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연주회

글 입력 2018.06.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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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8년의 여름이 시작됬다. 슬슬 해가 길어지고, 햇빛이 뜨겁게 느껴지며, 공기 속에서는 촉촉한 습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름이 온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미묘한 자연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느끼게 된다. 이번에는 이런 자연의 변화를 '음악'을 통해 느껴봤다. 바로 가장 유명한 클래식 곡 중 하나인, 비발디의 '사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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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전해주는 계절을 느끼기 위해, 잠실의 롯데콘서트홀로 향했다. 롯데콘서트홀에는 처음 가봤는데, 배치된 홍보물을 보니 이곳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연주회가 열리는 듯 했다. 스페인에 여행가지 않으면 흔히 접하기 힘든 플라멩코 기타 연주회도 예정되어 있었다. 나에게 낯선 장르의 공연들이 많이 올려지는 곳인 듯 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번에 보게 된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의 공연 또한 나에겐 굉장히 낯선 공연이었다. 하지만, 비발디의 '사계'라는 익숙한 곡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지, 낯설음으로 인한 불편함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과연 낯선 장르의 공연에서 듣게 되는 익숙한 곡은 나에게 어떠한 감상을 전해줄까?'라는 기대감과 함께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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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프로그램 리스트

G. Rossin, Sonata n. 1 in G Maggiore. per archi 
(로시니, 소나타 1번 G장조)

: 로시니의 6곡의 현악 소나타 중 12살에 작곡한 소나타 1번은 작곡가의 천재성을 확인 시켜주는 명작으로 원래 바이올린 2대, 첼로, 더블베이스가 참여하는 흔하지 않은 실내악 구성이다. 이 곡은 각각의 악기가 풍성한 볼륨감 대신에 다른 편성의 연주에서 들을 수 없었던 섬세한 아티큘레이션과 악기 간 대화의 묘미가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G. Rossini, Un Mòt a Paganini per violino e archi
(로시니, 파가니니에 부치는 말-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비가)

: 로시니가 작곡하여 발표되지 않은 바이올린 솔로 곡으로 솔리니가 편집하여 Boccaccomo & Spada Editori SRL에서 출판되었다. 로시니는 파가니니의 연주에 감동을 받아 파가니니를 위한 곡을 만들었다. 이 곡의 피아노 파트는 일반적인 반주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다.


N. Paganini, Cantabile in D Maggiore. per violino e archi
(파가니니, 칸타빌레 D장조)

: 이 곡은 소나타 12번 마단조와 함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이중주곡으로서, 때로는 기타 파트가 피아노로 대체되기도 한다. 파가니니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초절기교가 특징이지만 이 곡은 보기 드물게 어려운 기교를 사용하지 않아 유려한 것이 특징이며, 우아한 아리아조풍의 선율이 오페라의 카바티나를 연상시키는 곡이다.


G. Rossini, Sonata n.3 in C Maggiore. per archi
(로시니, 소나타 3번 C장조)

: 1940년대 미국의 국회 도서관에서 발견된 6개의 현악 소나타가 로시니가 쓴 진본임이 밝혀지면서 , 더블 베이스가 비올라를 대신한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이 곡은 로시니가 화성학을 전혀 배우지 않고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악장은 '느리게, 빠르게, 느리게'로 이어지는 3악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2악장에서 독주악기로 연주되는 소절은 그의 오페라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아리아의 전조를 보여준다.


A. Vivaldi, “Le Quattro Stagioni" quattro concerti per violino archi e basso continuo
da "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zione" Op.8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집 Op.8 "화성과 창의의 시도" 중 '사계’)

: 비발디의 작품집 『화성과 창의의 시도』(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zione, Op. 8)에 실린 12개의 협주곡 중에 포함된 4개(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계절별로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7세기 초에 작곡된 이 곡은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에 속한다. 심각하지 않은 쾌활한 울림, 주어진 설명이 쉽게 이해되는 자연현상의 묘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준다. 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발디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과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묘사하고 있다. 네 곡은 짧은 곡들이기는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아주 뛰어나며 비발디의 아름다운 시정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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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종종 연주하기도 하는 피아노의 연주회와, 내가 전혀 다룰 수 없는 현악기의 연주회는 나에게 굉장히 다르게 다가왔다. 전자의 경우, 피아노의 여러 기법이나 소리는 상대적으로 나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것의 난이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로 연주자들의 능숙한 연주에 감탄을 하기 된다. 반면, 이번의 연주회는 내가 전혀 다룰 수 없는 현악기가 주인공인 연주회였다. 때문에 연주회의 모든 소리, 기법, 선율 등이 매우 새로웠다. 오히려 새로웠기 때문에 '현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피아노 소리와는 명확히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각 현악기의 활이 음과 음 사이를 이동할 때 내는 소리는 현악기 특유의 매력을 매우 잘 보여줬다.

이번 연주회의 장르 자체에서 '현악기의 매력'을 느꼈다면, 이 연주회를 이끈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의 연주에서 난 '따뜻함의 매력'을 느꼈다. 이들의 연주는 갈색이나 주황색과 같은 따뜻한 계열의 색에 가까웠다. 이러한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가 표현한 비발디의 '사계'는 자연의 모습과 변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봄의 꽃, 여름의 푸르름과 비, 가을의 결실, 그리고 겨울의 추위를 음악으로 묘사하며 우리에게 친숙한 '계절'을 그들만의 정서로 표현해 주었다. 나는 그들의 '사계'를 들으며, 비바람 및 눈보라와 같은 '격렬함'과 만개 및 푸르름과 같은 '평화로움'이 반복되는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느끼며 자연의 모습과 우리들의 모습이 상당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삶 또한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반복되는 희비극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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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가 준비한 공식 프로그램이 다 끝난 뒤, 세 곡의 앙코르가 있었다. 이 중, 두 번째 앙코르 곡 '코렐리 합주 협주곡 D장조 Op.6'은 이번 연주회에서 연주된 곡 중 Best 였다. 슬픈 선율 속에서 느껴지는 '체념'과 '위로' 그 중간 어딘가를 표현하는 듯 한 연주는 굉장히 큰 여운을 남겨 주었다. 말로는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추상적인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때문에 명확한 '단어' 보다는, 무언지 모를 '그림'이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그런 곡이었다. 아련한 여운을 남긴 이 앙코르 곡은 이번 연주회의 감동을 보다 더 진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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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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