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정성이 담긴 음악으로 소통하다, 비긴어게인2 [문화전반]

글 입력 2018.06.18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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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난히 TV프로그램을 잘 챙겨보지 않는 편이다. 웬만한 유명한 드라마도 대부분 안 봤고, 예능도 그렇다. 남들 다 본다는 도깨비 역시 공유와 김고은이 케미가 터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 봤다. 한 드라마를 16주나 챙겨 봐야 한다는 건 다시 생각해봐도 매우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내게, 요즘 매주 챙겨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생겼다.

바로 요즘 시청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JTBC의 '비긴어게인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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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어게인2는 음악적으로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팀이 모여 다른 장소, 다른 환경, 다른 색깔로 그들을 아는 곳이 없는 해외에서 버스킹을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번 포르투갈 편에서는 가수 하림, 박정현, 헨리, 그리고 악동 뮤지션의 이수현이 나와 많은 곡들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커버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처음엔 웬 뜬금 없는 조합이지, 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들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상적인 버스킹을 보여주며 애청자들을 생성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프로그램 엄청나게 재밌지 않다. 아마 비긴어게인을 보는 시청자들 중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있을거라고 생각된다. 그다지 빵빵 터지지도, 화려한 해외 영상미가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호평하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나는 '진정성이 담긴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음악에 대한 순수함과 열정으로 다시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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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 리스본 바이샤-시이두 지하철 역 버스킹 中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티스트들은 그들을 알아보는 이 없는 작은 광장에서 100명 남짓한 사람들을 데리고 그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한국에서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그 공연을, 현지인들은 그저 지하철 역에서 나오다가 무심코 듣게 된다. 그들이 얼마나 유명하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인지 모르는 현지인들이 때때로 야속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 아티스트들은 오직 음악을 하고싶다던, 순수한 열정을 가졌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노래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음악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음악. 그들의 내면 깊은 곳을 마주하고 그곳으로부터 시작되는 음악. 그리고 이 마음에서 비롯된 진정성은 음악에 대한 초심과 열정, 그 순수했던 마음을 회귀시키며 선율을 타고 우리들의 마음 속에 파고 들어온다. 그 진정성은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의 마음까지도 거뜬히 울린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초심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내가 잊고 있었던 초심이 얼마나 나를 간절하게, 애타게, 또 진실하게 만들었었는지.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아티스트 헨리(Henry)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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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어게인에서 가장 화제되는 것은 '헨리의 재발견'일 것이다. 각종 공연을 통해 헨리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이 아주 여실히 드러나며, 그 음악성에는 정말 감탄이 나온다. 헨리가 음악하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은 그냥 음악하려고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개인적으로 포르투갈 광장에서의 'Youth' 커버곡은 꼭 들어봐야 하는, 아직도 매일 같이 찾아 듣는 커버이다. 아, 물론 박정현은 말할 것도 없고.

또 이에 따라 그의 전 소속사 SM을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는데, 내용은 왜 이렇게 음악적 재능이 충만한 헨리를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썩혀(?) 두었냐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분명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헨리가 SM에 머물면서 음악의 꿈을 맘껏 펼치지 못했던 그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헨리를 위한, 목마름에서 비롯된 더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연습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비로소 오늘 우리들에게 헨리의 음악성을 다시 깨우칠 수 있게 도와주므로. 우리는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그저 이를 계기로 앞으로 활발한 음악활동을 펼칠 헨리를 응원하는 일 밖에는.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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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의 포르투갈 리스본 바이샤-시이두 지하철 역 버스킹 中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
최근에 내가 사랑한다고 말한 적 있나요?
Have I told you there's no one else above you?
당신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던가요?
Fill my heart with gladness, take away all my sadness
내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주고, 모든 슬픔을 사라지게 하죠
Ease my troubles, that's what you do
내 고민을 풀어주는, 그게 당신이에요

- Have I told you lately? 中 -


또 비긴어게인의 수 많은 훌륭한 연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를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하림의 'Have I told you lately?' 를 선택하겠다. 첫소절부터 소름 돋는, 몇번을 보아도 주옥같이 아름다운 가사와 감정에 끝없이 빠져들게 되는 곡이다. 화려한 연주나 기교 없이 툭 던지듯 노래하는 하림의 음성에서 누구보다 진실한 그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온다. 빛나듯 아름다운 가사,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헨리의 바이올린 연주, 박정현의 낮은 코러스까지 오늘 하루 소중한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은 노래. 그런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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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상황 속에 그들의 버스킹은 불완전했다. 때로는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편곡을 바꿔야 하거나, 등등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그러한 불완전함이 오히려 공연을 온전하게 만들었다고 하면 말도 안되는 말일까. 때로는 어떤 상황과 능력보다도 불완전하지만 반짝이는 그 마음들, 열정들이 더 온전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불완전한 것은 그 마음 자체로 완전하므로, 우리는 완전함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신경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초심은 무엇일까?

짓밟히고 넘어져도 청춘은 그대로 청춘이고, 열정은 그대로 열정이다. 돌아오지 않을 우리들의 오늘, 이 청춘이 좀 더 가치있게 소비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를 기다리게 하고 또 행복하게 해 주는 금요일의 [비긴어게인2]. 이 노랫소리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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