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Welcome to 타샤의 돌하우스 Tasha Tudor's Dollhouse

글 입력 2018.06.30 11: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책입체 타샤의 돌하우스.jpg
 

타샤의 돌하우스
Tasha Tudor's Dollhouse


며칠 전 내가 태어난 고향을 다녀왔다. 예부터 산세가 험해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 고개’라 이름 지어진 한국의 알프스, 대관령이 바로 내고향이다. 양떼목장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언덕에서 뛰어 놀며 자랐으니 내가 바로 한국의 하이디라고 진담 같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유년시절의 나의 삶은 ‘목가적’인 삶이었다. 아마도 주변 환경의 영향이 컸으리라. 빌딩과 도시보다는, 드넓은 초지와 산과 바다가 눈에 익었던 탓인지 서울에 사는 지금도 마음은 늘 떠도는 유랑자 신세다.

‘경제적’ 삶을 위해 터를 잡은 곳은 도심이지만, ‘목가적’ 삶을 갈망하는 나에게 ‘예술’은 이 둘의 간극을 좁혀준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문장의 향연에서나 상상으로나마 안식을 주곤 한다. 최근 홀로 (집에서 고향 막걸리 한잔 홀짝거리며) 영화 <미스 포터> (피터 래빗 원작자,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을 다룬 영화)를 시청하면서 더욱 간절해지기도 했지만.


movie_imageVDA8OZZI.jpg
 
movie_imageWNPR38NP.jpg
영화 <미스 포터> 스킬컷 (출처: 네이버)


그 간절함에 절정이 되어준 건 바로 ‘타샤의 돌하우스’ Tasha Tudor's Dollhouse 다.

여기, 인형을 좋아하는 한 작가가 있다. 이미 ‘타샤의 말’ 저자로 후기를 작성하기도 했던 타샤 튜더. Tasha Tudor. <타샤 튜더, 인형의 집>이 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리커버되었다. 이름은 <타샤의 돌하우스> Tasha Tudor's Dollhouse. 365일 24시간 미니어처와 함께 소소한 일상을 살던 그녀의 이야기가 새롭게 선보였다.

프리뷰에서 적었던 문구처럼, 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나온 <타샤의 돌하우스>는 어른아이의 감성을 톡톡히 건드리고 있다. 마치, 자그마한 소녀가 숙녀가 되고, 여자가 되어가며 잃어버렸을 그 ‘여릿여릿한’ 감성 (사회생활의 풍랑의 여파라 해야하나?) 속으로 말이다. 아기자기한 동물 친구들이 그려진 핑크 파스텔의 커버는 첫 장을 펼치게 끔 한다.

사실, 인형은 장난감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인간의 듬직한 친구 같은 존재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무엇’이 되어준다. 타샤 튜더가 거주하던 버몬트의 시골집 코기 코티지에는 인형들이 모여사는 아름다운 집이 있다. 실제 집의 미니어처라고 할 정도로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진 이 집이 바로 ‘타샤의 돌하우스’다. 이 집은 미국 노먼 록웰 뮤지엄 등에서 전시회로 열리기도 했는데, 당시 역대 전시회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전시회이기도 하였다. 그녀 나이, 91세에 말이다.

부엌 The Kitchen, 다이닝룸 The Dining Room, 응접실 The Parlor, 온실 The Greenhouse, 중앙 홀 The Center Hall, 침실 The Bedroom, 서재 The Library, 염소 헛간 The Goat Barn, 크리스마스 Christmas. 각각의 자그마한 공간들은 실제 타샤 튜더의 삶을 응축해 놓은 공간처럼 꾸며졌는데 이곳에는 사랑스러운 부부 엠마와 새디어스가 살고 있다. 심지어 실제 미니어처들은 크기만 작을 뿐, 사용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타샤의 돌하우스_138,139p.jpg


“예전에 아이들이 미니어처 스토브를 꺼내서 벽난로 곁에 두고 고양이가 먹을 베이컨을 굽곤 했지요. 작은 나뭇가지로 불을 때면 진짜 요리를 할 수 있었거든요” - 32페이지


타샤의 돌하우스는 인형과 미니어처들의 앙증맞은 재미도 있지만, 일상에 쫓아 마음이 바빠질 때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고요함을 선물해 주는 곳이었다. 타샤 튜더는 실제 인형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고, 말을 걸기도 하고, 파티를 열기도 했다. 또 하나, 그녀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를 동경해 돌하우스 중앙 홀에는 피터 래빗에 나오는 작은 동물들을 가득 진열하기도 했단다. 아마도 실제 우리가 만났더라면, 나는 꽤 자주 오랫동안 그녀의 돌하우스에 머물렀을 것만 같다.


타샤의 돌하우스_104,105p.jpg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읽곤 했어요. 책은 늘 내게 대단히 현실감 있게 다가왔지요. 그래서 인지 나는 아직도 책을 읽을 때마다 벅찬 감정이 밀려오곤 해요.” - 106페이지


타샤 튜더에게 인형의 집, 돌하우스는 어떤 의미였을까? 아마도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단면들을 채워가는 공간이자 사랑의 결정체였을 것이다. 하나하나 손길을 닿아 만든 미니어처와 인형들, 그저 행복하고자 재미있어 만든 집이었다고 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가슴 깊이 그녀를 기억하고, 돌하우스를 사랑하고 있다. 언젠가 그녀의 인형의 집을 실제로 만날 날을 기다리며, 6월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윤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