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을 질문하는 연극, <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 [공연]

글 입력 2018.06.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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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는 예상했던 대로, 강렬한 연극이었다. 90분 내내 온몸의 감각이 곤두섰던 것 같다. 조마조마하며 마음 졸이기도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아무런 무대 장치가 없었는데도 그랬다. 배우들의 연기, 춤, 음악만으로도 이토록 강렬한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이끌어갈 수 있다니. 인상적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 산다는 것.


연극은 한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일용직 노동자, 아내는 영어 학습지 교사로, 이들은 두 딸과 함께 친척 집에 얹혀 산다. 밖으로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안으로는 눈칫밥을 먹으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부는 '한탕'의 기회에 모든 것을 올인한다. 그러나 이 마지막 희망마저 좌절되자, 그들은 결국 가족 동반 자살을 시도한다.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두 딸만 죽고, 부부는 살아난 것이다. 부부는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계속 갈등한다. 죄책감, 고통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삶의 밑바닥에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이야기라 극 중에서 인물들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집중을 기울이게 됐다.



극단 떼아뜨로 봄날의 연출


극은 이러한 삶의 순간 순간들을 과장된 듯한 몸짓, 배우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화음 등을 통해 그려낸다. 단순한 대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이용하여 온몸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 너머로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적인 장면들이 많아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털어 '한탕'을 향해 달려가는 부부의 모습은 빨간 조명, 강렬한 배경음악 아래 모든 배우들이 함께 추는 율동(?)으로 표현된다. 뮤지컬의 한 장면 같기도 한 이 모습은 절박하고도 아슬아슬한 상황을 너무나 잘 표현한 장면이었다.



질문하는 연극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는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연극인 것 같다. 인물들의 심정과 삶, 그리고 마지막 결말까지 명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극은 그저 우리에게 "너라면 어떨 것 같니?"라고 묻는 듯했다.

만약 내가 주인공들처럼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면 어떤 심정일지, 어떻게 살아갈지 계속 대입하게 된 것이다. 인물들의 삶을 판단하기 전에, 또 삶과 죽음이라는 질문에 완벽한 답을 내리려고 하기 전에 극장 안에 모인 관객들과 배우들이 함께 호흡하며 같은 질문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표현과 이미지들을 통해 관객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 이 연극의 묘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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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외로 살짝 덧붙이자면, 나온씨어터가 있는 혜화 로터리, 혜화 초등학교 인근에 소극장이나 개성있는 카페들이 많다. 갤러리 카페에서 무료 전시를 감상할 수도 있으니 연극과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마로니에 공원 근처 '메인 대학로', 그리고 흔한 로맨틱 코미디 연극이 지겹다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또 다른 혜화의 모습을 만나보아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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