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번역'은 신성하다. [영화]

글 입력 2018.06.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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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들을 볼 때, 특히나도 외국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시 되는 것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분은 바로 '자막', '번역'이다. 최근 인기 영화들의 오역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영화를 보기도 전에 번역가를 찾아보거나 영화를 보고나서 내용이 이상해보였던 장면을 찾아 직접 번역을 해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이만큼 번역의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게 되었는데 도대체 오역의 정도가 영화의 내용에 얼마나 영향을 크게 주는지 최근 흥행하고 있는 두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 본 두 영화의 번역 속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1.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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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번역을 하지 않은 대사들.
 
위에 영화 뿐만 아니라 마블의 거의 모든 영화에는 번역을 하지 않고 빼먹은 대사들이 너무 많았다. 번역가는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그랬던 것 같지만 아니다. 빠진 대사들이 얼마나 영화에 영향을 줬는지 인식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내용 중 토르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크루들을 만나면서 "He stole a space stone from me, destroyed my ship and slaughtered half of my people." 이라는 대사를 하는데 영화 속 번역에는 'slaughtered half of my people.'의 대한 번역은 나오지 않는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또 다른 곳에 아스가르드인들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모르게 된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영화 속 토르가 집착적으로 무기를 찾는다. 이는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헬라의 대사 중 "너나 나나 이 땅으로 인해 힘을 얻지 않냐'는 대사를 빼먹었기 때문에 이해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토르의 힘의 원천인 아스가르드가 사라졌기에 그는 무기로 힘의 원천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곳곳에 유머 요소들 역시 그냥 생략했었는데 스타로드가 타노스를 'Grimace.', 토니 스타크가 지구에 첫 등장한 악당에게 'Squidward'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한국인들이 쉽게 이해가 갈 수 있도록 '보라돌이', '징징이'같은 귀여운 이름으로 상대를 비꼬는 그들만의 성격을 보여주는 번역을 보여줬어도 좋았었을텐데 이 부분이 많이 안타까웠다. 뿐만 아니라 토르가 무기를 만들기 위해 니다밸리르로 향한다는 말을 했을 때도 드랙스가 "그건 만들어진 말이잖아!"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토르가 "모든 말은 만들어졌지."하고 말장난을 했음에도 이는 잔인하게 생략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북미 사람들이 신나게 웃었던 장면에서 우리는 사라진 번역으로 웃지도 못한 광경에 빠지게 된 셈이라고 말할 수 있다.


1-2. 친구의 소중함?

지나친 의역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번역은 대개 친구의 소중함을 계속 운운하는데 원문을 직역해보자면 캡틴이 비전에게 "We don't trade lives."라고 말하는 장면은 사실 생명은 하나하나가 소중하니 우리는 절대 너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말을 "우린 친구를 버릴 수 없어."라는 아리송한 말로 번역을 하면서 캡틴의 대사를 너무 가볍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친구의 소중함보다는 사실 생명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대사인데 오히려 히어로들을 '우리는 친구! 우리는 하나야!'하고 가볍게 만든 것만 같아서 아쉬웠다.


1-3. 너무나도 유명한 오역

사실 이 두 대사로 인해 번역가들이 능력에 대해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게 되기 시작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먼저 마지막에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사인 "It's end game."이라고 말하는 부분, 이는 영화에서는 이제는 가망이 없다고 해석이 되었지만 사실은 "이제 최종 단계만 남았다."라는 뜻으로써 어벤져스 4를 이어주는 아주아주 중요한 대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이제는 가망이 없다는 오역으로 인해 관객들은 어벤져스의 끝을 보게된 꼴이 된 것이다.

또한 닉 퓨리의 마지막 'motherxxxx'이라는 대사를 충분히 욕으로 대체될 말이 많았을텐데 무슨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로 번역을 함으로써 닉 퓨리가 캡틴 마블의 아들이냐는 조롱섞인 비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졸지에 닉 퓨리 효자설이 붉어지는 등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2. 오션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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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어딘가 부족한 번역

사실 이 영화에서는 내용에 크게 영향을 준 오역은 없었지만 사실 부분부분 아쉬운 번역이 조금 많았던 것 같다. 영화 속 루와 데비가 나인볼을 영입할 때 데비가 루에게 "러시아인이 아닌 해커는 없어?"하고 영묻는 장면에서 루는 "There are barely any Russians who aren't hackers."라고 말하는 부분을 '해커가 아닌 러시아인이 드물어'가 아닌 '러시아인이 아닌 해커가 드물어.'라고 번역된다. 전자가 오히려 나인볼의 유능함을 강조하기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또한 데비가 아미타에게 작업을 같이 하자고 말하는 장면에서 무엇을 밀수할 것이냐는 해석이 아닌 보석 등급을 매기고 싶냐는 뜬금없는 대사를 한다. 아미타와 데비는 이미 일을 한 번 해봤다는 설정을 충분히 장면에서 표현했고 데비가 말한 작업이 무슨 의미인지 아미타가 다 알고 있음을 관객들이 이해하고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보석 등급이 나오면서 오역이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 영화는 웃음 포인트도 많이 놓쳤던 것 같다. 루와 데비가 콘스탄스를 영입하러 가는 부분에서도 데비는 루에게 "Is this one sane?"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영화 속에서는 "제 정신이고?"라고 짧게 해석하지만 실은 "얘는 제 정신이야?"라고 더 정확히 해석하는 것이 맞다. 전자는 데비가 루에게 제 정신이냐고 묻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콘스탄스를 정확히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데비가 앞서 본 나인볼과 로즈를 제 정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게 되어 또 다른 웃음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었는데 이를 빼서 조금 아쉬웠다. 뿐만 아니라, 데비가 통장 비밀번호를 까먹어 은행 직원에게 통화를 하는 부분에서 영화 속 번역은 그저 비밀번호를 잊었다고 해석하지만 실은 "내 통장인데 내 8촌의 자동차 브랜드와 모델을 까먹어서 접근할 수 없다는게 말이 되냐구요!"라고 해석해야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


2-2. 캐릭터에 영향을 준 오역

콘스탄스가 데비에게 매트로 카드를 사달라고 하는 장면 중에서 콘스탄스는 데비의 오빠인 대니 오션의 사진을 보고 "You sure he's dead?"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데비는 "No."라고 대답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이들의 대화를 "가짜로 죽은거죠?", "아니"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저 대사를 직역하면 "죽은 거 확실해요?", "아니." 라고 해석하는 것이 훨씬 옳다. 이전 장면에서 데비는 끊임없이 오빠의 죽음에 의심을 하기 때문이다. 그전 영화에서 이미 대니 오션이 죽음을 가장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속 데비를 배신했던 사기꾼 클로드 베커가 데비의 작전에 꿰여 다프네의 파트너로 멧 갈라 파티의 파트너로 들어가게 되는데 다프네의 투상 목걸이가 사라져 두 사람이 심문을 받게 되는데 영화 속 그의 대사는 "I was back at the table the whole time.", 영화 속 해석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저랑 같이 쭉 테이블에 있었어요."라고 하지만 이는 클로드 베커의 캐릭터를 부정하게 되는 대사가 된다. 클로드 베커는 이기주의적이고 계산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데비를 배신했던 것이고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데비를 이용했던 전적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다프네가 위험에 빠졌고 자신이 같이 의심을 받는 와중에 그녀를 감싸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설명하고 싶은 것이다. 저 대사를 직역하면 "저는 지금까지 쭉 테이블에만 있었어요."라는 대사이다. 말 그대로 자신은 다프네랑 계속 같이 있지는 않았다며 자신은 사라진 목걸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2-3. 영화의 '의의'를 없앴던 오역

오션스8을 본 많은 관객들, 특히나도 여성 관객들에게 분노를 준 오역이 딱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루와 데비가 멤버를 영입하는 장면 중에서 루가 남자 멤버를 영입하자고 말하자 데비는 이 사람은 남자라서 안된다고 말한다. 그에 루가 왜 이 남자는 안되는 것이냐 "남자"라서 그렇냐고 묻자 데비는 이렇게 말한다. "Him gets noticed, A her gets ignored. For once we'd like to be ignored.", 이는 직역하자면 "남자는 주목받지만 여자는 무시 당한다. 그리고 우리는 처음으로 무시 당하고 싶은 것이다."라는 대사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저 "남자가 끼면 일이 복잡해지잖아."라고 대충 의역을 해버린다. 이 영화는 남자들만 가득했던 오션스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여성들이 주연으로, 여자배우들도 남자배우들만 하던 스파이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어김없이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대사는 이 영화의 상징성과 의의를 어김없이 보여주는 대사였는데 이를 너무 성의없게 해석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

사실 두 영화에서 말하지 못한 세부적인 오역들도 많지만 영화의 내용을 많이 해치지 않았기에 뺀 부분들도 많다. 영화 '옥자'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통역은 신성하다.", 마찬가지로 번역 또한 신성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외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의 대사들을 번역해주고 관객들의 이해를 도와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위 두 영화는 같은 번역가였지만 위에 번역가 뿐만 아니라 다른 번역가들도 이처럼 오역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없지 않아 있다. 오역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점은 좋았지만 그래도 깨끗한 번역을 통해 관객들이 굳이 번역을 따로 찾아보게 하는 번거로움은 줄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그 언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어도 외국어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오역을 봐야만 하거나 그 오역을 그대로 문제없이 인식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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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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