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분 좋게 설레는 그곳은, 시간을 파는 서점 [도서]

글 입력 2018.07.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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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좋아하는 것을 바라볼 때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눈매가 둥글어지기 마련이다. 자칭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으로서 작가가 전하는 문장 하나하나에 너무도 공감이 가서, 누군가 이 책을 읽는 나를 보았다면 꼭 그런 표정이었다고 말해줄 것 같다.

책과 오래된 서점들을 대하는 작가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그녀의 시선을 따라 유럽의 서점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함께 설레었던 긴 여정을 마치니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에 아쉬운 마음까지 들고 말았다.

  

서로의 발걸음이 닿는 곳, 책마을


유럽에는 오래된 서점이 많다. 특히 네덜란드는 골목마다 자리한 서점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자신들의 역사를 자부심 가득 내보이고 있었다. 우리의 자리에 이러한 역사와 지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오래도록 지킬 것이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네덜란드가 아니더라도 서점이 모여 마을이 된 곳에는 책과 사람이 서로에게 끌렸던 발걸음이 곧 길이 되고 마을이 되어 있었다. 잠시 들러 쉬기도 하고 책을 들춰보기도 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서점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책마을도 자연히 생겨났겠구나 싶었다.

나그네가 길을 걷다 목이 마르면 물을 찾듯, 우리도 바쁜 시간을 살아내다 어떤 쉼을 필요로 할 때 서점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음을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 사람이 책을 만들어내고 책이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이치가 노력 없이도 한 사람에게 스며들 수 있을 책마을이 읽는 내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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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자본 사이에서


감성과 자본, 누구나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가 서점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프로방스의 르 블뤼에 서점은 보존 가치가 충분하지만 한시적으로 방문자가 많았던 탓에 경영난을 겪었다. 포르투갈의 포르투 렐루는 늘어난 방문자에 비해 적은 매출로 인해 입장권 판매를 자구책으로 고안해냈다. 후자에 대해서는 감성과 추억을 오롯이 느끼고 간직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꼈던 순수에 대한 배신감이라 표현한 작가의 마음에 너무나 이해가 갔다.

서점 주인은 앞으로도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라는 것과 책을 느끼는 공간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완벽할 수 없는 답을 고민할 것이다. 그 마음이 아주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은 아니지만, 공간이든 책이든 그곳이 좋아서 찾아간 사람들의 순수함 일부는 그대로 보답해줄 수 있는 방향에 해결책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방문자가 적어 운영이 어려운 서점들도 반대의 경우기는 하지만 역시 같은 방향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십시일반으로, 그 자식의 자식으로 이어진 발걸음이 오랫동안 지켜온 서점을 자본과 숫자로 환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문화가 크나큰 자본이 된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던 유럽도 우리나라도 소중한 서점들을 지키는 데에 정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함을 많은 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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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내고픈 공간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작가가 다녀왔던 공간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네 명의 딸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던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글임을 시작에서부터 알렸던 만큼, 그들이 함께 했던 공간에서의 추억과 느낌, 감정 묘사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아주 유려하거나 매끄러운 글솜씨로 적힌 글은 아니지만 단어나 문장 하나하나에 딸들에 대한 사랑과 작가 본인의 책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독자가 책을 읽다가 함께 설레고 웃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서점


유럽의 서점들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나아갈 가능성을 미리서부터 갖춰오고 있었다. 어린이들도 마음껏 이용하고 구경할 수 있으며, 심지어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에 예술품까지 갖춘 서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추세에 동참하여 몇 년 전부터 서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쉬운 것은 기업의 대형 서점에 좋은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서점 주인의 감성으로 꾸며진 하나뿐인 책장에서 그곳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서점 문화가 어느 곳을 가도 있어준다면 참 좋을 텐데. 책에 글과 지식을 담아낸 이와 대화를 나누고, 그를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모여 생각을 공유하고 듣는 자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다. 그렇게라면 우리나라의 서점문화도 저마다의 향기를 품은 아름다운 꽃들을 피우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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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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