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XXXTENTACION의 죽음과 음악 [음악]

글 입력 2018.06.2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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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는 힙합 씬에 있어서 축복 같은 한 주였다. 국내에선 사이먼 도미닉이 기념비적인 신보를 발매했다. 해외에서도 칸예 웨스트가 프로듀싱한 나스의 앨범이 발매되었고, 연이어 제이지와 비욘세 부부의 합작 앨범도 세상에 공개되었다. 거물급 아티스트들의 앨범 발매 예고도 많았다. 드레이크와 릴 우지 버트 등이 앨범 작업이 완료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힙합 팬들에겐 더없이 행복한 한 주였다. 단, ‘XXXTENTACION(이하 텐타시온)’이 플로리다에서 총격사건의 희생자가 되어 발견되기 전까진 말이다.
 
텐타시온은 한국시간으로 19일 새벽, 현지 시각으론 18일 오후 플로리다 주에서 열리는 한 자선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빨간 마스크를 한 두 괴한에게 총격당해 결국 사망했다. 고인의 둘도 없던 친구 Ski Mask the Slump God을 비롯해 칸예 웨스트, 제이콜 등의 아티스트들이 SNS를 통해 추모의 뜻을 전했고, 전 세계의 팬들이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같은 날 또 다른 래퍼 지미 워포또한 총기 사고로 인해 사망하며 힙합 씬은 큰 슬픔에 잠겼다. 만 20세란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버린 텐타시온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음악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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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타시온에게 붙는 가장 유명한 수식어는 ‘악마의 재능’이란 말이다. 어마어마한 음악적 역량을 가졌지만 각종 사건 사고에 관대한 미국에서조차 많은 비난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폭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임산부 감금 및 폭행이라는 최악의 반인륜적 범죄를 비롯해 전 여자친구 감금, 폭행, 각종 강도 사건 등에 대해 전과가 있다. 이로 인해 10대 시절부터 데뷔 후 스타가 되어서까지 구치소를 들락날락 했으며 사망 후에도 ‘잘 죽었다’는 여론마저 존재할 정도로 대중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그러나 이러한 폭력적 성향과 정신질환이 극도로 불우했던 그의 유년기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팬들로부터 동정 여론이 생기기도 했다(물론, 그의 범죄행위는 그 자체로만 평가되어야 하며 절대 옹호될 수 없다).

이런 극악무도함과 달리 음악적으로는 굉장히 성숙하고, 루키답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10대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2015년 작업했던 ‘Look At Me’가 2017년 들어 유투브와 사운드클라우드 등에서 갑작스럽게 화제가 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국내에선 지코가 텐타시온과 Look At Me를 방송에서 언급하기도 했는데, Look At Me는 소위 ‘멈블’랩이 유행하는 가운데서 마치 소리를 지르듯 타이트하게 내뱉는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Look At Me의 뮤직비디오 내용은 ‘흑인들은 차별당하고 억압당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폭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음악적 완성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그의 행실과 전혀 반대되는 내용이어서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Look At Me 오디오버전.
Lo-fi 힙합의 특징이 잘 살아있다.


구치소에서 만난 친구 Ski Mask the Slump God(이하 스키마스크)과 Members Only 크루를 결성하여 활동했고, 한국인 래퍼 키스에이프와 함께 ‘Gospel’이라는 곡을 작업하기도 했다. 그의 주 장르는 ‘로파이 힙합’, 즉 의도적으로 만든 저음질 비트위에 랩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고, 서정적인 곡이나 R&B, 트랩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천재성을 보여줬다.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압도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힙합 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인상으로 불리는 ‘XXL Freshmen 2017’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물론 기행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힙합 그룹 ‘미고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앞서 말했던 여자친구 감금 및 폭행 건으로 최초 선고 당시 징역 10년형을 받았으나 이후 재심에서 승리하며 가택연금을 당했다.


▲XXXTENTACION - 'SAD!'


그러던 중, 텐타시온의 음악적 그리고 개인적 인생에 큰 이정표이자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그의 정규앨범 ‘?’가 발매되었다. 가택연금이 해제되기 직전인 지난 3월 발매된 ‘?’는 무려 18곡이 담겨있었고, 텐타시온의 인생을 노래하는 곡들이 대거 수록되었다. 타이틀곡인 ‘SAD!’가 빌보드 차트 Hot 100에서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른 수록곡들도 기존 텐타시온의 타이트함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곡들, 심지어는 힙합이 아니라 라틴음악마저 섞여있었음에도 청중과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서 화제가 됐었다.

‘?’가 상업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텐타시온 개인 역시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총격사고가 발생했기에 그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는 듯하다. 분명히 그는 재능 있는 아티스트였고, 개인적인 과오가 너무나도 컸지만 적어도 음악적인 측면에서 만큼은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무궁무진했다. 다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요절해버린 재능 있는 래퍼를 많은 사람들이 꽤나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는 점이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그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의 음악은 힙합 팬들 사이에선 꽤나 긴 시간동안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을 덧붙이자면, 그의 미공개 유작들이 꼭 발매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텐타시온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그를 보낼 수 있는 가장 멋있는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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