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살아 남아버린 사람들 [공연]

글 입력 2018.07.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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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의 선택지가 있다. 삶을 포기하려 선택한 죽음의 문턱에서 몇 번이고 살아남아 버려서, 그들은 다시 삶을 살아가야만 했다. 그들이 택한 삶은 살기 위해 공간을 전전하고 잊기 위해 비참할 만큼 발버둥치는, 살아지니 살아가는 삶이었다.


공연을 보았다. 떼아뜨르 봄날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 관람이다. 대부분 공연을 보기 위해 찾게되는 혜화역인지라 이제는 그곳에 가면 특유의 기분이 든다. 공연이 시작되자 모든 배우들이 무대에 놓인 의자에 착석하고 차분히 자신을 소개했다. <춘향>을 봤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의 무대였다.

형편이 어려워 시누이의 집에 얹혀 살면서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눈치보지 않고 집에서 마음놓고 샤워를 해 보는 게 소원인 그런 사람이다. 두 딸을 집에 남기고 주인공과 남편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하루종일 밖에서 일을 한다. 아내는 학습지 회사 팀장을 시켜준다는 말만 믿고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무리해서 학습지 판매를 하게되고 결국 가족은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앉고 만다.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난 빚에 어른들이 한 선택은 다함께 죽자는 것이었지만 두 어른은 아이들의 숨을 끊고 정작 살아남아 버렸다. 몇 번의 자살시도가 무색하게 그렇게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버린 바람에 이들이 택한 삶은, 살기 위해 어떠한 다른 생각도 끼어들 틈 없이 많은 일이 있는 곳을 찾아 전전하고 잊기 위해 비참할 만큼 발버둥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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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는 연출적인 면에서 주목할만한 요소들이 많다. 떼아뜨르 봄날의 공연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선 무대가 매우 심플하다. 무대장치나 소품 등의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물체의 사용은 최소화되어 있고 라이브로 연주되는 배경음과 배우들의 상황마다 급변하는 캐릭터 설정, 연기가 매우 뛰어났다. 특히 배우의 손에 초콜릿이 들려있지 않음에도 초콜릿 먹는 연기가 너무 생생해서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그만큼 배우의 마임과 연기력, 표현력이 뛰어나다. 대사들은 대부분 길지 않고 배우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식이어서 그 리듬감이 공중에 흩어질 법한 대사를 꽉 붙잡아주며 귀에 날아와 꽂히는 매력이 있다. 특히나 이번 극에서는 어색하다기보다 작품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방식의 표현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한 내용은 너무 마음이 아픈 부분이 있어서 보기에 다소 묵직한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집에서는 조용히 없는 것처럼 지내야 한다고 타이르자 ‘그럼 우린 유령인가봐!’ 라며 눈을 반짝이고 사촌언니가 맛깔스럽게 먹는 고급 초콜렛을 탐내다가 엄마가 ‘먹고싶어?’라고 물으면,  ‘아니오, 먹고싶지 않아요’ 라고 순수한 거짓말을 한다. 있어도 없는 척, 초콜렛을 먹고싶지 않은 척 아이들이 하기엔 어려운 척들을 하면서도 투정없이 엄마와 아빠만 바라보며 살던 아이들의 마지막은 안타깝기만 했다. 아이들이 뱉는 대사가 너무 아무것도 몰라서, 동화같아서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두 인물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공감이나 이성적인 판단 등이 결여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죽지 못해 살게 된 삶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있음의 희열을 느끼고 누리고 싶었던 것들을 누리면서 결국에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까지도 부정하며 끈임없이 스스로에세 세뇌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삶 아니면 죽음, 두 가지 선택지를 앞에 둔 그 심경을 감히 헤아리기엔 너무나 무겁고 조심스럽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길게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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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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