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이 연극, 자그마치 100년을 담았습니다

연극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프리뷰
글 입력 2018.06.19 01:4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지난 12일부터 연극열전7의 두 번째 작품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동명의 스웨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연극이다. 소설도 상당히 유명해서 이름은 여러 번 들어봤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다만 오늘 첫 페이지만을 흘끗 보고, 앉은 자리에서 휘리릭 다 읽어버릴 정도로 흥미진진할 것 같다는 사실을 직감했을 뿐이다.

이를 각색한 연극 역시 재미는 두말할 필요 없을 정도로 보장된다고 확신한다. 연극은 100세 생일을 앞두고 잠옷바람으로 양로원을 탈출한 알런이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훔치면서 벌어지는 한 달간의 소동기를 다룬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정신없는 스토리에 알런의 과거 100년의 이야기가 함께 교차된다. 주인공 알런, 보통의 100년을 살아온 게 아니다(하기야 누구든 100년씩이나 살면 비범한 일 몇 개쯤은 가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알런의 백년 생은 20세기 현대사 그 자체이다. 전쟁과 내전으로 혼란했던 20세기의 격랑 한 가운데에 있던 알런은 자신의 폭탄 제조 기술로 의도치 않게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뒤바꿔 놓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의 모험기는 그 방대한 시간만으로도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100년 넘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연극은 과감한 일인다역을 선보인다. 60여명의 주요 인물들을 단 5명의 배우가 소화한다. 다섯 명의 배우들은 모두가 알런이 되기도 하고 주변인물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성별도, 나이도, 지위고하도 없다. 오직 노련한 내공의 배우들이 그때그때 내보이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캐릭터 저글링’은 이 연극에서 가장 기대가 큰 부분이기도 하다.


몇몇 배역은 남녀를 더블 캐스팅했다. 종종 남자 역할을 여자 배우가, 여자역할은 남자 배우가 하기도 한다. 성별이 신경 쓰이지 않도록 그냥 한 인간으로 연기하도록 시도했다. 성 역할 전복이 희화화되지 않고 역할로서, 인간으로서 해야 할 말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 연출의 말


또한 단지 가볍게 웃고 즐기다 끝날 연극이 아닌 것 같아서 더욱 기대가 된다. 알런이 살아온 100년 생의 의미는 단지 그 길이에서만 오지 않는다. 20세기의 100년은 지금의 21세기를 낳은 부모이자, 21세기라는 자식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부모이다. 산업혁명으로 태동한 자본주의의 급격한 진화, 제국주의의 폭압, 1·2차 세계대전 및 사회주의 체제의 대두, 냉전과 소련의 붕괴 등 인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20세기의 역사가 알런의 모험담을 통해 드러난다. 각종 이념과 사상이 난립하고 도처에서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던 20세기의 단면을 살펴보며 관객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성취와 병폐의 뿌리를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세계관의 변화를 그리는 작품이다. 어쩌면 '남성적'이라고 부를 수 있던 20세기의 가치에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21세기적 가치로의 변화를 말하는 작품이고, 백 자루의 총보다 한잔의 술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시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 연출의 말


갑작스런 심경고백으로 글을 마무리하자면, 솔직히 말해 나로서는 100년을 산다는 게 도대체 무슨 사태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고작 20여 년을 살아온 주제에 5-6년 전의 일이 가물가물하니(어쩌면 이건 내 기억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100년의 시간이 지나간 나에게는 무엇이 새겨지고 무엇이 지워져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흔히 덕담으로, 혹은 현대 의학에 대한 막연한 낙관에 기대어 100년을 산다 어쩐다 말은 많이 하지만, 그 말 하는 사람 중에 100세 노인은 지금까지 내 경험상에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100년을 산다는 것은 한 세기를 산다는 것이고, 한 세기는 인류 역사의 어마어마한 발전 혹은 어마어마한 상처를 남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답이 있겠지만 양로원 창밖으로 도망친 100세 노인 알런에게서 듣는 답은 대책 없는 스펙터클함와 불타오르는 생명력이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창문넘어도망친100세노인_티저포스터2.jpg
 

< SYNOPSIS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예측불허 모험담이 시작된다!


100번째 생일,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로원 창문을 넘은 노인, 알란!

남다른 배짱과 폭탄 제조 기술로
20세기 역사를 뒤바꿔놓은 그가
이번엔 갱단의 돈가방을 훔쳤다.

시한폭탄 같은 그의 여정에
알란 만큼이나 황당한 무리들이 합류하고
이제 경찰까지 그들을 뒤쫓는데…

스페인, 미국, 중국,
이란, 러시아, 그리고 북한까지,
세계를 종횡무진한 100년의 모험!

본의 아니게,
지난 20세기 역사적 사건을
좌지우지했던 ‘알란’.

시한폭탄보다 위험하지만
언제나 유머와 침착함을 잃지 않는
100세 노인의 예측불허 모험담이 펼쳐진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연극열전7 두 번째 작품 -


일자 : 2018.06.12(화) ~ 09.02(일)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 2시, 6시
월 쉼

*
06.13(수) 오후 7시 공연

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제작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1세이상

공연시간
150분 (인터미션 : 15분)



문의
(주)연극열전
02-766-6007



[김해랑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