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보가 되고싶다고? 그렇게 해 [영화]

대신 우리도 같이 바보가 되어줄게.
글 입력 2018.06.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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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땡글땡글 사랑스러운 소녀를 주목하라. 7살 소녀 올리브의 소원은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우리나라로 치면, 어린이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1등을 하는 것! 매일 성심성의껏 대회를 준비하는 이 사랑스러운 소녀의 꿈을 위해 콩가루 가족은 드넓은 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지르기 시작한다. 마약쟁이부터 자살기도자까지, 세상 모든 ‘loser’들의 축소판인 이 가족. 캘리포니아를 향한 이들의 여정은 과연 무사할 것인가?!

 
   
1. 누구 하나 ‘정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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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고있는 올리브의 아빠, 리차드는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처럼 ‘성공의 9단계’를 부르짖는 (자칭) 성공 전문가이지만, 어디까지나 ‘자칭’일 뿐. 현실은 파산한 빈털털이이다.

그 옆, 엄마 쉐릴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2주 내내 식어빠진 치킨 쪼가리를 내오고, 그 뒤로 보이는 쉐릴의 동생이자 올리브의 삼촌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차인 후 모든 것을 잃은 채 자살을 기도한 전적이 있다. 

맨 뒷자리에서 Hip한 포스를 풍기고있는 저 할아버지는 입만 열면 욕지거리를 발사해대는 입과 마약을 빨아대는 코의 소유자. 그 옆, 시니컬하게 앉아있는 올리브의 오빠 드웨인은 항공기 조종사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며 묵언수행 중이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색맹이었다.



2. 꾸역꾸역 나아가는 여정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 가족들, 다들 제정신은 아니다. 여차여차 출발은 했지만 오합지졸이 골고루 모인 이 상황에서 여정이 순탄할 리는 만무. 엄마는 아빠를 향해, 아빠는 할아버지를 향해, 할아버지는 손자를 향해 끊임없이 공격을 펼쳐댄다. 그 와중에 차의 클러치까지 나가버리면서 상황은 더욱 고단해지고... 결국 달리는 차 위로, 마치 줄줄이 소세지처럼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올라타는 웃픈 모습까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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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래 친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바보같은 짓을 함께 해야하는 법! 서로의 멍청스러운 모습들을 보게 되면서 이들 사이에서는 기적처럼 '가족'이라는 끈끈한 키워드가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따듯하게 어깨를 두드려주고, 말없이 손을 잡아주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미스리틀선샤인 대회! 그런데 이 대회, 뭔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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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7살의 어린 여자아이들은 대중과 심사위원 앞에서 예쁘게 보이기 위해 바비인형처럼 꾸미고 가식적인 미소를 짓는다.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심지어 공중제비까지 돌아대지만 어른들은 그저 박수만 쳐댈 뿐. 아무도 어린아이들의 살아남기 위한 재롱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 여기, 우리의 올리브네 가족만 빼면 말이다.



3. 조금 다른 의미의 보호


“다들 미쳤어요!”

아빠도, 삼촌도, 오빠도 모두 올리브를 대회에 내보내지 말자며 엄마를 설득한다. 통통한 올리브는 미인이 아니라고, 무대에 올라가면 다들 비웃을 것이라고, 소중한 올리브가 상처받기 전에 보호해야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올리브가 원하는 대로 두자.”

그 누구보다 이 대회를 간절히 원하며 최선을 다해온 딸의 모습을 엄마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런 식으로 딸에게서 기회를 빼앗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저 올리브가 웃음거리가 되도록 지켜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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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가장 자기다운 (하지만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저속한) 춤을 추는 올리브를 향해 날선 말들과 야유가 날아온다. 이 때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오합지졸 가족들! 저토록 환한 표정으로 박수를 쳐주기 시작한다. 급기야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같이 막춤을 추며 날아오는 비난을 온몸으로 막아주기까지 하는데... 바보가 되고 싶다는 딸을 뜯어말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바보가 되어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부모에게는 자식을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나오게 된 이 작고 연약한 존재가 험난한 사회를 살아갈 힘을 가질 때까지, 부모는 자식을 보호해야한다. 하지만 그 보호라는 것이 언제나 실패와 좌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만 흘러야하는 것은 아니다. 실은 그 순간이,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뻔히 보이는 가시밭길을 굳이 걸어보겠다는 자식에게 대다수의 부모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중가서 후회하지 말고 내 말 들어! 다 내가 겪어봤으니까 하는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겠다고 하면 부모는 손을 뻗어 자식의 뒷목을 억지로 끄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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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가족은 다르다. 상처받을게 분명하지만 억지로 막지 않는다. 대신 그 가시밭길을 함께 걸어주고, 함께 아파해준다. 따지자면 구덩이 위에서 아래로 손을 뻗치는 보호가 아니라, 밑으로 내려가 바로 옆자리에서 어깨를 빌려주는 보호인 것이다.

바보스러운 가족이 만들어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올리브는 가장 자기답게 춤을 춘다. 스스로가 납득할 수만 있다면 예쁘게 보이지 않아도, 바보가 되어도 좋다고 온 몸으로 말해주는 가족들 덕분에 올리브는 그 누구보다 해맑고 즐겁게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4. 이들은 정말 loser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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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pretend’ to be normal.
모두는 정상인 ‘척’ 한다.


우리는 소위 말하는 ‘실패’가 두렵다. 남들 눈에 좋게 보이지 못할 것이 두렵고, 남들과 다른 것이 두렵다. 그래서 이 미스리틀선샤인 대회의 다른 출전자 아이들처럼 바비인형처럼 꾸민 채 가식적인 미소를 짓는 상황에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종종 잊는 것이 있다. 바로 ‘비정상’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는 점이다.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우리는 모두 다른 성격과 다른 장단점, 다른 말투,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통제가라고 해도 사회적으로 ‘정상’이라고 합의된 기준에서 어긋나는 부분이 최소 하나 쯤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떠한 잣대를 들이대며 누군가를 loser라고 비웃지만, 다른 잣대 앞에서는 우리 역시 loser가 될 수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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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창피한 것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척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짜 창피한 것은, loser인 것이 아니라 loser가 아닌 척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회의 진짜 승자는 어쩌면 올리브의 가족일 수도 있다. 그들은 최소한 정상인 '척'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여준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 논리에서 탈피한 제3의 몸짓은 그저 인간이기 때문에, 그것도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스럽게 나오는 모습이다. 모두가 그 인간다움을 억누르고 주류에 섞이려고 할 때, 자신의 가장 바보같은 모습을 내보일 용기가 이 가족에게는 있었다.

대회를 통해 이 사랑스러운 가족들은 예상치 못한 실패와 성장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 안에 숨은 loser는 세상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는가?


[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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