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 I VIRTUOSI ITALIANI

글 입력 2018.06.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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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
 I VIRTUOSI ITALIANI


북미정상회담 성공개최를 염원하는 속마음을 눈치라도 챈 걸까? 아니면 떠나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그리워하는 고독한 봄처녀 마음을 훔쳐가고 싶은걸까? 이럴 때면 떠올리게 되는 클래식 명곡이 있다. 좀 더 말하면, 요즘 출퇴근길에 자주 듣고 있는 곡들이기도 한 ‘비발디의 사계’다.

지난 주를 곰곰이 떠올려보면, ‘비발디 사계’를 몸소 체험한 일주일이었다. 프리뷰를 쓸 때만 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장막을 여는 듯했던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다. 나아가 한러정상회담과 북한과의 추가 협력사안까지 진행되고 있으니, 6월 한달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말할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렀다. 그 사이 사계절을 체감하는 듯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애써 붙잡고 있던 봄을 놓아줄 때가 되었는지 오늘은 하루종일 여름 초입을 알리는 장맛비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으악…월드컵 16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인가….)

오랜만에 찾은 롯데콘서트홀에서 맞이한 아티스트는 바로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 I VIRTUOSI ITALIANI. 로시니 G.Rosinni, 파가니니 N.Paganini, 비발디 Vivaldi까지 내놓으라 하는 명인들의 명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무대는 그곳으로 향하는 발길부터 설레였다. 아마도 음향은 전국 최고라는 롯데콘서트홀의 위엄이 한 몫했을지도 모르지만, ‘노련미의 투혼’이 과연 어떤 진면목을 보여주는 지를 실제 눈과 귀로 듣고 바라볼 수 있었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무려 29년동안 함께 한 파트너십은 어떻게 표현한단 말인가? 1989년 솔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그들이 신뢰와 연주로 두텁게 쌓아 온 그 관계는 아마 그 어떤 성벽보다 견고하리라 생각한다. 실제 다양한 곡들을 연주하고 경청했을 때에 흐트럼 없는 그 노련미에 황홀함의 음악을 맛 보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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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부로 나뉘어 구성된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 I VIRTUOSI ITALIANI 내한공연에서 내가 주의 깊고 인상 깊게 바라본 곡은 먼저 1부에서 파가니니에 부치는 말,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비가’ 파가니니의 칸타빌레 D조다. 우리가 아는 파가니니는 광적인 아티스트, 바이올리스트로 유명하다. 기교하도고 정교한 실력으로 만중의 마음을 훔친 자, 재능을 탐내던 자들은 그를 악마라는 추문을 던지면서까지 내몰차게 굴었던 비운의 인물.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  I VIRTUOSI ITALIANI 가 연주한 선율들은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음과 음으로 무대를 매료시켰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만큼 못 따라가는(잘 알지 못하는) 내 취향과 마음을 눈치라도 채듯이, 그저 눈을 감고 귀기울여보라는 그들의 부드러운 음색은 6월의 밤을 아늑하게 해주었다.

2부는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  I VIRTUOSI ITALIANI 를 명성있게 해 준 비발디의 사계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아티스트들이 이 곡을 연주했지만, 내가 들은 비발디 사계는 부끄럽게도 처음이자 마지막까지 들은 경험도, 제대로 들은 경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각조각 알듯말듯한 리듬들을 채워 나가는 퍼즐처럼, 사계절의 조각을, 비발디의 천재성을 하나둘 채워가듯, 숨가프게 그들이 연주해주는 음을 쫓아갔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시간 때문일까? 관중들을 못내 아쉬운 마음을 앵콜 4곡으로 마무리를 해주었다. 앵콜 4번이라니.. 노장의 투혼, 아니 전문가다운 매너가 바로 이 앵콜 공연에서 오롯이 느껴졌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듣고 있는 곡은 두 번째 앵콜곡이다. 영화 피아노 OST Michael Nyman의 ‘Promise’를 피아노 선율이 아닌 다양한 현의 선율로 듣는 매력은 이리도 다른 매력과 음색이 있다니… 빗소리를 배경 삼아 듣는 앵콜곡의 여운은 마치 아쉽게 떠나가버린 봄의 여운을 잡는 나의 마음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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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탈리아에 처음 갔을 때가 2006년 12월이다. 벌써 12년의 세월이 흘렀다니… 12년 동안 이탈리아는 많이도 변했겠지? 하지만, 이탈리아의 영혼을 담은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의 연주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것만 같다. 시간이 갈수록 풍부하고 싶은 음색과 환상적인 협업이 더욱 완벽한 무대를 만들과 관중들의 사랑을 받으리라… 신진 아티스트들의 청초함도 좋지만, 그래도 나는 마음 깊은 속에서 우러 나오는 시간과 경험의 미를 믿는다. 아니, 그건 아무도 따라하지 못할 미 중의 미, 아름다움의 아름다움일 것이리라 확신한다.

그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듣고 보고 온 6월의 어느 날, 이제 그 아름다움이 만개할 날을 기다려 보려 한다.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행복하고, 좀 더 우아하고, 좀 더 사랑스러운 우리의 여름을, 조국의 여름을, 그리고 내 인생의 여름을 말이다. 비발디의 사계처럼,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 의 깊은 인생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으면서.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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