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과서.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에 실패한 모든 이들을 위하여
글 입력 2018.06.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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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내가 그땐 왜 그랬을까 과거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사랑에 정답은 없으니 절대적정답은 아니겠지만, 여기 나름대로 정답에 이르는 풀이과정을 기술한 해설지가 있다.

1. 
알랭 드 보통. 소설을 많이 안 읽는 사람들도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TV라든지, 라디오라든지, 다른 책에서라든지. 우리나라에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보다는 조금 낮은 정도의 인지도로 알려져 있지 않나 싶다. (개인적 생각)

2.
그의 책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먼저 봤었다. 그때도 굉장히 재밌게 읽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의 소설은 소설보다는 '철학적 에세이'에 가깝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 두 사람을 세워 사사건을 진행시키고 남자주인공의 입을 통해 사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논리적 사유에 근거하여 풀어낸다. 사랑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감정들,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지만 문자나 소리로 구체화시킬 수 없는 감정들을 노련하게 캐치해 글로 풀어낸다.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사려깊은 편집증환자가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지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긁고, 두들기고, 굴려보고, 결국 해체해 내부를 들여다 본 후 다시 재조립한게, 바로 그의 소설이다.  

3.
이 책도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과 같이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
전자는 비교적 단기간에 불타오른 사랑에 초점을 두고, 후자는 결혼 이후의 사랑에 초점을 두고있다. 그리고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보다 먼저 쓰였다. 

3-1.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처녀작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다섯살 때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현자타임이 찾아왔다. 나는 저 나이 때 대체 뭘 하고 있던거지. 그는 대체 스물다섯살이라는 어린 나이까지 얼마나 많은 횟수의 다채로운 사랑을 해왔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걸까. 분명 사랑이라는 전쟁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온, 사랑이라는 게임에서 만렙을 찍고 더 이상 즐길 컨텐츠가 없어진, 그런 어마어마한 내공의 소유자가 썼을거라 예상했었다. 당연히 나이는 아무리 적어도 삼십대 초반은 될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스물다섯살 때 이 소설을 썼다니. 아직도 머리가 띵하다. 
 
4. 
어쨌든 책은 재밌다. 다만, 참신한 소재나 빵빵 터져나가는 사건전개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냥 남녀가 우연히 만나 첫눈에 빠지고, 쇠도 녹일 기세로 불타오르다가 서서히 식어 얼음이 되는 이야기이다. 줄거리만 요약하면 A4용지 한페이지 안에 눌러담을 수 있다. 이를  풀어내고 분석하는 알랭 드 보통의 사유와 비유적 표현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일 뿐이다.  

5.
책꽂이에 꽂아두고 사랑에 대한 통찰력 있는 멋진 표현이 필요할 때 꺼내들고 싶어지는, 그런 책.

-

[p26]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p.56]
따라서 벌거벗은 상태 때문에 모든 상처받을 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침실에서 생각은 늘 수상쩍은 것이 된다. (...) 나는 키스한다, 고로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둘러싼 공식적 신화이다.


[김승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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