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낯선 사람 [공연]

글 입력 2018.07.04 13:39

현대 비극의 미학적 특징과 심리적 작동기제
- 낯선 것과 공포, 그 사이에서 분열된 나

자아 정체성 형성 과정은 살아가는 인생 자체이다. 처한 상황과 그에 대한 감정에 따라 시기 별로 자아는 두텁게 쌓여 비로소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낸다. 매번 바뀌는 게 사람이고, 사람은 인생의 굴곡에 따라 점차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아정체성을 ‘분열’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내적 분열을 시대상과 겹쳐 예리하게 분석한 오스트리아 출생의 작가가 있다. 의사이며 동시에 소설가였던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는 사랑의 이기주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애욕적인 삶의 복잡함, 지칠 정도의 자기 성찰에서 오는 병적인 정신세계 등을 작품 세계에서 보여주면서 인간의 심리를 파헤쳤다. 여기 그의 작품 중 하나가 연극으로 각색되어 대중들에게 보일 예정이다.

[의화단 운동 Boxeraufstand](1926)과 [낯선 사람](2018)

슈니츨러의 유고작 <의화단 운동>(1926)은 당시 역사적 사건 속에서 목격할 수 있는, 유럽과 동양 사이의 심리적 상태와 그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미완성 소설이다. 작품의 배경이기도 한 의화단 운동은 서로 다른 세계관을 지향하는 인간의 인식이 서로 충돌하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그 차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낯선 사람>(각색/연출 임형진)은 소설을 새롭게 재창작하여 의화단 운동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슈니츨러의 심리적 접근을 동시대적으로 수용한다. 작품 속의 ‘낯선’ 느낌은 자본주의 환경 속에서 보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표현된다. 또한 이 때 발생할 수 있는 공포는 이전보다 더욱 단호하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synopsis

유럽 연합군이 산둥지역을 침략하여 베이징 외곽에 들어왔다. 이들은 중국의 의화단과 전쟁 중이다. 오스트리아 연합군 장교 울리히는 이들을 잡고 있다. 젊은 중국인 혁명가 천샤오보는 자신의 나라에서 유럽 연합군이 곧바로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결국 붙잡힌 천샤오보는 사형장으로 끌려가 사형집행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는 가까스로 살아난다.

시간이 지나, 현재. 성악가 바넷사-린은 자신의 할아버지 천샤오보에게 성악가 리웨이를 소개시킨다. 천샤오보는 손녀와 리웨이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연습하는 장면을 구경한다. 천샤오보는 오페라에서 주인공을 사형집행 하는 스카르피아를 보고, 오스트리아 연합군 장교였던 울리히의 모습을 떠올린다. 천샤오보는 오페라의 총살장면 연습을 중단하라고 외치지만, 연습은 그대로 진행된다. 그리고 결국 총소리가 들린다.

연극 <낯선 사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낯설다’라는 기념은 공포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 아마 연극을 보면서도 낯선 감정이 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다시 돌아와서, 이 공포는 극도의 공포라기보다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 ‘일치하지 않음에서 오는 불안함’에서 비롯된다. <낯선 사람은>은 스스로가 낯ㄴ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통해 지금까지 밀착된 안정감에서 살짝 거리를 두라고 제안한다. 여기서 거리를 두라는 대상은 사회가 아닌 ‘나’ 자신이다.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사이의 거리의 격차를 벌림으로써 내면의 심리적 이탈과 불일치를 지속적으로 내비친다. 그 존재 내부에서 발견되는 미시적인 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생각은 어쩌면 연극 ‘낯선 사람’의 에너지를 표출시키는 근원점이 되지 않을까.

낯선 사람

- 나는 분열한다, 고로 존재한다. -

일자 : 2018.07.14(토) ~ 07.22(일)

시간

평일 20시

토 15시, 19시

일 15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