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상적이었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

글 입력 2018.07.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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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주말,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아트센터 일대에선 2018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오페라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일반적인 오페라 공연에 비해 어느 정도 저렴한 좌석 가격과 함께, 어린이 오페라나 오페라 해설 프로그램 등 연령대나 지식량과 상관 없이 오페라를 접할 수 있도록 한 주최측의 노력이 돋보였다. 그리고 올해의 축제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공연은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가 만든 걸작 <라 트라비아타> 였다.

국내에서 오페라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공연장으로 갔는데, 2층 규모의 강동아트센터 한강홀에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이 들어찼다. 공연 시작 직전까지 티켓 부스는 티켓을 구매 및 수령하려는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관객들 중에는 주로 40대 이상의 중년층이 많았고, 청년층이나 장년층도 간간히 보였다. 오페라 치곤 비싸지 않은 입장료였으나, 그럼에도 학생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대이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많이 찾은 듯했다. 필자는 2층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좌석은 조금 아쉬웠다. 2층에서도 시야는 전혀 공연을 관람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좌석간 간격이 좁아 두 시간동안 굉장히 불편한 자세에서 공연을 관람해야 했다. 필자의 덩치가 커서 그런 것인가 했는데 함께 같던, 체구가 크지 않은 필자의 지인도 같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아 실제로 좌석 간격이 좁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하면 크게 흠 잡을 구석이 없는 훌륭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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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하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화려한 무대 장치들이었다. 고딕 풍의 기둥을 주로 활용하고, 세부적인 장치들을 막이 내릴 때마다 재배치 하는 방식이었는데, 극중 배경과 잘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규모가 상당하고 정교해서 자동으로 눈이 가게 되는 것을 느꼈다. 등장인물들이 걸친 옷이나 장신구도 화려한 것은 물론, 등장인물의 성격에 잘 맞는 컬러와 디자인으로 제작되어 극에 한층 몰입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로 작용했다.

라 트라비아타의 스토리는 이미 검증된 만큼, 재밌게 즐기고 왔다. 남자 주인공 알프레도가 한 사교파티에서 매춘부이자 화류계의 최고 스타 비올레타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헤어지게 된다. 알프레도는 자신이 배신당한 줄 알고 비올레타를 찾아가 망신을 주지만 훗날 비올레타가 죽을 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사과하려고 찾아갔으나 결국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품 속에서 숨을 거둔다. 극중 시대적 배경은 1700년대이지만 현대에도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다룸으로써 시대를 가로질러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모습이었다.

특히, 중요한 몇 가지 장면들을 굉장히 잘 표현해 ‘훌륭한 공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예컨대,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조르쥬가 비올레타에게 아들과 결별하기를 요구하는 장면이나, 2막 2장의 무도회 장면, 비올레타가 스스로 ‘자유로워진다’고 말하며 숨을 거두는 장면 등 극에서 중심이 되는 몇 가지 장면들이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전혀 촌스럽지 않게 잘 표현되었다. 마지막 비올레타의 임종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요약하자면 이번 라 트라비아타 공연은 정말 미미한 몇 가지 아쉬운 점 빼곤 상당한 수준의 오페라 공연이었다. 아직 국내에 오페라는 생소하고 비주류인 장르인데 이 정도 수준의 공연들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른다면 국내에서 오페라의 저변이 지금보다 넓어질 날이 그리 멀지 않다고 느꼈다. 더불어,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의 다음 해 공연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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