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니어처 좋아하세요? 읽으세요. < 타샤의 돌하우스 >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고 싶은, 오래 보고 싶은 책
글 입력 2018.06.3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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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좋아하세요? 읽으세요.
<타샤의 돌하우스>



<타샤의 돌하우스>는 아름다운 사진과 타샤, 인형, 그리고 소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프리뷰를 쓰면서 미리 글과 사진을 보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실제 미니어처를 촬영한 사진은 모두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시원시원하게 큰 사진과 큰 줄 간격으로 마치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은 소품들에 담긴 이야기와 인형들의 세계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어 뺄 것 없이 내용이 알찼다. 화려하지 않게 소품 사진들로만 꾸며진 디자인도 절제되고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타샤의 이야기


타샤는 예술가이기에, 무궁무진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인형의 집을 자유자재로 꾸몄다. 1996년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염소 헛간의 사료를 통후추로 표현했다. 단지 현실을 작게 만든다는 것만으로, 수많은 아이디어가 끼어드는 공간이 생긴다. 실제 집과 똑같은 곳을 만드는 데에는 ‘정말 똑같이 만드는’재미와 ‘어떻게 하면 똑같이 만들 것인가’에 대한 즐거운 고민이 따라온다. 타샤는 소품들을 모두 직접 제작하지는 않았으므로, 수집하는 재미도 느꼈을 것 같다.


타샤의 돌하우스_24,25p.jpg▲ 부엌(타샤의 집과 제일 닮았다)
 

타샤가 작은 소품들은 많은 장인들, 주위 지인, 친척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비율이 동일하고 분위기가 조화롭다는 것이 신기하다. 마치 정말로 엠마(여자 인형)가 마련하고 직접 사용하는 물건들 같다. ‘인형의 집’이라는 작품을 기획하고 채워가는 탓의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과제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촬영하게 되었는데, 세트를 제작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소품을 다 만들 수 없어 시중에 판매하는 물건들을 사용하기도 했다. 크기도 제각각, 디자인도 제각각이라 한 데 모아두면 분위기가 따로 놀았다. 그런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조화롭고 평온한 인형의 집 사진을 보며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타샤의 돌하우스_112p.jpg▲ 서재 (책, 악기, 그림이 눈에 띈다)
 

캐릭터를 탄생시키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주면서 그들이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 미니어처 소품들이 실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다. 책은 자연스럽게 인형들을 실제 사람처럼 서술한다. 타샤의 인형들은 수십 년간 인형의 집에서 삶을 살았다. 책을 읽고, 체스를 하고, 차를 마셨다. 그동안의 나들이, 결혼식 등의 일화들과 편지가 쌓여 수십 년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빈티지하기 때문인지, 소품들에서 사용감이 보이는데, 수십 년간 엠마가 직접 사용했겠거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타샤는 참새 우체국을 만들어 아이들과 인형들, 동물 가족이 소통할 수 있게 했다.  편지와 그림은 이야기가 되어 보존되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살아있는 콘텐츠를 만든 셈이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꿈을 꾸고 행복함을 느꼈을 것이다. 타샤의 창조성이 존경스럽다.


타샤의 돌하우스_6p.jpg
 

책을 다 읽고 나니 타샤는 ‘생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활 자체를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천을 직접 짜는 등 자급자족 생활을 하고, 집과 정원을 직접 꾸몄다. 특유의 복식도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 공간 자체를 예술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형들에게 삶을 선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


아주 어렸을 때 고무찰흙으로 사람과 물건들을 만들었다. 미니어처의 개념도 몰랐을 때인데, ‘작게 만들면 귀여우니까’, 그리고 ‘재밌어서’ 했었다. 컴퓨터, 햄버거 세트 등을 만들었었는데, 가지고 싶은 걸 만들었던 것 같다. 

작은 걸 만드는 데 느낀 재미는 나중에 미니어처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한창 미니어처 카페가 유명했을 때인데, 레진 등 많이 필요한 준비물을 보고 시작도 못하고 만드는 과정만 보면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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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세트를 만들면서 그 때 생각이 나던 때에, <타샤의 돌하우스>를 알게 되고 프리뷰를 쓰게 되었다.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인형의 집 사진을 보다보니, ‘꼭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손재주가 없고 초보여서 인터넷에서 diy 미니어처를 구입해 2일 동안 만들었다.


222.jpg▲ 책 소품
 
타샤의 돌하우스_124p.jpg▲ 엠마의 양장본 책들. 내용도 있다.
 

책과 가구를 만들면서 타샤를 더 존경하게 됐다. 물론 긴 시간동안 하나하나 채워갔을 테지만, 나는 준비된 재료들만 자르고 붙이면 될 뿐인데도 참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작품을 조립했을 뿐이지만 완성하고 나니 뿌듯했다. 작은 건물들 속에서 곧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벌써 장바구니에 다른 제품을 담았다. 책 한 권을 통해 취미가 생긴 건 처음인 것 같다. 프리뷰를 쓰고, 미니어처를 만드는 경험을 하고, 책을 읽으니까 같은 사진을 보더라도 더 신기하고, 많은 것이 보였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가끔 펼쳐 보고 싶은 책이다. 나도 타샤처럼 나만의 예술 세계를 창조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송재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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