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에 대하여 : 영화 < 마더!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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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입력 2018.06.3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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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의 제목은 남다르다. 문장부호 느낌표(!)를 활용한다. 느낌표는 말 그대로 느낌을 주는 장치다. 특히 심리의 강도가 약하지 않은 경우를 함축하는 도구로 쉽게 이해 가능하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순탄하지 않은 사건이 전개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영화를 감상하기 이전에는 제목 속 느낌표가 환희와 감동, 혹은 경악과 절규 중 어떤 방향성을 지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마더’와 ‘!’는 영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힌트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출발한다. 첫째는 영화의 강조점이 ‘마더’로 대변되는 인물에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영화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어 느낌표의 감정이 핵심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마더!>는 ‘마더의 느낌표’를 따라가는 발자취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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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제목이 이끄는 대로 마더의 감정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장치를 마련한다. 영화의 절반 이상인 66분을 마더의 클로즈업 숏으로 구성한 것이다. 마더 역을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의 얼굴, 그 중에서도 눈의 움직임이 강렬하고 세밀한 감정의 흐름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더!>는 욕심내지 않는다. 연출하고자 하는 분위기에 알맞은 배경음악을 아예 삽입하지 않는 전략을 택함으로써, 자칫 관객에게 의도된 감정을 강요할 수 있는 여지를 배제한다. 관객은 음악을 통한 보충설명 대신 온전한 집중의 기회를 얻는다.

“처음 제목을 작성하고 나서 그냥 종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느낌표를 그려 넣었다. 처음부터 이 영화의 콘셉트는 소리치고 싶은 것, 어떤 절규에 대한 것이었다.”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제목의 느낌표(!)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였다. 감독의 의도는 ‘절규의 느낌표’였던 것이다. 마더의 감정은 어떤 점에서 절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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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반에 느껴지는 작은 불편함부터 주인공의 아기가 모르는 이의 손길에 찢겨 사망하는 클라이맥스까지, 모든 절규의 순간은 ‘무례’라는 사소한 키워드에서 출발한다. ‘마더’ 이전에 아내로 살아가던 고요한 일상을 깨는 이방인의 등장이 무례의 시작점이다. 무례는 주변인이 여자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나, 영화는 집이라는 공간과 여자를 동일시함으로써 함축적인 상징 차원을 다루는 확장을 시도한다. 이는 영화가 친절하게 대사로 설명하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마더와 집이 영혼으로 연결되는 분위기의 장면들을 통해, 무례의 등장 이전부터 둘의 관련성을 암시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더가 의지하는 노란 색 알약과, 외딴 집을 지키는 모양새로 둘러싼 노란 들판이 단적인 예시다. 마더가 남편과는 소원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와중에 본인이 꿈꾸는 집을 만들어내는 일에 오랜 시간을 바쳐 온 배경 상황 또한, 남편보다 집에 대한 애착을 더 가지고 있음을 전제하는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집이라는 공간의 파괴는 마더의 절규와 같은 의미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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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끊임없이 이방인의 무례를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침해로 연결하며 마더의 느낌표를 가시화한다. 이방인이 한 남자에서 그의 아내, 아들들, 조문객, 남편의 광팬 등으로 늘어감에 따라 허락 없는 공간의 오용, 남용 또한 도를 더한다. 마더의 공간은 숙박업소, 장례식장, 집회 장소에 이어 전쟁과 살육의 터로 사용되기에 이른다. 무례는 공간의 침해로, 공간의 침해는 결국 파괴로 귀결된다. 무너지는 집 안에서 절규하는 마더의 느낌표는 극적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영혼의 파멸을 확인한 마더의 육체 또한 죽음을 선택한다. 작품 말미에서 관객은 불에 탄 집과 불에 탄 마더의 모습을 확인한다.

극적인 느낌표의 연속 끝에는 죽음을 의미하는 온점만이 남았다. 집이 새로 지어지고 다른 마더가 그 공간을 차지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는 단순히 몸에 불을 끼얹어야 했던 그 ‘마더’의 부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더의 느낌표를 지난 일, 혹은 없었던 일로 만들 자격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영화에서는 마지막까지 이를 보듬어주지 않으니, 마더의 느낌표를 기억해 줄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우리들뿐일 것이다.


[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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