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OTEA] THE HIEROPHANT 5: 온화한 신의 대리인

글 입력 2018.07.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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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OTEA]
THE HIEROPHANT 5:
온화한 신의 대리인


당신은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좋았소. 
여기는 내 집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인의 집이오. 
이 문을 들어오는 사람에게 일일이 이름을 묻지 않고, 
다만 괴로움이 있는가 없는가를 물어볼 뿐이오.

-레미제라블 미리엘 주교-


얼마 전부터 비가 내린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쨍하던 햇살 속에 이렇게 많은 비가 숨겨져있는지 몰랐다. 이런 날씨에 더불어, 독자들에게 이번 편수의 가 마감에 늦었음을 먼저 사과드린다. 졸업을 앞둔 필자의 마음도 '요즘 날씨'같아서, 쨍하던 햇살 속에서 계속 무너져내렸다. 모호한 마음은 가면 갈수록 겉잡을 수 없어져 기쁜 마음과 슬픈 마음이 구별도 할 수 없이 섞였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글을 쓰는 기분은 꽤 복잡하다. 타자를 두드리는 지금 생각해보면 필자는 바보가 떠나는 모험은, 이십대 중반의 필자가 대충 그려진 지도를 들고 헤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 편수를 이후로는 더욱 성실히 연재에 임할 것을 약속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누군가는 조악한 지도를 떨리는 손으로 완성해야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지도라기에는 너무 주관적이어서 기능을 상실해버린 것이라도, 최소한 그건 어딘가 살아있었다는 안쓰러운 흔적 정도는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아직 쏟아져내리지 못한 모든 비가 내 초라한 활자들과 조금은 흘러내릴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바보가 왕좌를 지나 마주한 것은 경건한 모습으로 설교하는 교황이다. 그는 왕처럼 위엄있지만 온화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추종자들과 비교해 크게 그려져 있다. 큰 교황의 모습은 그가 가진 큰 영향력을 상징한다. 황제카드가 거대한 제국의 위대한 권위자였다면, 교황은 종교적 메시지를 포함한 영적인 세계의 권위자다. 마법사 카드와 비슷하게 교황은 신과 인간의 다리로서도 이해할 수 있다. 마법사가 인간 속에 숨겨진 '신적인 능력'을 통해 이 세상에서 마법과 환상을 구현하는 물질적인 존재라면,  교황은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영적인 것을 설파하는 존재다. 고위 여사제와 같이 영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여사제가 비밀을 지키고 선과 악이라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복잡한 법칙을 조율하는 존재라면, 교황은 그의 추종자들에게 신의 메시지를 퍼뜨리고 교육하는 존재다.

교황의 뒤에는 하얗고 튼튼한 교회 건물의 기둥이 배치되어있다. 이 기둥은 교황을 지지하는 전통교회의 힘과 영향력을 의미한다. 여사제 뒤에 있는 기둥이 흑과 백으로 나뉘어졌음을 대조해 볼때, 그의 뒤에 있는 회색 기둥은 조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교황은 선과 악, 감정과 이성, 남성성과 여성성의 진정한 중재자인 것이다. 또한 그는 손가락 세개를 펼쳐들고 있다. 기독교의 기본 진리인 성모,성부,성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완전함'을 상징한다. 그의 머리에 있는 삼관도 교황이 가진 지적,물질적,신적 영향력을 상징한다. 그가 든 지휘봉도 교회의 상징이면서 교황의 힘을 상징한다.

그의 예복도 살펴볼만 하다. 그의 붉은 예복은, 전통 기독교가 그러하듯이 신의 무한한 사랑을 의미한다. 또한 그가 걸친 하얀 팔리움은또는 견대(肩帶)는 기독교에서 주교 이상의 고위 성직자 가운데 교황을 비롯하여 지역 관구를 구성하는 대교구의 교구장중 관구장을 맡은 관구장의 미사용 제의 위에 걸치는 어깨 장식띠로 권위와 책임, 친교를 상징한다. 구원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하얀 그의 발밑에는 체스판과 같은 바둑모양이 있다. 체스판에 나서는 말처럼, 그의 권력은 정정당당하게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앞에는 교차된 열쇠가 있다. 모든 잠긴 것들을 여는 열쇠처럼, 그는 여러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열쇠는 성베드로의 상징이기도 하다. 정당한 방식으로 세상에 나선 교황이 못풀 문제는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교황이기에,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어리석은 자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한 추종자는 장미로 된 옷을 입고있고, 이는 열정을 의미한다. 다른 추종자는 백합으로 된 옷을 입고 있고, 이는 순결을 의미한다. 두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교황은 진정한 중재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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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철학 위에 누워 자는 법이오.

-미리엘 주교


미리엘 주교는 세상의 풍파 속에서 고통받던 장발장이 최초로 만난 휴머니스트였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의 부조리를 고발하기 위해 글을 썼기에, 미리엘 주교의 종교적 메시지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애당초 위고는 신을 믿었지만 카톨릭 신자가 아니었다. 미리엘 주교는 종교의 대리인이라기보다 의인으로 묘사된다. 필자는 위고의 생각에 동의해 교황카드를 읽을 때, '종교성'에 너무 치우치지 않길 바란다. 미리엘 주교의 온화함에는 분명 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것이 그의 전부였던 것은 아니다. 주교는 장발장을 형제라고 불렀다. 그가 생각하기에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에게 베풀어야 하는 것은 사랑과 자비였다. 그는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는 장발장에게 그릇까지 안겨주었다. 주교가 베푼 사랑에 장발장은 변했다. 레미제라블이 그토록 감동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주교가 베푼 최초의 온정 때문이었다.

'사제의 문은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라는 신념 아래에 미리엘 주교의 방문은 모두 닫혀있지 않았다. 그것이 장발장의 도둑질을 더욱 쉽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장발장의 그런 행동 조차도 그는 신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에게 은촛대에 접시까지 안길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신성'으로 표현되는 인간애가 그 안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교황카드가 미리엘 주교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중재'과 '교회의 전통과 교육'이라는 의미에 파묻히게 되면, 교황이 가진 근본적인 힘이 잊히게 된다.

필자는 무신론자로 믿음이 없기 때문에 '신성'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신도들이 그리는 신의 모습에 익숙함을 느낀다. 신성을 가진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것도 그가 신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이 어떤 신이건, 믿음을 가지고 있건 없건 상관없다. 형태가 다를 뿐이지 우리는 모두 조금씩 같은 신을 꿈꾼다. 신은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구원자이면서, 무질서한 인간의 철학에서 진리를 찾아내는 절대자다. 모든 방황하는 자에게 그는 신과같은 모습으로 온화한 표정으로 우리를 이끈다. 구원을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그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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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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