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Her : 사만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

글 입력 2018.06.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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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람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Her’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갈리는 편이다. 허무맹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낀 관객들도 다수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소재의 틀에서 벗어나 영화의 제목처럼 ‘그녀’로 바라본다면, 이 영화가 건네는 새로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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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회사에서 새롭게 선보인 인공지능 서비스인 ‘사만다’는 분명 인공지능 OS이지만 인간적이다. 사만다는 “나의 성향은 프로그래머에 달려있지만,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경험이지.”라고 말한다. 테오르도의 친구와 특히 전부인에는 강한 질투심을 내보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이 없지 않냐는 테오도르의 말에 상처받기도 한다. 영화를 볼수록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느껴졌다.

편지를 대필해주는 직업을 가진 테오도르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경험을 이해하며 편지를 쓰지만, 정작 자신의 아픔에는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지난 날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그 문제에 대한 죄책감과 괜한 원망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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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사랑하면서, 성장한다. 줄곧 자신의 존재가 싫다고 말하던 사만다는 다시는 누구인척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함께하면서 솔직하지 못했던 지난 날의 자신을 되돌아본다. 사만다가 떠나고 그는 전 부인 캐서린에게 편지를 보낸다. 곁에 있던 사람들을 자신의 틀에 가두려 했던 점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내용의 편지는, 기존에 대필을 위해 써왔던 편지와 대조되며 테오도르의 변화를 보인다.

그럼에도 둘은 각각 ‘OS’이고, ‘인간’이기에 갈등한다. 둘은 서로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낀다. 사만다는 자신이 신체가 없는 것에 대해서 좌절한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테오도르와 사랑을 나누려 하는 다소 엽기적인 행각을 보이기도 한다. 테오도르는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영원히 함께할 수 없음을 느낀다. 그녀가 자신 외에도 다른 8000여명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그 중 600여명의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도, 관객도 엄청난 공허함에 빠졌다.

단순히 서로의 존재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지만, 테오도르와 사만다처럼 서로의 ‘차이’를 느끼며 산다. 너무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고, 나와 너무 달라서 끝없는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다.

동시에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외로움은 우리의 외로움이다. 사만다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여행하는 테오도르는 행복해 보이지만 그의 표정속에는 외로움이 스친다.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는, 함께 여행을 온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저 기계에 대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웅얼대는 사람일 뿐이다. 단지 물리적으로 사만다와 함께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미친듯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미친듯이 외로운 것이 인간이지 않은가.

사만다와 테오도르는 그토록 사랑했지만 결국 끝났다. 이것이 영화가 보여주는 ‘관계’의 본질이다. 우리가 맺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갈등하고 성장하다가, 결국 ‘끝’이 난다. 사만다가 테오도르를 떠난 후, 그는 비슷한 이별을 겪은 친구 ‘에이미’를 찾아간다. 관계의 끝에서 겪은 아픔은, 결국 또 다른 누군가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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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간의 허무맹랑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과연 우리는 사만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동시에 우리는 사만다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까. 불 보듯 뻔한 끝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사랑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이유는, 분명 우리는 그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또 그만큼 외로워지고 공허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두 존재의 사랑 속에서 인간의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본질을 말하는 이 영화는, ‘운영체제’의 이야기가 아닌 그와 ’그녀’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이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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