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와 샌디에고의 리듬

글 입력 2018.06.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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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뉴욕에서의 교환학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약 2주간의 여행을 돌이켜본다.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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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어느 날, 학교 가는 길


이상하게도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보다는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소담한 도시들이 맘에 들었다. 여행했던 도시 중 특히 눈에 밟혔던 뉴올리언스와 샌디에고를 소개하려한다. 뉴올리언스는 미국 남부의 루이지애나 주에 위치한 도시이다. 흔히 ‘재즈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이 도시에서 유럽적 연주 기법과 흑인의 음악이 결합한 재즈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변함없이 재즈를 사랑하는 이 도시의 낮은 따뜻하고, 밤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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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배의 흔적이 남아 있는 뉴올리언스의 전차


뉴올리언스의 번화가인 프렌치 쿼터 거리를 찾아가면, 낮 동안은 온통 버스킹 공연을 하는 밴드로 북적인다. 악기를 갖추어 나오는 밴드도 있지만, 페트병과 콩, 빨래판으로 직접 만든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는 밴드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악기로, 생의 고난을 연주하고 있었다. 이 거리에 어둠이 찾아오면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허름해 보이지만 저마다 역사와 전통을 갖춘 크고 작은 바와 라이브 홀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자신의 리듬으로 춤을 춘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연장이어서 긴 시간 공연을 보고 밖으로 나왔을 때처럼 하루 종일 귀가 바쁘고 먹먹했다. 이 도시의 리듬은 빠르지만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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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열정적으로 공연을 하는 밴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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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공연을 보는 사람들로 꽉 찬 재즈바
 

샌디에고는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항구도시이다. 따라서 어디를 가든 어렵지 않게 바다를 볼 수 있다. 코로나도 비치는 서핑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 평일 낮에도 서핑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들의 넘치는 활력이 바다를 더욱 파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다운타운 가까이에 위치한 포트 빌리지에서는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거리를 산책하는 노부부들이 보였다. 산책 나온 개들의 표정과 그 주인의 표정은 닮아있었다. 정박한 배에서는 이따금씩 뱃고동 소리가 났지만 사람들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들려도 듣지 못한 듯 보였다. 이 도시의 리듬은 느리지만 지루한 데 없이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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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마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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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상징하는 깃발
    

여행은 나에게 있어 그 반대말인 일상을 떠오르게 했고, 그동안 일상의 리듬을 되돌아보게 했다. 리듬이 빠르면 서두르다 놓치는 것들이 맘에 걸렸고, 느릴 때는 권태로워 아쉬워했다. 혹은 다른 이의 리듬에 맞추려 하다 발이 엉켜 넘어질 뻔도 하였다. 내 리듬에 만족하고 이에 확신하는 것은 큰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행을 통해 일상과 다른 리듬을 마주하며 내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희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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