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미술관 개관기념展:Decision forest

글 입력 2018.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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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se room], 2016
 

용산에 신축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서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개관기념전 'Decision forest'에 다녀왔다.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나 역시 한국에서 보기 드물었던 '대규모 인터랙티브 아트' 전시라는 말에 이끌려 아침 일찍부터 집을 떠났다. 그런데 의외인건 여성 화장품 회사로 알려진 아모레퍼시픽이 주관한다는 것. 괜히 화장품 홍보나 하는건 아닐지, 생각보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아닐지 의심을 품으며 미술관에 발을 들였다.

개관전 작가인 라파엘 로자노 헤머는 멕시코 태생의 캐나다 출신의 작가로 90년대 초반부터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라파엘 로자노 헤머의 1992년도 초기작 'surface tension'부터 세상에 선보이는 신작 5점을 포함해 26년간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첫번째 아시아 회고전이자 작가의 최초 한국 개인전이다. 미디어아트 작가와 화장품 회사의 관계성이 무엇이 있겠냐마는 작가가 강조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공동체의 가치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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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미술관 로비에 달린 지름 3m의 거대한 원형조각 '블루 썬(Blue sun)'은 지난 10년간 태양에 대해 NASA와 작가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작품은 태양의 본래 색인 푸른색을 띄며, 약 2만개의 LED전구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태양의 표면을 표현한다. 지하전시장으로 내려가면 미국 LA의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진행한 공공프로젝트를 옮겨온 인공해변 'sand box'가 나타난다. 'sand box'는 두개의 크고 작은 모래판을 영사기가 연결해주어, 큰 모래판과 작은 모래판의 체험자들은 서로 겹쳐지고, 작품안에서 함께하게 된다. 여기서 관객은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작품에 함께 참여하고 동화되어 또 다른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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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으로 들어서면 있는 이 작품은 관객이 물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면 얼굴 인식시스템이 이미지를 추출하여 증기로 재현하게 된다. 증기로 재현되는 이미지들은 각기 화면에 기록되고 , 앞서 9개의 이미지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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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시장 벽면 한편에 전시된 이 작품은 최초로 '카메라가 부착된 인공지능폭탄'이 대규모로 배치되었던 1차 걸프전과 조르주 바타유의 저서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화면에 나타나는 눈동자는 관객을 추적하며 움직이는데, 이는 폐쇠적이고 어디에서나 감시받는 조지오웰의 세계를 연상하도록 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들은 과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어느 위치에 있든 나를 따라오는 눈동자를 보며 나는 CCTV를 떠올렸고, 그 순간 섬뜩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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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작품은 사람의 숨을 저장하여 평생동안 순환하도록 고안된 작품이다. 봉투안에는 쿠바의 전설적인 가수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숨을 담았으며, 포르투온도가 사망한 후 하바나 국립음악박물관에 영구소장 된다고 한다. 기계장치에 표시되는 숫자와 팽팽해졌다가 다시 느슨해지는 종이봉투를 보며 살아있는 사람의 숨을 시각적으로 가시화하면 이런 형태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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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은 240개의 투명 백열전구로 구성된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이다. 전구 밑의 센서를 잡고 서면 센서안의 컴퓨터가 관객의 맥박을 감지하고, 데이터가 전시장에 방출되었을 땐 관객으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전구부터 깜빡거린다. 그러다가 그 앞에 있는 전구,또 그앞에 있는 전구까지 계속해서 순서대로 깜빡거리는데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전구는 나의 맥박속도를, 그앞의 전구들은 내 앞 차례의 관객들의 맥박속도를 담고 있다. 이처럼 나를 포함하여 앞의 수백만, 수천만 관객들의 데이터가 모이면 하나의 예술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전시는 작가의 의도대로 언뜻 보기엔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가볍지많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놓치고 지나칠만한 것들을 작품을 통해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또한 관객이 완성된 작품을 수용하고, 관객의 의지와 상관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다른 전시와는 다르게 관객이 작품을 선택하고, 참여하며, 완성시킨다. 즉, 수용자의 입장에서 생산자로서 능동적인 주체가 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인터페이스가 관객의 동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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