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하는 것들에 대하여 [문화 전반]

'혼영' '혼술' 혼자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 세대
글 입력 2018.06.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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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엔 갈까 말까 수도 없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현재의 삶에 약간은 지쳐있는 상태였고 같이 가고 싶은 사람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하는 나에게 베이징을 혼자 다녀온 친구는 '재미가 있든 없든 그냥 갔다 와'라고 했다. 그 말에 즉흥적으로 계획을 짜고 바로 버스에 올랐다.

'가서 외로우면 어떡하지' '재미없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마음 한구석에 쌓여있었지만 그 또한 나중엔 추억으로 남겠지 싶었다. 1박2일간의 아주 짧은 여행이었지만 즐거웠다. 혼자 바다도 보고 맘껏 걸어 다니고 사진도 찍고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돌아왔다. 가고 싶은 곳을 가고 계획 수정이 용이하다는 점이 좋았다.

다른 사람들과 연락을 해 일정을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 그것에서 오는 의견 충돌이 없었다. 또한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대로 누릴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행복이 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혼자 택시를 잡아타니 택시 아저씨는 나에게 혼자 왔냐고 물으면서 요즘 혼자 오는 여행객들이 많다고 했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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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서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고등학생 때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었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먹는 문화, 그런 문화는 빠르게 언어로 흡수돼 '혼술' '혼밥' '혼영'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이런 단어가 일상에 자주 쓰이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돼진 않은 것 같다.

1인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혼족'이 늘면서 그들을 타겟으로 한 여러 상품과 가게들이 생기기도 했다. 1인 식당과 1인 카페 등 1인 가구는 여러 마케팅의 핵심 타겟이었다. 최근 미디어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역시 그렇다. <혼술남녀>, <나 혼자 산다> 등 이런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홀로 하기에 더 익숙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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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다. 작가는 한국인들이 불행한 것에 대해 전근대적인 집단 문화 때문이라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당장 한국 사회를 보아도 '회식'과 같은 행사는 집단을 더 똘똘 뭉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그것에서 빠지게 되면 남몰래 비난을 받는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 상사의 연락을 받아야 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흔하디흔하다. 이런 문화에서 결코 개인의 행복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혼자 놀기에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한국의 강한 집단주의 성향이 혼족 문화 탄생에도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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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혼자 놀기에 매력을 느낀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것을 굉장히 좋아함에도 혼자 하는 모든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고등학생 때는 더욱 그랬다. 대학교에 오며 자연스레 혼자 해야하는 것이 늘고 그렇게 해야 했다. 혼자 밥 먹거나 혼자 영화 보거나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자신은 없다. 남들에 시선이 신경 쓰였기때문이다.

예전에는 '혼자 온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에 배가 많이 고픔에도 식당에 들어가질 못했다. 그러나 요즘엔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것이 혼자 놀기의 핵심인 것 같다. 누구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하고 싶은 것을 즐기려면 필요한 아주 중요한 일이다.

혼자 놀면서 그 과정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걸 커버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편하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젊은 층들은 혼자 하는 것들에 대해 이유를 묻자 편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렇기에 현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요소라고도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외로워 보인다며 안쓰러워했지만 이제는 그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외로움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휴식,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으로 통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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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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