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탄과 탄식 "시간을 파는 서점"

독자와 밀당하는 책
글 입력 2018.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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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과 탄식
"시간을 파는 서점"



유럽의 개성넘치는 서점들을 알게 되다.


독특한 개성의 서점들 소개가 흥미로웠다. 책을 명품처럼 파는 서점, 식당과 결합한 서점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스헬트마 서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853년에 세워졌는데도 아직까지 책과 관련된 다채로운 기획들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넓은 공간을 담은 사진들 중 아이들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바닥에 그림을 그려 놓은 사진이 인상깊었다. 한국에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아용 책걸상이 마련된 곳은 많다. 그런데 아예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한 것이 신기했다. 서점에서 아이(그리고 보호자)를 배려한다는 것은, 양육자가 육아 중에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육자의 스트레스가 줄어 좋고, 아이도 서점에 친숙함이 생겨 좋을 것 같다. 둘 모두 아이에게 긍정적이다. 어린시절 책이 재미있던 기억으로 커서도 책을 읽게 될 것이다. 노키즈존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이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서점도 있지만.)
 
그리고 요리책의 레시피대로 요리하고 시연하는 행사가 있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저자와의 대화 등 책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 책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 능동적으로 책에 관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책에 경험을 결합하는 행사인데, 책의 내용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배울 게 많다. 책을 토대로 다른 문화 활동을 기획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생각해 본다면 책의 내용과 활동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동네 책방의 수익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사랑하는 마음


‘독서생활자’라는 소개에 맞게 작가가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일단 정말 많은 책방이 담겨있는 목차부터 서점, 책에 대한 애정이 보였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서점 순례를 떠날 것이다. 그 서점이 이웃집일 수도 있고, 때로는 머나먼 곳의 어느 이름 모를 자그마한 구멍가게일 수도 있다. 아니면 매일 마주하는 내 방의 책꽂이일 수도 있다. 어느 날은 책 표지만 봐도 좋다. 저자의 생각을 읽어 내려가기 전에 나만의 상상력으로 그 책에 대한 감상록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참 좋다. 며칠 동안은 책을 읽지 않고 휴독을 하는 시간도 좋다. 그 시간은 자연이 나에게 커다란 책이기 때문이다.” - 271쪽




*
아쉬운 부분

이 뒤부터 다루는 아쉬운 부분은 대부분 200쪽 전에 있다. 책의 진가는 2부 5장부터인 것 같다. 그 부분부터는 여행기와 서점 이야기가 더해지다 보니 이야기가 다채롭다. 둘이 결합해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도 더 많이 등장한다. 글의 짜임새도 안정적이라 훨씬 읽기 편했다.



작은 아쉬움


사진 밝기가 낮아 자세히 보는 게 어려웠다. 45페이지의 고서점 거리 풍경사진만 색감이 보정된 느낌이었는데, 어떤 의도로 그 사진만 그런 식으로 보정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사소할 수 있지만,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 부분, 띄어쓰기가 두 번 되어 있는 부분에서는 몰입도가 떨어졌다.



‘네 딸’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네 딸들에게 유산으로 남겨 줄 대단한 것이 없어서 추억을 남겨주고자  포스트에 글을 쓰기 시작하였고 브런치 작가로까지 활동을 넓혔다.”-저자 소개 중

위 설명과 저자의 필명 “네딸랜드”를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도 기대한 건 나의 오독이었을까? 딸들의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아이가 즐거워했다.’정도로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유럽의 미술관, 카페 등을 소개하는 책은 봤지만, 네 딸과의 유럽 서점 순례기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주제였기에 조금 아쉬웠다. 



*
생각과 정보의 균형


“서점을 커피 향 가득한 응접실로 기억하게 된다.”

서점에서 느낀 점을 주관적으로 전달하는 표현은 마치 내가 서점에 가본 듯 한 느낌을 주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적인 정보를 제시해야 하는 부분마저 주관적인 생각으로 대체되곤 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서점을 알게 된다.


독자는 도시와 서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각 도시의 문화, 역사적 배경에 관한 내용은 매우 유익했다. 리옹이 과거 유럽 인쇄 출판의 가장 중요한 중심지였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에 반해 서점에 대한 정보가 일부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자그마한 서점이지만 지금까지 20여 년간 여행전문서점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는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행자들이 많이 거쳐 가는 도시이기 때문인가? 독특한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있어서인가? 나름 요즘 유행하는 독립서점이나 인디 책방, 작은 서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인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무심한 듯 보이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친절함은 서점을 드나드는 이에게 혼자 생각하고 책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에 편안함을 주기 때문인가? 어쩌면 뚝심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 112쪽


‘서점의 명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라는 작가의 질문에 두근거리며 답을 기다렸다. 추억이 가득한 홍익문고를 지키기 위해 시민 5500여 명이 철거 반대서명을 한 일을 생각하며, 이 여행전문서점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다음 문단에서 “어쩌면 뚝심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를 읽고 힘이 빠졌다. 서점 대표에게 가서 질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객관적인 정보를 추측으로 서술하고 정확한 정보를 주지 못하는 건, 서점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을 줄 수 있다. 뒷부분의 유명한 서점들은 정보가 출중한데, 일부 서점은 주관성과 객관성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서점 쿡앤북


“그러하기에 이 서점을 기획한 이는 정말 영리한 서점 주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책을 가지고 놀고
책을 좋아하고 읽고
책을 구경하고
책을 아끼는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이어서.
그. 러. 나.
엄마는 너희들의 아름다운 마음 가득 담긴 책 한 권을 소유하게 되어 진심 행복한 서점 여행이었다.”

좋은 글과 이런 글로 번갈아 가며 나를 밀당했다...



인생...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단어들이 자주 사용된다. 추상적인 단어들 속에서 서점의 모습을 애써 상상하던 중에, 갑자기 인생에 대한 깨달음으로 글이 끝나버릴 때마다 당황스러웠다. 나는 그곳을 파악하고 있는데 글은 벌써 교훈을 얻고 있다.

어떤 경험을 하고 인생을 고찰하는 것은 건강한 태도다. 하지만 이 책은 좋은 글들을 통해 인생을 충분히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직접적으로 논하지 않더라도.


“햇볕이 그립고 따뜻함을 본능적으로 찾는 그 몸부림 가까운 절규를 불꽃놀이와 빛 축제라는 오락으로 흥겹게 새해를 맞이하는 그들 역시 우리네와 같은 보듬어 주고 싶은 인생이다.” - 73쪽


이 뒤에 바로 종로 헌책방 골목에 대한 좋은 글이 나온다.


“종로 헌책방 골목에 대한 향수가 있다. 학창 시절에 가끔 지나치던 그곳에는 수많은 책들이 노끈에 묶인 채로 책방 앞부터 책방 안 구석구석까지 쌓여있는 풍경이 많았다…대형서점에 드나들면서 자연스레 헌책방에 대한 기억은 잊혔고 책방골목에 대한 기억은 쾌쾌한 냄새처럼 먼지 나는 기억으로 사라져갔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미련을 느끼기도 전에 온라인 서점에 재빨리 대응해가면서 편리함과 경제성이라는 두 가지 이유로 서점은 한낱 아날로그 감성을 자아내는 장소로 바뀌어 갔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책방에 대한 옛 기억을 되찾게 해 준 곳은 추억 속의 어느 공간이 아닌 오래된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암스테르담 책방거리이다.” - 74쪽 (네덜란드의 역사적 자부심이 서린 서점들 중에서)


두 번째 글이 작가의 진솔한 추억이 담긴 글이라 와 닿았다. 공감되는 내용이고, 프리뷰를 쓸 때도 가장 좋았던 글이다. 종로 헌책방 골목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암스테르담 책방거리로 이어지는 것도 자연스럽다. 다른 장들에도 이렇게 좋은 부분이 많다. 특히 서론을 읽으며 감탄하곤 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글들만 남겨두고, 인생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펼쳐내도 좋지 않았을까 아쉽다.

*

정말 기대했고, 재밌게 읽은 만큼 안타까운 점들이 걸려 글이 길어졌다.


“서점 앞에 운하가 흐르고 있으며 고풍스러운 암스테르담의 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골목에 위치해 있다. 자그마한 서점이지만 2층으로 되어 있는 이 서점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다. 오랜 세월 함께 자라 온 가로수 나뭇가지 틈새 사이로 노을이 찾아오다. 빛바랜 건물이 노을빛을 반사하니 그 아름다움을 형언하지 못하겠다. 이렇게 하루를 아름답게 갈무리한다.” - 66쪽


한국인이 백일장의 영향으로 인생 이야기를 꼭 쓰고, 대학 리포트 분량으로 인해 미사여구를 자주 쓴다고 한다. 위의 글처럼 아름다운 글을 쓰시는 작가님인데, 혹시 습관적으로 인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신 건 아닐까. 굳이 교훈을 이끌어내지 않더라도, 감탄을 부르는 좋은 글들이 많았다.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감성이 좋았다. 여러모로 잊지 못할 책이다.





<목차>


책을 내며: 우리는 그렇게 서점 속으로 들어갔다.
 
 
1부
네덜란드에서 시간을 파는 서점을 찾아 출발
 
1장 꿈꾸는 책들의 도시
유럽의 최대 책장터 · 고서점 거리 · 당신을 위한 책을 만들고 인쇄합니다
북하우스 · 끄네벨 꼬믹스 · 파피루스 · 쁘람스트라 · 헷 안티크아리아트 ·알터노트
 
2장 암스테르담의 독립서점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서점 · 부칸들 로버트 쁘렘셀라
멘도 · 부키 우키 · 타센 · 아키텍추라 앤 나추라
 
3장 네덜란드의 역사적인 자부심이 서린 서점
아테네이움 부칸들 · ABC · 스헬트마 · 드 킨더북빈클
 
4장 헤이그의 알록달록한 서점들
판스토쿰 · 팩맨 · 스탠리 앤 리빙스톤
 
5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부칸들 도미니카넌
 
6장 나만 알고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서점
반더스 인 더 브루어른
 
7장 책마을에서 공정여행을 배우다
네덜란드의 책마을 브레이더포르트
 
 
2부
벨기에와 프랑스의 매력적인 서점들
 
1장 사라지는 책들의 운명이 되살아나는 책마을
벨기에의 책마을 흐뒤
 
2장 브뤼셀의 정말 예쁜 서점들의 매력에 푹 빠져 보실래요?
트로피슴 · 르 울프
 
3장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서점
쿡앤북
 
4장 푸른 수레국화가 그려져 있는 책방
르 블뤼에
 
5장 그때도 지금도 예술적인 장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6장 역사 속으로 사라진 책의 도시 리옹의 어느 멋진 서점
르 발 데 아르덴츠
 
 
3부
독일, 영국, 포르투갈의 서점 속으로
 
1장 숨은 보석 같은 무한대의 감동을 주는 서점
노이서 부흐 운트 쿤스트안티쿠아리아트 · 마이어셰 드로스테 · 후겐두벨
 
2장 하인리히 하이네의 생가가 서점과 문학카페로
하인리히 하이네 하우스
 
3장 런던 최고의 서점과 최대 서점의 향기
워터 스톤즈 · 해저즈
 
4장 파두의 선율을 닮은듯한 리스본의 서점들
버트란드 · 리브라리아 레르 데바가르
 
5장 전통과 아름다움으로 시작한 서점의 변화
포르투 렐루
 
 
에필로그: 시간을 파는 서점에서 다시 일상으로
 
 
참고자료
책에 수록된 서점 정보
편집후기


[송재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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