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구성하는 무언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6.2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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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취향을 좋아한다. 내가 보기에 멋있어 보이는 작업물과 그 작업의 영감이 된 이야기 등 예술가들의 생각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들과 같아지기를 희망한다. 그들이 작업에서 느끼는 느낌과 자신의 철학, 소지품까지도 그 사람을 구성한다. 그래서 예술가의 취향을 엿보는 시간은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고 더 괜찮은 사람으로 나아가는 기분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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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팔레트라는 곡이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아이유의 가느다란 목소리와 경쾌한 리듬이 그 노래를 계속 듣게끔 했다. 샤워할 때 항상 듣던 이 노래는 ‘나는 뭘 좋아하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hot pink보다 진한 보라색을 더 좋아해’라는 부분에선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을 떠올리고 ‘또 뭐더라 단추 있는 파자마, 립스틱, 좀 짓궂은 장난들’ 부분에선 아이유의 말에 공감했다.

아이유의 팔레트라는 노래도 25살 자신이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나열하고 살아온 삶을 생각한다. 화가가 자신의 자화상을 남겨놓는 것과 같다. 그럼 필자는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25살인 지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세상과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나를 돌아보고 기록하는 일은 어려우면서도 재밌다.
21살 때 나는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그림으로 나라는 사람을 마인드맵처럼 그려보곤 했다. 그때의 키워드를 뽑아보면, 볼터치, 아이스 카페모카, 필름 카메라, 비 오는 날, 스티커, 책.

화장을 할 줄 모르는 21살의 나는 ​​​볼터치만은 빠트리지 않았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볼터치라는 물건 하나로 가녀린 모습을 바랐던 것인지도.
아니면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이 들도록 의도된 모습일 수도 있다.

나에게 볼터치는 한낱 화장품이 아닌 자신을 드러내는, 일종의 소심한 반항이었다.
나에게 볼터치는 세상으로 나가는 시작이었던 셈이다. 사람들 앞에 서기 위한 가면이랄까. 그렇게 나는 누구보다 볼터치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25살의 나는 여전히 21살의 나와 같지만 좋아하는 물건과 분야가 넓어지고 더 많아졌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을수록 나를 구성하는 것들이 더욱더 명확해졌다. 초록색을 보면 나를 떠올리는 친구가 많아졌고 볼터치는 꼭 하는 나의 화장법을 알고 스티커를 모으는 나에게 스티커를 선물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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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향이 늘어나면서 이것을 더 느끼고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하나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주제에 맞게 분류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리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면, 사진을 찍어서 남겨둔다. 살아가면서 내 맘에 담고 싶은 것들은 항상 사진으로 남겨놓고 매일매일 음미했다. 그 시간이 나의 영양분이 될 수 있도록. 그 사진을 내방 벽에 붙여두었고 매일 그 사진을 들여다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매일 눈에 담는 일은 행복했다.

잠깐의 시선이 닿는 곳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놓아보자. 누군가에겐 친구, 영감, 하루의 힐링이 된다.

사회생활에 갓 발을 들인 23살 때의 나는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왔다. 이때까지 내 삶의 주인공은 나였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즐거웠던 시간, 공간 등 모든 기억의 중심은 나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중요했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 관계에서 나만의 취향만을 고집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고 다른 사람의 취향을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사회생활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상황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 변화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가족과 친구를 대할 때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가 크면서 그의 힘듦이 보였다.

항상 내가 먼저였던 삶에서 어느 순간 그에게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었다. 그러자 내가 이때까지 보지 못한 낯선 모습들을 발견했다.

수다로 그를 풀어주고 어떨 땐 나의 혼잣말이 힘이 되고 때론 침묵이 그를 위로해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모습은 깊게 각인되었다.
나는 그때야 생각했다.
아! 그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지.
왜 그동안 그의 감정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내가 그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이제 내가 그를 예뻐하고 애지중지해야지.
같이 걸어가는 길이 힘들지 않게.

-문득-



나는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유독 그녀의 한숨은 신경 쓰였다.
지속적으로 내쉬는 그녀의 한숨은 내 귀에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렸다.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그녀가 내쉬는 한숨에는 무엇이 담겨서 나오는 것일까.
무엇을 떨쳐내고 싶어서 그리도 한숨을 쉬는 것일까.
같이 공유할 수 없는 숨은 내 숨도 막히게 했다.
그녀의 한숨이 의미하는 바가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저 바라본다.

-한숨-


이 글은 1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엄마’를 주제로 썼던 예전 글이다. 엄마라는 존재가 문득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고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새로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가 품었던 생각은 거름이 되어 나를 더욱 단단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아직 25살인 내게 앞으로 품을 많은 생각과 물건을 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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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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