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간을 파는 서점, 내가 산 서점의 시간들. [도서]

글 입력 2018.07.02 15: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시간을 파는 서점,
내가 산 서점의 시간들.


표지2.jpg
 


내가 방문한 서점


얼마 전 연남동에 잠시 다녀왔다.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음식점, 카페, 문화공간 등이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은 곳인데, 그 안에서도 작은 책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슴책방’이라고 이름도 귀여운 이곳에서는 주로 그림책, 일러스트 위주의 책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단순히 책의 종류뿐만 아니라 책의 전시, 공간의 분위기, 작은 소품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이 책방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제 책방은 책을 파는 곳뿐만 아니라 책방 주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전달하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자주 찾아가는 곳에는 언제나 작은 책방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책방에 따라 전혀 달랐다.

종강 직후 친구의 선물을 사러 간 곳도 역시 작은 책방이었다. 1년 전쯤 발견한 학교 주변의 책방 ‘여행마을’이었는데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다니는 학교 주변엔 이렇다 할 명소도 없었으며, 낡은 주택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동네 한 가운데 조용히 숨겨져 있는, 처음에는 그냥 지나칠 뻔한 작은 공간이었다. 이 곳에서는 서점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여행에 관련된 책들을 판매하고 있다. 책방의 벽면을 따라 나라별로, 도시별로 참고할 수 있는 여행 책들과 에세이, 사진집들이 놓여 있었다.

대형 서점에도 역시 다양한 출판사의 여행 가이드북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행에서 느낀 진솔한 감정들과 이야기들, 각자의 개성들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서 무엇을 보느냐보다도, 어떤 것을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 내게는 이곳이 보물과 다름없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책방의 장난꾸러기 고양이 뚱이와 인사를 하고 나오는 발걸음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계속 이 책방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을 파는 서점, 그들이 가지는 이야기는.


천천히읽다서점내부.JPG


이번에 읽게 된 책 「시간을 파는 서점」에서도, 이렇게 작가가 네 딸과 함께 다녀온 유럽의 서점들에서 느낀 주관적인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주로 담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다녀온 서점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서, 이 책의 작가처럼 책방에 대한 기억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작가의 책 사랑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네 아이를 이 많은 서점들에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아이들 모두 그만큼 책을 즐거운 기억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포르투갈의 다양한 나라에서 만난 책방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기억나는 책방은 네덜란드의 스헬드마 서점이었는데, 이 곳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중 하나이며 신기하게도 굉장히 큰 독립서점이다. 5층의 건물에서 작가와의 대화, 북아트, 요리 이벤트 등 여러 가지 활동이 기획되고, 또 진행된다.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이 책방에는 책을 사고자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정말 쉬러 오거나, 이벤트를 즐기러 오는 등 모든 사람들이 들락날락한다. 마치 사람들의 일상 속에 책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방문한 대형서점은 책을 보는 공간과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 따로 분리된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스헬드마 서점은 대형서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또한 기억에 남았던 점은 유럽의 많은 책방들, 책마을들을 유지시켜 주는 원동력이었다. 책을 통해 삶을 나누는 동네 사람들. 그들의 유대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마을의 자치와 공동체 의식. 마을과 책에 대한 애정. 그리고 책마을, 책방을 방문하는 이웃 동네의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것이 책방을 유지시키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가가 방문한 대부분의 책방들과 마을들에서 이러한 문화를 느낄 수 잇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민하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점차 생겨나고 있는 작은 서점들이 어떻게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였다. 연남동의 책방들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기심에 방문하지, 책을 사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또 얼마 전 방문하려 했던 인천의 한 책방은 책방을 낸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문을 닫고 말았다. 독립서점들과 작은 문화공간이 이른바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오랜 시간 형성되어 온 유럽의 문화와 다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이들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문화가 점차 형성되어 가는 중인 것일까? 책을 읽어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의문점이었다.


book 시간을파는 서점6_미리보기 (1).jpg
 
book 시간을파는 서점6_미리보기(2).jpg
 


 
김현지.jpg
 
[김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