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발자국을 남기며

나와 아트인사이트와 글쓰기
글 입력 2018.07.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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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왜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글로 옮기면 시시해질까. 글을 쓰고 난 직후에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부끄러워지는 일이 많다. 내가 쓴 글에는 나의 일부가 담겨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과거의 나는 나조차 가끔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요즘은 글을 쓰면서 혹여나 이 글이 나중에 '흑역사'가 되지는 않을까 종종 걱정을 한다.

글을 쓰는 건 활자를 통해 나를 계속해서 끄집어내는 일종의 '고백'이다. 어떤 종류이건 고백이 쉬울 리 없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쓰는 글은 작품 뒤에 나를 숨길 수라도 있지만 지금처럼 나를 중심으로 한 글을 써야 할 때는 유난히 더 어렵다. 마치 낯선 광장에 발가벗은 채 홀로 서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겠다고 나선 이유는 한 번쯤은 작품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아트인사이트와 나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대한 일종의 개인적인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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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전의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지원을 했다. 휴학을 결심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점과 불특정 다수에게 내 글이 노출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꿈꾸면서도 정작 자의로 글을 쓰는 일은 드물었기에 내가 정말 글쓰기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액자는 무언가를 증명하고 규정해준다. 액자 안에 있는 것은 의심받지 않는다. 그때는 아트인사이트가 하나의 액자가 되어 줄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어느덧 아트인사이트에서 작성한 글이 80건을 넘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돌아보니 물론 선명해진 것은 있다. 내가 글쓰기를 적어도 싫어하지는 않는 사람이며 꾸준히 쓸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새롭게 생긴 고민도 있다. 글을 여러 번 써보니 내가 생각보다 얕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은 시작과 함께 현재 자신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확인하게 되기 때문에 힘들다. 그런 점에서 아트인사이트는 액자가 아니라 발자국을 남기는 흰 도화지, 또는 흰 눈밭에 가깝다. 등록되어 있는 글들이 다 하나하나의 발자국 같아서 소중하면서도 발자국을 찍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여서 괴롭다. 돌아서면 늘 새로운 빈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발자국을 남기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도리어 오점이 될까봐, 혹여나 후회하게 될까봐 쌓여가는 글을 볼 때면 가끔 두려워진다. 글과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감이 클 때면 나를 글에 담아내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지우고 삼켜버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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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커질 때면 아무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 삶을 떠올려본다. 부끄러울 일은 없겠지만 돌아볼 거리도 없을 것이다. 내가 한 시절을 지나왔음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하얀 눈밭에 아무 발자국도 없이 혼자 서있는 건 상상만으로도 무척 공허하다. 걸음을 증명할 수 있는 부끄러운 발자국이라도 있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지나온 발자국들이 모두 작품일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 강박 자체가 나를 틀에 가둔다. 예전에 찍었던 사진이나 썼던 일기를 생각하면 더 쉽다. 지금 내가 남기는 발자국은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이다. 박제된 과거는 아름답지만은 않겠지만 공허함에 휩싸이지 않고 이만큼이나 걸어왔다며 다독이고 웃음 지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아트인사이트는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발자국을 남기는 공간이자 미래의 내가 과거를 떠올릴 때 찾게 될 아지트이다.

아트인사이트에 남기는 발자국이 혼자 쓰는 일기와 차이점이 있다면, 발자국을 남기며 나의 세계가 확장되어간다는 점이다. 아트인사이트에서는 늘 새로운 무언가와 마주친다. 글을 쓰는 사람을 포함해 열심히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알지 못했던 작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연극,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을 책 등등. 그들은 정형화된 한 가지의 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다양한 길을 제시한다. 덕분에 좁은 길만 보고 가던 나는 불안을 많이 덜었다. 앞으로 나를 둘러싼 세계가 확장될수록 더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불안을 덜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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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이 과거라면 앞으로 펼쳐진 공간은 미래다. 미래를 생각하면 종종 괜한 심술이 생긴다. 누군가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아무것도 안되고 싶다고 대답하거나,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런 거 없다고 대답하고 싶은 심리다. 언제나 무언가가 되어야만 하는 건지 불만을 품는다. 그러나 가득 찬 심술 사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쓰고 싶은 나'가 존재한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게 오래되어서 그게 하고 싶은 일인지 해야 하는 일인지, 어쩌면 혹시(이것만은 아니길 바라지만) 유일한 일인지, 수없이 헷갈리지만 쓰지 않고 살아가는 나는 상상하기 힘들다. 사람들이 각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자신을 녹여내듯 나는 글로 나를 녹이고 싶다. 아직 보지 못한 공연, 읽지 못한 책, 듣지 못한 음악, 알지 못하는 수많은 예술가를 만나고 내 글로 그것들을 풀어내고 싶다.

작년에 휴학을 하고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정말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는 거다. 그래서 재미있다. 나는 재밌는 걸 좋아한다.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 글쓰기는 재미있는 삶을 사는 수많은 과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발자국을 찍을 것이다. 민망하고 부끄럽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지금 이 글도 당장 며칠 후에 보면 어떤 모습일지 모른다. 그러나 삐뚤빼뚤할지라도 발자국을 남겼음에 의의를 남기며. 지금의 나를 고백한다. 미래의 나에게 선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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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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