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래도 살아가는 삶,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글 입력 2018.07.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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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그래도 살아가는 삶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사실 나에게는 실제 사건이나 사회적 이슈를 다룬 연극에 잘 몰입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사실 나는 끔찍한 현실은 다큐멘터리나 기사 한줄로 비극성이 강화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봐온 많은 연극이 어떤 지향점을 뚜렷히 떠오르게 하고,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사실 이런 점은 어느정도 취향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나라는 관객에게 인상깊은 예술이란 언론과 구분되는 것으로 좀 더 뚜렷한 형태를 가지지 않아 진리를 발견하고 장막을 들추는 것이었다. 형태를 가지지 않은 예술을 어떤 문장으로 규정하는 것만큼 모순적인 문장은 없어보이지만, 나는 관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대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예술에 다소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는 처음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무언가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어 보였고, 그래서 멋대로 '내 취향에 맞는' 느낌의 연극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연극을 감상했기에, 막상 연극을 감상했을 때는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연극에는 수많은 사회적 이슈가 녹아들어있지만, 그 이슈에 파묻히지 않고 다양한 상황과 질문을 관객들에게 퍼부었다. 이 가족의 비극은 분명 불안한 노동시장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사회적 이슈'를 넘나들었다. 만약 연극이 '사회구조의 고통스러움에 아이들을 죽이고 그들 자신도 죽여버린 부부' 이야기로 끝났다면, 나는 충격적인 기사를 또 읽었거니 하면서 극장을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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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부부는 죽음 앞에서 삶을 느낀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이들을 잃고, 그들에게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데, 오히려 잃을 것이 없기에 자유로워졌다. 그들을 압박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면서 그전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풀내음과 바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생동감이 갑작스럽게 그들을 덮쳤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생기를 찾아갈수록, 아이들이 잃어버린 삶의 색깔도 점점 더 생생해져서 이들은 기어코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몸부림친다. 살아가기 위해서 이들은 이름도 살아온 삶도 버렸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죄책감도 버렸다. 슬픈 일이지만, 이들이 행복하다고 하는 말은 과장되기는 해도 거짓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들의 끔찍한 선택 뒤에는 분명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그 누구도 그 상황을 직접 마주한 적 없기에, 그들의 선택을 개인의 문제로 삼는 것만큼 잔인한 생각은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매년 사회에서는 더이상 근로소득으로 부유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는 매년 10% 증가하고 있지만, 1인가구의 지출은 소득보다 많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순자산을 기준으로 상위 20%는 전체 순자산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6년 0.3033에서 0.4018로 악화되었다. 2016년 기준 상위 10%가 벌어들이는 소득이 전체 개인 소득의 49.2%를 차지한다는 통계에서 정말 '좋은 기업에 취직해야지'라는 생각만 할 수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은 소득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들 부부도 특별히 가난했다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아내가 그토록 무리해서 일을 벌였던 것도 자산계층간 학원 교육비차가 27배나 되는 현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10% 가구 자녀가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는 150년이 걸린다. 계층이동을 위한 사다리는 이미 부서졌다. 이런 현실에서 그 누가 이들 부부를 비난할 수 있을까? 이들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정말 모든 것을 버려야만 했을까?
 
하지만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의 특별함이 이런 적절한 지적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극은 현실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저주하는데 오랜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초반을 제외하고 부부는 계속 '살아가기'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처음에 '살아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들이 도피를 선택한 순간부터 이들은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의 태도는 역겹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죽음과 삶의 문제에 있어서 그 누가 명확한 선택과 윤리를 따질 수 있겠는가.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 살아있다는 것, 산다는 것 -
 
일자 : 2018.06.20(수) ~ 07.01(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4시 월 쉼
장소 : 대학로 나온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떼아뜨르 봄날
관람연령 만 12세이상
공연시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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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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