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공을 초월한 문제작, '라 트라비아타'를 만나다

2018 서울오페라페스티벌 '라 트라비아타'
글 입력 2018.06.2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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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서곡(overture)은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앞으로 극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곡이라고 한다.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서곡은 노골적으로 슬픈 노래는 아니었지만, 아름답지만 은근한 비극의 분위기가 묻어나와 이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이 극의 정서를 느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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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8’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열린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보고 왔다. 오페라 공연을 보는 것도 작년 오페라 페스티벌 이후로 처음이다.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오페라를 경험하면서 몰랐던 명작을 향유할 수 있는 것도 이 오페라페스티벌 덕분이다.

<라 트라비아타> 역시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는데, 이 극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베르디가 꽤 최근(19세기)에 활동했던 음악가라는 사실에 한 번, 그리고 이 극이 코르티잔, 즉 당시 상류 계층의 남자들의 정부로 활동하며 기생이나 게이샤처럼 춤이나 가무에 능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당대의 문제작이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다시 말해 이 극은 당시 오페라를 향유하던 계층이 마음 놓고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대의 사회를 그 이면의 문제까지 그대로 담아냈던 작품인 것이다. 따라서 1853년 초연에서 처참한 실패를 거둔 베르디는 작품의 배경을 백 년 전으로 돌려놓아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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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raviata Musica di Giuseppe Verdi Opera
in tre atti Libretto di Francesco Maria Piave da
(공연 사진이 없어 해당 이미지로 대체합니다)
 

서곡의 분위기에서 느꼈듯 이 극은 주인공 비올레타가 ‘자신의 신분에 걸맞지 않은’ 진실된 사랑을 하다 결국 이루지 못하고 병으로 죽게 되는 이야기이다. 자신을 오랫동안 사랑해온 알프레도의 구애를 받아들여 그와의 행복한 나날을 꿈꾸지만, 곧 알프레도의 아버지(제르몽)가 찾아와 그녀의 신분을 이유로 이별을 강요하는 장면은 백 년, 이백 년 전의 작품이라기에는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다.

알프레도와 알프레도 여동생의 미래를 내세우며 자신을 설득하려는 제르몽에게 결국 파리를 떠나겠다고 하는 비올레타의 노랫소리는 마치 울부짖음처럼 들려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페라를 보다보면 이렇게 시공간을 초월해 ‘통(通)’함을 느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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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raviata in Salzburg Festepiele 2005
 

아무것도 모르는 알프레도와 홀로 가슴이 찢어지는 비올레타와의 마음이 엇갈려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기게 되고, 그 오해가 겨우 풀려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다시 영원히 행복할 일만 남은 그 시점에 하필 비올레타의 폐결핵이 악화되어 그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 “내 초상화를 받아요(pendi, quest'e l'immagine)”는 비올레타의 아름답지만 억울함과 슬픔이 가득한 목소리와 후회와 절망에 빠진 알프레도와 제르몽의 노래가 어우러져 비극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슬프면서도 오묘했던 장면은, 비올레타가 죽는 순간에 하얀 빛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으로 연출한 것이다. 하늘로 다시 올라가는 천사나 성녀와 같은 모습이 된 비올레타는 마치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넘어 그녀의 ‘진실된 사랑’으로 천국의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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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오페라 춘희(라 트라비아타)
시공관 서울, 1948
 

이 극이 1948년 우리나라 관객에게 처음 소개된 오페라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왜 모차르트나 바그너의 작품이 아닌 <라 트라비아타>였을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라 트라비아타>에 “축배의 노래”나 “집시들의 노래”와 같이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구성과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가진 장면이 포함되어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당시 ‘천한’ 신분을 가진 여성의 사랑과 비극적인 삶을 고귀하게 묘사하여 당대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오페라의 암묵적 틀을 깨고 시공을 초월한 감동을 선사한 명작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 오페라 역사에서도 의미가 있는 이 작품을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다만 작년의 <코지 판 투테>가 현대적으로 각색하여 화려하고 세련된 무대 구성을 보여주었던 것에 비해, 극의 연출이나 무대의 미적 표현 등이 생각보다 다소 평이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비극 작품인 만큼 엄한 시도를 하지 않고 음악에 집중하였던 것은 좋았지만,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라 트라비아타> 무대처럼 조금은 과감한 실험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을 한켠에 미루어두고 내년 페스티벌을 기대하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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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ily Chae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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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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