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UNSCRIPTED. 각본 따르기를 그만둬라

자발적 노예로부터 벗어나기
글 입력 2018.06.2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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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엠제이 드마코는 우리네 삶이 거대한 각본에 종속되어있다고 본다. 그에 의하면 우리의 생활 방식부터 우리가 욕구하는 것, 선택한 것, 싫어하는 것의 대부분이 그 각본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주 5회 근무를 하면서 주말만을 기다리는 생활을 당연시하는 것, 노후를 위해 젊어서 고생하고자 하는 것, 어떤 브랜드 상품에 대해 가치를 느끼고 무리해서라도 사는 것 등등 우리의 일상적 사고방식은 거대한 관습적 각본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부자가 되기 위해, 내지는 궁극적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각본 탈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UN.scRIPT.ED는 말 그대로, 준비된 각본을 따르지 않는, 각본에서 탈출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 삶의 방식을, 더 나아가 삶의 가치를 우리가 직접 선택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하며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 역시 많은 부분이 우리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임을 알아야한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가 겪고 있는 무거운 부담도 책임도, 매일 우리를 괴롭히는 과도한 업무들도 모두 그 자신의 선택에 기원한 것이다. 타고난 불리한 환경적 요인도 우리 삶에서 배제될 수 없는 불가피한 요소이지만 그것은 알고 보면 사실 우리를 옭아매는 수많은 것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괴로움은 개인의 사회적 경향성에 따른 선택으로 인한 것이며, 우리는 마찬가지로 선택을 통해 이것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여기에는 큰 인내가 필요한데, 사람들은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름길만 찾고자 한다. 그런 사고방식은 사람을 다시, '각본' 속으로 잡아당긴다.



각본에 의한 삶. 인도와 서행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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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고 내일을 파는, 저자가 '인도'라고 표현한 길은 행복을 약속하는 당장의 소비들을 질러대면서 오늘의 무절제에 대한 대가를 내일의 고생으로 미루는 것이다. '인생 뭐 있어'라는 말로 당장 삐까뻔쩍한 것들을 질러 놨다가 미래에 그걸 유지하기 위한 빚에 묶여 하기 싫은 일을 노예처럼 하는 것. '인도'를 걷는 이들은 노예처럼 하기 싫은 일들을 하면서 그것으로부터 도피하겠답시고 인터넷 가십거리나 게임 같은 가상현실, 연예인들의 일상 같은 사소한 것들에 정신을 팔게 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들은 나중에 갚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좋게 느껴지는 것'을 소비하는데, 알고 보면 '남들보다 잘 나간다', '트렌드를 앞서간다'는 것 또한 다른 사람들의 가치 기준에 갇혀있는 것일 뿐이다. 그로 인해 자신이 겪어야 하는 시간과 돈의 손실은 온전히 본인의 몫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런 표면적인 소비들을 쌓는 것은 진정한 성공이나 행복이라고 볼 수 없다. 그에 대한 대가를 청산하기 위한 수많은 노예 생활이 남아있으니.

반대로, 오늘을 팔아서 내일을 사는 '서행차선' 역시 옳은 선택이 아님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50년을 개처럼 일해서 남은 10년을 부유하게 사는 게 과연 영리한 선택인지에 대해 반문한다. 그에 의하면 역시 '결핍은 풍요를 창출하지 않는다'. 오늘을 사고 내일을 파는 것이나, 오늘을 팔아서 내일을 사는 것이나 둘 다 극단적인 삶의 형태이지만 개인을 조작된 각본 안에서 소모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기업가는 문제 해결사


"변화의 고통을 회피하면 당신은 결코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 249p.


이러한 각본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제목만 보면 돈 많이 버는 방법에 대한 책인데 내용을 보면 경제경영 책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까워보인다. 저자는 각본탈출을 위해 구체적으로 당장 어떤 사업이 유망하다든지 제테크를 어떻게 해야한다든지 하는 부분보다는 마음가짐이나 목표 설정에 대한 이야기로 대부분의 내용을 채워나간다. 저자는 구체적인 방법을 떠먹여달라는 이들에 대해 세상은 계속 변하고 이에 따라 시장 구조나 트렌드도 바뀌는데 같은 방식이 꾸준히 통할 리가 없다고 일침한다. 대신 그는 어느 세대에 있든 부자가 되기 위해, 아니,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거시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맞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돈이 얼만큼 벌린다'는 공식 하나가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통용될 리 없으며 그런 공식 하나로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면 '부자'가 부자인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만 저자는 PART 4의 많은 지면을 할애해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이를테면 기업가로서 추월차선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내가 없어도 24시간 굴러갈 수 있는, 즉, 수동적 소득 창출이 가능한 사업을 구상해야한다는 것 등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내가 꼭 해당 시간만큼 그 자리에서 일해야 하는 상담업보다는 일단 프로그램을 만들어놓으면 수천명이고 수만명이고 사람들이 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종류의 사업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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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원칙들은 물고기를 떠먹여 주는 게 아닌,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으로써 제시된 것으로, 과정 없이 결과만을 성취할 수 있는 절대 비밀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 엠제이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직, 간접적인 경험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란 없으며, 성공적인 비즈니스에 있어 노력의 '과정'이 생략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업가는 문제 해결사의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많은 부자들이 소비자의 만족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악덕 기업주처럼 그려지곤 하지만, 실은 많은 기업가들이 우리의 일상적 불편을 해소해주면서 재벌이 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의 불편을 해결해주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 그것이 사업의 본질이련만 저자는 오늘날 대부분의 경영 관련 논의에서 기술적 전략과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만이 주를 이룰 뿐, 소비자 불편을 해소시키기 위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재한다는 데에 탄식한다.



과정과 노력의 중요성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라. 그러면 돈이 따라 오리라." - 3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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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게으르고 나태하게 살면서도 먹고 살 걱정 없이 살기 위해서? 부자가 되고 싶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 한 다들 힘든 일상에서 '그냥 일 안해도 돈이 막 들어오고, 차가 몇 대씩 있고, 부자였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먹고 살 걱정 좀 안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막연한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왜? 그 정도로는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추진력이 될 수 없어서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게으름과 나태함에 의한 소망은 각본화된 일상에서의 나태함 앞에 시도때도 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내 몸 하나 편하자고 부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은, 주 5일을 근무하고 찾아온 달콤한 주말에 낮잠을 택할 수밖에 없다. '너무 힘들어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 중 그 누가 힘들게 새로운 것을 익히고 사업을 구상하는 데 주말을 쓰겠나. 그래서 엠제이 드마코는 반대로, 내가 부자가 되어 미래 걱정을 할 필요조차 없는 좋은 여건이 모두 갖춰지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다. 부를 위해서는 그만큼의 의미와 목적, 그러니까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행동으로 이끌어줄 원동력이다.

그러니까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는 마법의 비밀을 알려주세요! 라는 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이다. 동기가 될 마음가짐부터 이를 통한 노력의 과정이 중요한 것인데, 엠제이는 이에 대해 그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주려는 것일 뿐이다. '또 노오력 노오력 하고 있네' 싶겠지만, < 타이탄의 도구들 >을 비롯한 다른 자기계발서들에서도 이야기되었듯 작은 노력들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다만 어떤 투자 방법 하나로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생각이야말로 양심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하는 것을 하라'는 빛 좋은 개살구를 조심하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고 자기욕심일 뿐이다. 결국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 없다. 게다가 자유롭게 '사랑하던 것'이 강제적인 일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에 대한 사랑조차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결국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건 도둑놈 심보라는 이야기다.


"선택권은 우리가 가진 자산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만,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망각한다. 선택의 모든 결과는-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우리의 몫이다. 오늘 당신이 어디에 위치에 있든지 간에-그 각본으로부터 놓여나 있든지 아니면 그것에 의해 감금되어 있든지-당신은 당신이 내린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진실을 직시하라." - 4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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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제이 드마코는 알고 있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도, 이 책만큼 좋은 책을 몇 십 권씩 읽어도 진짜 변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임을. 그는 우리에게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로 '액션페이킹(Action-Faking)'을 이야기한다. 액션페이킹이란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자기자신을 속여 변한 듯한 기분만 들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무술 영화를 보고 나서 괜히 텐션이 올라가서 잠깐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처럼, 이런 자기계발서도 우리가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과 인식부터 재정립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잠깐 기분만 내고 말게 될 책이 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언스크립티드와 같은 책은 '요령'이라는 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상기시켜준다. 스스로 되고자 하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상적인 인생의 방향을 설정해 매일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에서 강조하는 바이지만 이를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럼에도, 각본 탈출 역시 스스로 해야함은 변하지 않는다. 이 또한 잠깐의 인식 변화가 아닌 매일의 과정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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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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