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두는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7.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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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난 책을 읽는 것보다도 책을 구경하는 걸 더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다. 서점에서, 책방에서 책 냄새를 맡으면서 책들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요즈음엔 굉장히 다양한 형식으로 책이 출판되고 있고 서점도 여러 형태를 띠고 있어서 더더욱 보는 재미, 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구경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두 권씩 구입하게 된다. 그 시점에서 집에서 미처 읽지 못한 수많은 책들은 망각하곤 한다. 특히 내 경우엔 방이 좁아서 책을 더 이상 둘 곳도 마땅치 않는데도 그렇다. 집에 돌아가서야 아차 하며 자책하는 일들이 반복된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공간적 제약의 문제는 이북 리더기로 해결되었지만 읽지 못한 책이 쌓이는 건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로 읽지 않고 쌓아두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북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훨씬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그래, 할인받을 수 있을 때 많이 사두어야지!' 하고 언젠가 읽을 날을 기약하며 쌓아두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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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일본에서는 아예 이런 현상을 일컫는 츤도쿠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츤도쿠(積ん読)는 쌓다를 뜻하는 '積む'와 읽을 독(讀)의 합성어로 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않고 쌓아두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같은 츤도쿠 현상은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책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정보를 소비하지 않고 쌓아두는 것이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츤도쿠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책을 내놓았는데 그중 하나는 특유의 서점 형태이다. 도쿄 긴자 거리에 있는 한 번에 딱 한 권의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그 예이다.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독립 서점들과도 이야기가 이어진다. 각양각색의 서점 주인의 취향이 담겨있는 서재를 통해 나만의 취향을 확립할 수 있고, 책의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고, 대형 서점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지만 츤도쿠를 해결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왜 책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책을 갈구하게 되는 걸까? 이미 내가 츤도쿠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 이상 적어도 이러한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걸까? 일본 출판 매거진 코토비에서는 이러한 ‘츤도쿠’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다루었고 이를 참고하여 여러 방법들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보았다.



왜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두게 되는 걸까?


이러한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책을 쌓아두게 되는 원인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왜 나는 그러는지, 공감이 가는 나름대로의 이유들을 아래에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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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표지만 보고 책을 구입한다.

책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관용어가 있지만 그럼에도 겉표지가 예뻐 보이는 책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저조한 독서율 때문에 더욱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인기를 끌었던 책들을 재개정판이나 클래식한 초판본 컬렉션을 출간하는 것은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2. 책을 집을 장식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두는 것을 벽지나 벽돌로 비유하기도 한다. 책을 읽지 않고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함께한다는 의미이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책이 ‘장신구’로서의 역할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오늘날 인기를 끌고 있는 레트로 감성을 진열된 책들을 통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1과도 이어지면서 감각적인 책 표지나 아름다운 문장 제목을 가진 책들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3. 화제의 책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책을 구입한다.

주체적으로 무슨 책을 읽을지 생각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크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고 호평을 하니까, 왜 그 책이 인기를 끄는지 궁금하니까, 책의 제목이 굉장히 익숙하니까, 굳이 내가 책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쉽게 책을 고를 수 있고 온라인 서점에서도 판매 순으로 나열해서 보여주니 별생각 않고 책들을 구입하는 것도 있다.


4. 내 수준에 맞지 않는 난해한 책에 도전한다.

철학이나 예술 개념을 책을 통해 배우고 싶어서 책을 찾아보는데 순차적으로 그 개념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건너 뛰고 더 상위 개념에 접근한다거나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에 도전하기도 한다. 수십, 수백 년에 걸쳐서 전해왔던 이야기니까 어렵더라도 읽어야 되지 않을까 하면서 일단 책을 읽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책을 꼭 완독하겠다는 강박으로 이어지면서 책 읽기에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효과적인 독서 생활을 위해서는


'독서하기’와 관련된 독서를 위한 실용서들이 존재한다. 수많은 책들의 저자들은 각자 자기 자신만의 독서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바꾸었던 책들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서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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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흥미가 가지 않아서 '독서'로 분류가 된 책들을 굳이 접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최근에 김대식 교수의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그동안의 독서생활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내가 왜 그 책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한 적이 없었고 그냥 집는 대로 읽어 왔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삶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물음에서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각가지 여러 분야의 물음들로 사고의 확장을 도우며 책 읽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나루케 마코토의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에서는 병렬적인 독서방법은 권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쌓이는 것을 전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책이 쌓여가는 것보다는 쌓여 있는 책들을 한 번에 읽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한 번에 읽어나가다 보면 사물과 상황을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시선으로 통찰하는 감각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전혀 다른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책들에 대한 종합적인 생각들을 일깨워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읽어지지 않은 책들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보다 여러 책을 읽음으로써 늘 일정한 수준의 집중력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이처럼 책을 고르는데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면 다양한 직종의 다독가들이 써낸 책들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쌓여있는 책들을 내 책들로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만들고 싶은 나만의 책장


쌓여만 가는 책들을 보고 우리 집에도 거대한 서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엄마도 나와 생각이 같았는지 큰 서재는 아니지만 방과 방 사이의 벽에 딱 맞는 서재를 제작 주문했다. 덕분에 책들이 쌓여가는 문제는 한숨 덜었다. 가족들의 책들을 한 곳에 모음으로써 새삼스럽지만 가족들의 취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게 지금은 온전한 내 서재가 아니지만 언젠간 독립을 하고 나만의 서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는 넓은 서재로 벽들이 둘러 쌓여진 북 카페에 방문한 적이 있다. 카페면서 서점으로도 분류가 되어 있어서 서재에 있는 책들이 판매하는 책인 줄 알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갔는데 책은 판매하지 않은 책이라고 하셨다. 서재에 있는 책들은 전부 사장님의 책으로 다른 손님들에게 자신의 서재를 공유하고 싶어서 카페를 오픈한 것이고 차차 책 판매는 준비 중이라고 그랬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으로 서재를 조성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이 진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꿈꿔왔던 어른상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두는 현상에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해 나만의 서재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게 되었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처음 생각한 주제와는 다소 논점이 빗겨나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덕분에 다시 한번 주체적인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집에 있는 수많은 읽지 않은 책들을 열심히 읽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사진 출처 : 1,2,3,4


[박선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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