형(리워드형)을 기본으로 한다. 이 때 후원형을 통해 기부를 한 경험이 있는 벤처 기업의 증권에 관심을 가지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은 창작자가 이미 만들었거나 만들 콘텐츠를 프로젝트로 플랫폼에 올리면, 그에 관심이 있는 개인들이 거기서 발생되는 자금을 후원하고 그 후원 금액에 따른 리워드로서 상품을 제공받는 형식이다. 후원의 형태를 띤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 단순 후원도 가능하다.)

이러한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은 단순히 재원 조성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효용이 있다. 우선 수요를 미리 파악한 뒤 생산하는 형태이기에 손해를 방지할 수 있고, 필요 없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예술 상품의 경우 재고가 남지 않고 소멸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 충족되지 않은 수요는 모두 손실이 된다. 하지만 선주문 형태의 방식을 취한다면 이러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홍보로 유도될 수도 있다. 후원의 대가로 상품을 얻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성공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후원자들은 성공을 위해 SNS나 주변 사람들에게 프로젝트를 알리게 된다. 뿐 아니라 펀딩 플랫폼 자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 해당 콘텐츠가 생소한 유형이어도 그 플랫폼의 기존 이용자들에게 노출이 되어 자연스럽게 그들이 그 콘텐츠 시장의 신규 고객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이는 다시 말해 예술 시장의 신규 고객의 유입이고 시장 자체의 확대를 야기한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는 시장에 나오기 전 초기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개설된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곧 시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자신의 상품에 관심을 가지고 기꺼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고객이 일정 이상이라는 뜻이고, 이들은 시장 진입 후 충성 고객이 된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예술 상품의 개인 후원을 도모하는 플랫폼은 이미 많이 존재한다. 이는 펀드레이징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는 데에서 큰 가치가 있다. 창작자들이 재정적으로 자립하여 독립적인 작품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를 형성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플랫폼은 개인 간의 직거래가 아닌 단순히 후원의 형태로만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있다. 상품의 판매가 아닌 보상의 제공이므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거래가 중단되며,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거래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불확실성이 있다. 결국 현재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하나의 지속가능한 판매 유통 경로가 아닌 단순히 상품의 발굴이자 초기 자본과 충성 고객의 확보를 통해 판매의 시작을 도와주는 역할에만 그치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유통 과정의 혁신을 위해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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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그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아주 까다롭다. 나도 처음에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해 하루 종일 관련 문서만 찾아 봐서 이제 조금 감이 잡힌 정도이다. 블록체인은 미래지향적 기술이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술이다. 지금은 열풍이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의 한 종류이다. 비트코인 얘기만 들어봤지, 어떤 원리인지는 모른다면 한 번 이번 기회에 살펴보도록 하자.

사용자들은 관리 대상 데이터를 ‘블록’이라는 분산 데이터 저장환경에 저장한다. 이는 P2P 방식, 즉 개인 대 개인의 쌍방향 전송 방식을 기반으로 생성되며 이러한 블록은 각각의 모든 사용자들의 개인 통신망에 저장된다. 연결된 각각의 컴퓨터는 서버이자 클라이언트 역할을 하며 정보를 계속 공유한다. 이러한 블록을 계속 체인 형태로 연결하며 가장 길고, 확실한 데이터를 유효한 데이터로 인정하는 상호 검증 방식으로 신뢰성을 획득하는 공공 거래 장부 개념이며 그 형태를 따서 ‘블록체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서버가 중앙화 되지 않고 개인에 분산되어 저장되어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고 누구나 변경의 결과를 열람할 수 있어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기존의 금융 시스템의 경우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거래 정보를 보호, 관리하는 데에 반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는 모든 거래 정보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한 상태이기에 이중지불이 불가능하여 공신력 있는 중앙 서버의 보증 없이도 당사자 간의 안전한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오히려 더 신뢰성 있는 거래라 볼 수 있다. P2P 형식이기에 어떤 중앙 서버가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 모두가 주축이 되어 콘텐츠를 결정하고 그 가치를 판단하여 자유롭게 공유, 전송할 수 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의 가장 대표적인 활용 사례이다. 탈중앙화라는 특징을 활용하여 화폐를 따로 조폐하는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고 일정한 주기마다 블록을 찾아내어 보상을 받는 식으로 화폐가 생성된다. 블록은 해당 암호화폐가 사용하는 해시 함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용자는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이용하여 일일이 맞는 함수를 대입하는 식으로 해시를 찾는다. 해시 함수를 찾아내는 열쇠인 해시가 정답인 문제를 푼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채굴(mining)이라고 한다.) 해시를 찾으면 블록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을 연결하여 보상으로 화폐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화폐는 우리가 사용하는 ‘원’의 개념이 아니라 그 블록체인 내에서 통용되는 명목 화폐이며 그것의 가치를 인정받으면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원’으로 환전할 수 있다. 이러한 채굴의 과정은 ‘작업증명’의 방식을 통해 화폐로서의 가치를 얻는다. 작업증명이란 새로운 화폐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채굴자들에게 “일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게 함으로써 화폐의 가치와 보안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분산 네트워크 속에서는 조폐 과정에서 누가 얼마의 새 화폐를 받을지 결정하는 중앙 권력이 없기에 모든 참여자들이 자동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 때 해시를 구하는 것(채굴)이 2의 256승의 확률로 매우 어렵다는 것에 착안하여 모든 참여자로 하여금 채굴에 도전하여 가장 먼저, 많이 찾아내 유효한 값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화폐를 얻을 수 있게 규칙을 정한 것이다. 이러한 암호 화폐는 탈중앙화라는 특징에 걸맞게 개인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투자자에게 비트코인과 같은 기존의 암호화폐를 지급하고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급해 제공하면 된다. 이를 ICO라고 하며 간단히 가상화폐 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을 플랫폼에 도입한다면 그 플랫폼 내에서 통용되는 명목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 마치 예전 ‘싸이월드’의 ‘도토리’같은 개념이다. 여기서 차이점은 ‘도토리’는 사용자들이 돈을 주고 구매했지만, 블록체인 플랫폼의 경우 직접적으로 구매가 아닌 플랫폼 내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 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스팀잇’처럼 프라이빗 체인을 통해 플랫폼 대표 몇 명이 그 플랫폼의 코인을 채굴하고 사용자들의 플랫폼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채굴한 코인을 제공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사용자들은 코인을 얻기 위해 가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을 공유 및 평가하는 활동을 활발히 할 것이다. 이는 플랫폼 자체를 활성화시키며, 이 플랫폼의 질이 향상될수록 그곳의 코인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고 그 가치가 인정되면 거래소에서 실제 화폐로의 환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며 초기 자본 없이 자본을 창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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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구상한 플랫폼의 형태는 기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암호화폐의 개념과 직거래 개념을 추가한 형태이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창조적인 예술 콘텐츠들의 직거래가 가능한 형태임을 전제로 하며, 플랫폼만의 화폐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의 형태이다. 그럼으로써 예술 상품의 기존 수요층이 아닌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암호화폐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고 접속하게 함으로써 홍보 및 시장 확대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프로젝트 성공 이후 새로 벤처를 창업하거나 다른 유통 경로를 개척해야 하는 기존 플랫폼과 달리 이후 예술가 개인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소규모 벤처 기업을 창업하게 하여 그 플랫폼 내의 거래 창구 속에서 거래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생각한 방식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방식은 후원형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그 프로젝트 이후 거래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거래는 가능하며,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거래가 발생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젝트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현재보다 기간이 짧아지고 보상의 정도가 커질 것이다. 초기 자본 조달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공개적인 거래의 여부는 작가가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할 수 있으며 거래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때 개인적으로 작가에게 연락하여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이는 공개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개인 간의 물물교환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두 번째 방식은 작가 단위의 직거래가 프로젝트 없이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편집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 플랫폼 내 작가 개개인의 항목이 만들어지며 그 항목 내에서 사용자들은 자유롭게 후원하고 그 진행상황을 지켜볼 수 있으며 보상 여부는 작가가 결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 항목 내에서 사용자들은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이것은 직거래 형태이기 때문에 작가는 판매에 의한 수익을 바로바로 얻는다. 만약 작가가 어떤 벤처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 현재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형태처럼 그 기업에 엔젤 투자자로서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거래는 모두 플랫폼만의 코인으로 이루어지며 플랫폼은 이 구조 속에서 감시의 역할, 코인 채굴의 역할(프라이빗 체인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플랫폼 유지와 관리의 역할을 수행한다.

앞서 말했듯,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구현하게 될 경우 가장 큰 특징은 직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직거래가 가능하게 된 원리는 모든 사용자가 P2P방식을 통해 동일한 거래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실 현재도 통용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작가가 직접 발표하고 그것을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구매하는 것도 블록체인 기술의 일부이다. 단지 그러한 거래를 전문적으로 도모하는 플랫폼이 부재하며, 더욱이 지명성이 없는 작가의 경우 그러한 형태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을 뿐이다. 예술가들은 지금까지 중개업자를 통해서만 관객이자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때 예술가의 예술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중개업자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직거래 플랫폼 내에서는 그 예술상품의 가치를 사용자가 결정한다. 작가가 직접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이기도 하고, 소비자가 구매를 통한 평가를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의 소통도 원활해졌다. 이를 통해 예술 상품의 가치가 제대로 매겨지며, 예술성이 훼손되지 않는 예술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뿐 아니라 플랫폼만의 암호화폐 도입은 코인을 발행하고 그것을 출자자에게 판매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초기 자본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외부 지원 없이 플랫폼의 운영이 가능하며 운영 부실로 다시 정부 지원이 필요해져 기존의 악습을 번복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이용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 쉬워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에서 해외 서버의 제품을 구매할 경우 VISA 카드와 같은 특수한 거래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거래의 큰 장애 요인이다. 화폐 단위가 통일되지 않아 물가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동일한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것도 구매율을 저하시킨다. 하지만 플랫폼 내의 명목 화폐가 따로 존재하며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가치로 여겨지는 암호화폐라면 플랫폼 내 거래되는 상품의 가치 또한 통일되어 거래가 용이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중앙은행이나 환전소가 존재하지 않은 탈중앙화된 방식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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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현재 이와 비슷한 구조를 영위하고 있는 플랫폼의 사례를 짧게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는 스팀잇 (https://steemit.com/) 이다.
스팀잇은 포스팅한 글에 대한 보상을 암호화폐로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보상이 저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읽고 좋은 글에 투표한 투표자들에게도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플랫폼 내에서 사람들이 좋은 글(양질의 데이터)을 쓰고 그것을 공유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플랫폼 자체의 가치를 높여주었다. '스팀','스팀파워','스팀달러'라는 화폐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코인의 발행과 사용은 앞서 말한 방식(채굴자가 운영진이고 일정 기준에 따라 코인을 배분하는 방식)을 차용한다.

두 번째는 라이크코인 (https://like.co/) 이다.
이 플랫폼은 창의적인 컨텐츠를 '좋아요' 버튼을 통해 그 가치를 증명하며 그것을 코인으로 보상한다는 방식이다. 즉, 칭찬을 물질적인 보상으로 치환하여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따로 창출하거나 하는 부가적인 과정 없이 컨텐츠 제작 자체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starbase (https://starbase.co/?lang=en) 가 있다.
누구나 쉽게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로, 이더리움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는 실제로 이러한 플랫폼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글을 작성하는 과정이 나의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기존에 존재하는 플랫폼과 무엇이 다른지 깊이 탐구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글을 쓰면서, 외부 지원 없이 예술가들의 경제적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성장 중인 미래지향적 개념이며 국내 최대 규모의 크라우드 펀딩 회사인 ‘와디즈’는 지난 4월 이 기술을 자사에 도입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현재보다 더 확장되고 자유로운 프로젝트가 가능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6월 27일에는 마포문화재단 수요예술포럼에서 '블록체인기술 예술저작권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이 글을 읽고 나서, 혹은 예전부터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참가 신청)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의 생활화’이며 그를 위해서는 향유자와 창작가 모두에게 합리적인 예술 생태계가 필요하다. 경제적 부담 없이 누구나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예술로써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모두와 공유하는 데에 제약이 없어야 하며 대중들 또한 그것에 대해 자유로운 비판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예술 자체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접근성, 충분한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달성될 수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많은 사람들이 크라우드 펀딩과 블록체인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 : 예술 상품의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 와디즈 (https://www.wadiz.kr/)
- 텀블벅 (https://tumblbug.com/)


[서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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