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턴테이블리즘, 음악으로 연주하는 악기 [음악]

글 입력 2018.06.2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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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랩”이다. 그러나 랩은 힙합을 이루는 가장 큰 4대 요소 중 가장 늦게 탄생했다. 흔히 힙합의 4대 요소로 랩, 비보잉, 그래피티, 그리고 DJ를 꼽는다. 이 중 DJ, 혹은 DJ가 맡는 ‘디제잉(DJing)’은 랩과 비보잉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이자, 힙합의 태동과 가장 깊은 연관이 있는 유서 깊은 활동이다. 태초의 디제이는 파티에서 음악이 끊기지 않게 ‘믹스(서로 다른 곡들을 조합하여 재생하는 것)’ 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되며 랩과 비보잉에 쓰이는 반주(비트)를 재생하고, 나아가 비트를 만드는 프로듀서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이들이 힙합의 창시자라 불리는 DJ 쿨 허크, DJ겸 프로듀서로 최정점에 오른 DJ 프리미어 등이다.
 
최근엔 방송 등을 통해 국내에도 디제잉이 많이 알려지고, 또 많은 연예인들을 비롯해 이를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CDJ’라는 장비의 개발이다. CDJ는 광학디스크(CD)를 이용하여 디제잉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비인데, 기존 아날로그 턴테이블과 비교하여 비트매칭 등이 쉽고, 조작이 간단하여 초보자도 조금만 배우면 음악을 꽤나 잘 틀 수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가 활용하는 장비들이 바로 CDJ다. 하지만 원래 디제잉은 바이닐, 즉 LP판과 턴테이블을 사용해 음악을 플레이했다. 아날로그 장비들을 이용해 디제잉을 하는 것을 우리는 특별히 ‘턴테이블리즘’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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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리즘도 완전한 아날로그라고 보긴 어려움이 있다. SERATO라는 디제잉 전용 소프트웨어와 컨트롤 바이닐(컴퓨터에 있는 곡을 즉시 재생하게 해주는 LP)을 이용하여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그러나 CDJ와 비교하면 저글링이나 스크래치, 더블링 등을 할 때 사람의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당연히 음악이 들어있는 일반 LP를 이용한 플레이도 가능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턴테이블리즘은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에 있던 음악들을 이용해 연주하는 독특한 형태의 악기로 볼 수 있다.

턴테이블리즘의 진입장벽이 높은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장비의 가격’이다. 기본적으로 턴테이블리즘을 하기 위해선 최소 두 대의 턴테이블과 믹서, 노트북, SERATO 소프트웨어, 컨트롤 바이닐, 슬립매트, 바늘, 헤드폰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믹서의 경우 Pioneer에서 출시한 최신형 DJM-S9 모델의 가격이 200만원을 훌쩍 넘고, 턴테이블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집에 장비를 구비할 형편이 안된다면 전용 연습실을 대여하거나 수강료를 내고 레슨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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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턴테이블리스트들은 눈에 띄는 성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힙합 레이블 AOMG의 멤버 DJ 펌킨과 DJ 웨건, 길거리 프리스타일 랩 대회를 개최하며 이목을 끌었던 크루 ADV의 DJ KENDRIX 등은 한국을 대표하는 턴테이블리스트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DJ 크루인 ‘Back N Forth’는 SBS 트라이앵글로 이름을 알린 DJ 스프레이를 비롯해 많은 턴테이블리스트들이 속해 있고, 매주 파티를 열어 국내 디제잉 씬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UMF, WDF 등 EDM을 기반으로 한 디제잉은 국내에서 이미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디제잉의 시초는 분명히 턴테이블리즘이다. 최근 힙스터 열풍과 아날로그로 회귀하고자 하는 트렌드를 잘 활용한다면 턴테이블리즘의 저변이 국내에서도 한 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는 1년 정도 턴테이블리즘을 배우고 최근 클럽에서 음악을 틀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얻었었다. 다른 악기에 비해 ‘자신이 좋아하는’음악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턴테이블리즘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턴테이블을 통한 플레이에 관심을 갖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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