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목표에서 동기로 : ‘워라밸’이 가져온 변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6.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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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소확행이 대세다, 이런 말도 이제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들은 꽤 오래전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우리 사회의 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다들 밥벌이에, 성과사회에 지쳐 보인다. 미래를 대비하거나 나중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패러다임이 된 것 같다. 최근 들어 부쩍 퇴직 준비 글, 퇴직 후 여행을 떠나는 글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것을 보면 직장인들의 피로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진다. 아직 본격적인 ‘워킹’을 시작하지 않은 내가, 게다가 학교에서도 순수한 학구열을 십분 발휘하며 소위 ‘돈 안 되는’ 수업만 골라 듣고 있는 내가 워라밸에 대해 제대로 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트렌드에 크게 공감이 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아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딘가 안도감이 들게 하는 단어다.

그런데 며칠 전에 본 한 신문 오피니언이 워라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삶의 목표에 관한 글이었는데, 요지는 이렇다. 요즘 워라밸이 부상하면서 목표를 무가치하게 여기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정작 목표가 하나도 없으면 삶은 오히려 더 불행해질 수 있다. 따라서 남이 정해준 목표가 아닌 나만의 개인적 목표를 찾고 실현하는 것은 행복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하다(원문). 크고 거창한 목표와 나에게 의미 있는 작은 목표를 대비하면서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목표가 무엇인지 말하는 이 글에 여러모로 공감이 되었다. 한때 남들이 인정하는 목표를 향해 뒤도 안 돌아보고 미친 듯이 달려본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룬 뒤에는 목표 없이 사는 게 목표가 되어버린 사람으로서.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목표의 크기가 아니라 목표의 개인적 의미다.

목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의 조건이다.…
목표는 활주로와 같다.
그것이 없다면 삶은 충돌의 연속일 뿐이다.

- 중앙일보 오피니언 "목표 하나쯤 품고 사는 삶" 中


고개가 끄덕여지는 한편 글과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행복을 결정하는 것이 정말 목표일까? 이 글에 따르면, 행복에 관한 많은 연구는 목표가 행복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행복에 관한 설문조사도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이유가 목표가 없거나, 목표를 잃었거나 목표가 좌절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확실히 목표가 삶의 동력을 주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삶의 동력을 주는 건 목표 자체가 아니라 목표 이면에 놓인 무언가이다. 목표와 굉장히 비슷하고 목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목표와는 다른 것. 내 생각에 삶의 동력은 말 그대로 ‘움직이게 하는 힘’, 바로 동기이다.





목표와 동기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비유하자면 달리기에서 목적지는 목표고 뛰게 하는 힘은 동기이다. 즉 목표까지 이르게 하는 마음의 원동력이 동기인 것이다. 예컨대 돈을 얼마만큼 벌겠다, 하는 건 목표고 그만큼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동기라 볼 수 있다. 또한 목표가 있음으로써 동기가 불러일으켜지기도 한다. 시험에서 몇 점을 받겠다는 식의 목표를 정하면 목표가 없을 때보다 공부가 더 잘 되는 경험은 다들 해 봤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목표-동기의 구조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번 주에 어느 맛집을 가보겠다든가, 내일 아침은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먹겠다든가 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맛집을 가고 싶은 마음, 일찍 일어나겠다는 마음은 동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목표와 동기는 구분하기 어려운, 아니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목표나 동기나 다 똑같은 마음의 작용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이 둘이 명백히 다르다. 이를 아는 방법은 쉽다. 목표 없는 동기 혹은 동기 없는 목표를 상상해보면 된다. 그리고 그런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 수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내가 아닌 남이 부여한 목표는 동기 없는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들이 뛰어야 한다고 말해서 뛰긴 뛰는데 왜 뛰는지도 모르겠고, 뛰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는 일시적으로 마음을 동할 수 있을지언정 지속적으로 달리는 힘까지 주지는 못한다. 물론 소위 남들이 말하는 성공, 명예, 부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내 안의 동기가 남들이 말하는 목표와 일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단순히 남들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만으로 동기를 얻는다면 그 동기는 빠르게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이게 오늘날의 워라밸을 만든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목표 없는 동기도 있다. 오늘날에는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여기에는 취미라 불리는 많은 것들이 속한다. 개인적인 예로 요즘 필자는 틈날 때마다 기타를 친다. 시작한지 몇 달 안 돼서 절대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무슨 기타 대회나 버스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냥 친다. 그것도 매일 매일 아주 성실히 친다. 재밌으니까. 거북이걸음으로나마 실력이 느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고, 코드를 배우는 것도 재밌고, 그냥 기타소리에 맞춰 이런저런 노래들을 흥얼거리는 것 자체가 좋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남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나면 나도 모르게 기타를 튕기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나에게는 행복이다.

필자는 목표 없는 동기가 딱 오늘날의 워라밸을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일은 목표로써 굴러가지만 삶은 동기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일에서 해방되어 나의 삶을 찾겠다는 건, 곧 밖에서 정해주는 목표 대신 내 마음 속 동기를 쫓겠다는 의지이다. 물론 그 동기는 나만의 작은 목표로 향할 수도 있고 크고 거창한 목표로 향할 수도 있다. 또 남들이 정한 목표를 쫓는다고 해서 그 안에 놓인 나의 동기가 반드시 진실되지 않다는 법도 없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제 동기 없는 목표보다는 동기를 겸한 목표, 아니면 차라리 목표 없는 동기를 찾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의 원천은 목표가 아닌 동기이다. 무언가를 하게 하는 힘, 이것이 바로 삶의 원동력 아니겠는가. 우리는 목표가 없으면 무기력하고 불행해진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그 목표에 수반되었던 동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만의 목표를 정해도 그 목표가 동기를 상실하면 언제든 공허한 표어가 될 수 있다. 반면 내면의 힘인 동기는 언제나 진실하다. 목표를 잃고 방황할 때 번번이 나를 무력함에서 꺼내준 건 목표가 아닌 동기였다. 뚜렷한 목표가 없어도, 그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오히려 시간낭비처럼 보일지라도 굳이 시간 내서 자발적으로 기타를 치게 만드는 그런 마법같은 행복의 힘 말이다.




[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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