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와 '미'의 관계 [문화전반]

로젠크란츠와 현대 예술에서 찾아본 '추'
글 입력 2018.06.30 18: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미(美)’와 ‘추(醜)’라는 단어를 제시했을 때, 아마 대부분 이 두 단어는 반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은 대립되며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나 역시 ‘추’의 본질이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접하고 난 후 추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추는 미의 대립개념으로서 일반적으로 미적 규범에 어긋나는, 미에 대한 관조를 방해하는 반대적인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추’ 자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여러 미적 유형 예를 들어 자연의 풍경, 정신의 영역 등은 많든 적든 추를 포함하고 있다. 예술 작품에서도 종종 추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추가 미적 요소에 어떤 생동감을 높여주기도 하고, 활기를 불어넣어 어떤 자극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전 예술에서 추는 미의 영역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겼다. 미에 대한 추구를 실패했을 경우 추를 낳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고전의 미학은 추를 미의 부정적 현상으로 다루었다. 시기가 변해가며 추에 대한 이해는 변화했다. 낭만주의 이후 추가 점차 예술의 영역으로 인정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미학에서도 추의 의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 추를 미적인 영역의 하나로 보고 있다. 불쾌, 부조화, 혼란 등의 요소를 포함시켜 새로운 미를 창조해내기도 하며, 일반적으로 예술이라고 여기는 부분을 초월해 신선함을 전하기도 한다.


크기변환_로젠크란츠.jpg
▲ 카를 로젠크란츠의 모습


추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적다. 그 중, 추를 최초로 연구한 카를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로젠크란츠는 추란 미와의 관계 하에서 존재한다고 보았다. 추는 미의 부속으로서 존재하며,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미에 의해 재단될 수 있어서 상대적인 것이라 하였다. 그는 형태의 측면에서 미를 규정했다. 보편적인 미적 규정을 깨트린 것을 추한 것으로 여겼다. 따라서 케리커쳐에 대해 ‘미의 부정이며, 아름다운 원래의 이미지를 비틀어 놓은 것’으로 단정 지었다.

그는 예술은 추를 도입하지 않고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을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라파엘로의 성모상에서 우아함만을 발견할 수 있고 추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추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부분이고, 언제나 미와의 관계에서 조화를 이룰 때 만 인정받는다고 말한다. 추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추는 미의 부속으로 존재해야 가치가 살아난다고 본 것이다.


크기변환_피터브뤼겔.jpg
▲ 반역자들의 추락 Pieter Bruegel, 1562


로젠크란츠는 피터브뤼겔의 <반역자들의 추락>을 자신만의 미적 가치관으로 정립시켰다. “이 그림에서는 추한존재, 괴물이나 악에 대한 묘사에서도 일종의 매혹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 그림자가 빛을 더욱 밝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추는 미를 부각시킨다. 그 자체로는 추하게 보이는 것도 작품이라는 전체적인 질서체계에서는 아름답게 보인다.” 라고 언급했다. 그는 추가 부차적인 존재임을 강조하며 미와 추의 관계를 정의했다.


크기변환_스타워즈.jpg
▲ 스타워즈의 모습


현대에 추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많은 예술가들은 추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들의 외모를 보면 아름답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들의 매력적인 외모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영화감독들은 추로 인해 야기되는 공포가 흥행 성적을 올린다고 보았다. 물론 외적인 요소만으로 흥행을 이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성공 요인 중 추의 요소가 포함된 그들의 외모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포가 흥미롭고 사람을 흥분시키는 매력이 있다고 인정한다. 영화 이외에도 미술 작품, 음악 등의 예술에서도 그로테스크한, 추의 요소가 담긴 것들이 관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추와 미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로젠크란츠는 추는 미가 있음으로서 존재한다고 규정했고, 현대에는 추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었다. 추에 대한 많은 관점들은 모두 추의 존재를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인지하지 못할 수 있었던 부분을 짚어냄으로써 예술 표현의 폭을 더 확장시킨 것이다. 추와 미는 양극에 위치하여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함께 또는 각각 존재하여 사고하는 방향, 표현의 기법을 풍부하게 한다. 그동안 ‘추’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고찰해 보도록 하자.


[고지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