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의 광장을 꿈꾸며, 책방의 변신

글 입력 2018.06.2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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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사람들이 모일 곳이 없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에 맞춘 도시계획이 진행되면서 빠르게, 더 빠르게 건물을 짓고 물건을 만들 수 있었지만 대신 대화를 나눌 공간이 사라졌다. 옛 우리 조상들의 말 속에는 사랑방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우리 문화에선 손님을 맞이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이렇게, 마을 소식을 공유하고 자신의 삶을 나눴던 정겨운 문화가 공간의 변화와 함께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사람이 모이기 위해선 공공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사회에는 이 자리를, 돈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의 공간이 채운다. 특히 어느 순간부터 카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이제 한 거리에 여러 브랜드의 카페가 모여 있는 광경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이제 사람들은 일을 하기 위해, 친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혹은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를 이용한다.

*

이 카페 트랜드에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그 이름 하여 책방이다. 책을 읽지 않는 한국 사람들에게 책방이라니? 얼핏 들으면 의아하지만 그 면면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방이라고 해서 고요하기만 한 곳은 아니다. 먼저 익숙한 곳을 말해보자면, 2000년대 도시 곳곳에 있었던 만화방들이 어느 순간 사라진 뒤 그 자리를 대신한 만화카페가 있다. 이북의 등장과 높아지는 임대료를 대신하여 등장한 이곳은 만화방 특성에 사람들이 자주 찾는 카페를 결합한 공간이다. 어릴 적에 몰래 서서 읽던 맛은 사라졌지만 대신 이곳은 젊은 층의 데이트 장소, 추억 삼아 옛 만화나 소설을 읽고 싶어하는 중장년 층의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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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숲


두번째로 삼성역 코엑스몰 지하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은 높이 13m의 서가에 5만여권의 장서를 갖춘 책방이다. 이곳은 개방형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유롭게 떠들고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코엑스에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간의 복잡함과 휴식 공간에 대한 간절함을 느낀다. 어지러울 정도로 꼬인 지하 쇼핑생태계 속에서 별마당 도서관은 방문객을 위한 쉼터로서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더불어 매달 다양한 문화행사와 공연이 열리며 한번씩 공간의 묵은 분위기를 풀고 즐거운 활기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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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당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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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 도시 속 랜드마크들, 멀티플렉스 안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대형서점들이다. 특히 교보문고의 경우 합정, 일산, 광교 등지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앵커 스토어로서의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 합정점 교보문고의 경우, 약 2,400평 중 699평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공간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숍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여기에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쉴 수 있도록 키즈카페를 열고 여행특화공간을 만들어 관련 책을 큐레이션 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혹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을 넘어 사람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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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마지막으로 정말 새롭게 부상중인 대안공간, 독립서점들이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 페미니즘 등 장르 별로 특화된 곳이 있는가하면 주인장의 독서 큐레이션, 퍼퓸 큐레이션 등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한 곳들도 있다. 보통의 책 외에도 1인 출판 책들도 많이 들어와 있어 개인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독립서점들만을 찾아다니며 순례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독서모임이 자주 생기기도 하고 작은 규모로 작가와의 번개 모임, 강연회가 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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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서재


이제 책방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며 함께하자고 유혹한다. 함께 대화하고 삶을 나눌 수 있었던 옛 문화를 계승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한국의 광장을 꿈꾸고 있다.


[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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